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출발 직전 쏟아지는 취소표 구하려 '2차 예매 대란'
출발 1시간前 취소 위약금 고작 400원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기차표를 예매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예약 부도)'가 연휴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차표를 예매했다가 막판에 취소하는 얌체 노쇼족(族) 때문에 많은 귀성·귀경객들이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늦게 구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엿새간의 연휴 (9월 13~18일)기간 동안 코레일 열차 승차권을 예매한 195만3000명 (중복 예매 포함)가운데 40만5243명 (20.7%)이 발권한 열차표를 타지 않고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쇼 고객 때문에 열차표를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은 취소 위약금을 받기 시작하는 열차 출발 한 시간 전부터 쏟아져 나오는 노쇼 승차권을 구하기 위해 '2차 예매 대전'을 치렀다.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출발 직전까지 표를 구하지 못해 매표소에서 대기하거나 수시로 체크하면서 맘을 졸여야 했다.
올해 막판 취소 비율은 작년 추석 연휴 (2015년 9월 25~29일)때의 21.3%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열차표 예매 대란'이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바로 '온라인 예매제'를 악용한 얌체 '노쇼족(族)'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사전 예매자 5명 중 1명은 출발 당일에서야 표를 취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차역 창구를 찾아 직접 예매한 사람 (108만9748명) 중에서 출발 당일 취소한 비율은 4.6% (5만32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온라인 예매를 통한 노쇼 비율 (20.7%)은 이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이를 막기위한 막판 취소 위약금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출발 하루 전에 표를 취소하면 위약금이 없다. 출발 당일 취소 표에 대해서는 위약금이 있지만, 그나마 출발 한 시간 전까지는 400원만 내면 된다. 출발 전 한 시간 이내에 취소해도 표값의 10%만 물면 된다.
반면 노쇼 비율이 3%에 불과한 미국에서는 출발 24시간 이내에는 아예 예약 취소가 불가능하다. 미리 예약을 취소하지 않으면 표값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이다. 세계 최대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미국 철도여객공사 (Amtrak·암트랙)에 따르면 지난 3년간 (2013~15년) 미국 전역에서 암트랙 열차표를 예약한 9587만여 명 중 '노쇼 고객'은 3% (287만여 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1인당 최대 12장으로 돼 있는 온라인 예매 한도를 줄이고 위약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위약금 인상이나 중복 예약 제한 등의 개선 조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철도·버스와 같은 공공 서비스에서 '노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선진국처럼 강력한 취소 수수료 정책을 펴지 않으면 내년 설에도 노쇼 대란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