“검찰수사 뒤집을 증거 마련됐다”
“검찰수사 뒤집을 증거 마련됐다”
  • 박봉균 
  • 입력 2004-02-19 09:00
  • 승인 2004.02.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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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계이자 이회창 사단인 한나라당 서청원 전대표의 추락은 민자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현 야권의 핵심축이 흔들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서 의원이 전격 구속될 때 한나라당이 침묵을 지킨 것은 그의 정치적 재기를 불투명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한화갑 쇼크’ 이후 상황이 뒤집히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뒤늦게 서 전대표 ‘구명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서 전대표 자신도 사위를 통해 검증된 소명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화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전대표와 관련 “검찰 수사가 반전될 수 있다”고 ‘구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최병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서 전대표를 면회한 뒤 나온 얘기라 서 전대표가 소명자료를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면회자리에서 서 전대표는 이렇게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측에서 K사장이 나에게 10억 상당의 채권을 건넸다는 진술을 토대로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추궁했다. K사장은 오랜 친구이며, 플라자 호텔에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잠시 보는 사이이지, 나에게 그런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게다가 K사장이 나에게 불법자금을 주었다는 시점에 나는 오히려 그의 요청에 따라 김승연 회장을 잠시 만났을 뿐이다.” 서 전대표의 불법자금을 받아 회사자금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위 P씨에 대한 언급이다.“사위로부터 검찰조사 내용을 전해들었으며 검찰조사과정에서 ‘이미 장인인 서 전대표가 다 자백했으니 너는 진술만하고 귀가하라’는 식의 강압수사를 당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사위가 매입·매출경위를 충분히 소명했다는 말을 듣고, 불쾌하여 한화측에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K사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현재 서 전대표의 사위인 P씨와 채권전문가인 J씨 등 이번 채권거래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잠적한 채권브로커 W, K씨를 찾아 ‘녹취’ 등 제반 입증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증인으로 알려졌던 사채업자 Y씨는 지난 2002년 4월경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대표측 한 인사는 “만일 사위 P씨가 자신에게 채권을 판 채권브로커들로부터 채권구입경위가 소명된다면 서 전대표에 대한 혐의는 모두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희 의원은 최 대표의 의중을 빌려 “서 전대표 문제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이다”며 “당 법률지원단의 판단에 따라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그러나 “검찰이 억지 수사를 했다면 대처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의 경우와는 달리 당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일단 서 전대표측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증인으로 채택한 임채무씨와 서 전대표의 친구인 K씨가 나눈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서 전대표의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후배인 탤런트 임채무씨가 지난달 14일 여의도 모 호텔에서 K사장과 만나 나눈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에는 “K사장이 2002년 11월쯤 대선자금과는 관련이 없는 5,000만원을 서 전대표에게 개인후원금으로 전달했는데, 검찰이 김 사장에게 ‘불법대선자금으로 준 것으로 하라’고 강요했다”는 요지의 주장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임채무씨는 “검찰이 한화그룹과 관련이 있는 K사장을 엮어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증언대에 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서 전대표측이 주장하고 있는 K사장을 조사한 적도 없고 당연히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 전대표의 한 측근은 “문제는 국민주택채권의 한화측 조달 여부, 한화에서 조성한 불법비자금의 전체 규모, 그리고 한화측에서 유통시킨 채권들의 소재가 전부 확인됐는지 등 아직 검찰측의 주장만 있을 뿐,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먼저 확인되어야 할 쟁점들이 수없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앞으로 이 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김승연 회장의 진술번복여부와 서 전대표의 사위 P씨의 추가 채권매입경위, 그리고 최종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으로 집약된다.검찰 수뇌부는 서 전대표의 혐의를 놓고 사법처리 수위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져 구형량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검찰 주변에서는 이르면 3월 이전에 수사가 모두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 전대표의 유무죄 여부는 5월 이후에나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봉균  pjo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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