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측에서 K사장이 나에게 10억 상당의 채권을 건넸다는 진술을 토대로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추궁했다. K사장은 오랜 친구이며, 플라자 호텔에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잠시 보는 사이이지, 나에게 그런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게다가 K사장이 나에게 불법자금을 주었다는 시점에 나는 오히려 그의 요청에 따라 김승연 회장을 잠시 만났을 뿐이다.” 서 전대표의 불법자금을 받아 회사자금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위 P씨에 대한 언급이다.“사위로부터 검찰조사 내용을 전해들었으며 검찰조사과정에서 ‘이미 장인인 서 전대표가 다 자백했으니 너는 진술만하고 귀가하라’는 식의 강압수사를 당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사위가 매입·매출경위를 충분히 소명했다는 말을 듣고, 불쾌하여 한화측에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K사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현재 서 전대표의 사위인 P씨와 채권전문가인 J씨 등 이번 채권거래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잠적한 채권브로커 W, K씨를 찾아 ‘녹취’ 등 제반 입증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증인으로 알려졌던 사채업자 Y씨는 지난 2002년 4월경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대표측 한 인사는 “만일 사위 P씨가 자신에게 채권을 판 채권브로커들로부터 채권구입경위가 소명된다면 서 전대표에 대한 혐의는 모두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희 의원은 최 대표의 의중을 빌려 “서 전대표 문제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이다”며 “당 법률지원단의 판단에 따라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그러나 “검찰이 억지 수사를 했다면 대처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의 경우와는 달리 당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일단 서 전대표측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증인으로 채택한 임채무씨와 서 전대표의 친구인 K씨가 나눈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서 전대표의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후배인 탤런트 임채무씨가 지난달 14일 여의도 모 호텔에서 K사장과 만나 나눈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에는 “K사장이 2002년 11월쯤 대선자금과는 관련이 없는 5,000만원을 서 전대표에게 개인후원금으로 전달했는데, 검찰이 김 사장에게 ‘불법대선자금으로 준 것으로 하라’고 강요했다”는 요지의 주장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임채무씨는 “검찰이 한화그룹과 관련이 있는 K사장을 엮어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증언대에 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서 전대표측이 주장하고 있는 K사장을 조사한 적도 없고 당연히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 전대표의 한 측근은 “문제는 국민주택채권의 한화측 조달 여부, 한화에서 조성한 불법비자금의 전체 규모, 그리고 한화측에서 유통시킨 채권들의 소재가 전부 확인됐는지 등 아직 검찰측의 주장만 있을 뿐,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먼저 확인되어야 할 쟁점들이 수없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앞으로 이 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김승연 회장의 진술번복여부와 서 전대표의 사위 P씨의 추가 채권매입경위, 그리고 최종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으로 집약된다.검찰 수뇌부는 서 전대표의 혐의를 놓고 사법처리 수위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져 구형량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검찰 주변에서는 이르면 3월 이전에 수사가 모두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 전대표의 유무죄 여부는 5월 이후에나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봉균 pjo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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