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운영체제에 대한 불만도 토로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총ㅇ회 공식 개막일에 맞춰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떤 지도자들보다도 앞장서 국제 인권문제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또 임기를 마친 뒤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북한 화해를 위한 노력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도 밝히며 다시 한 번 애매한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은 제71차 유엔총회 공식 개막일인 13일(현지시간)에 맞춰 게재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해온 소회를 털어놓았다.
반 총장은 퇴임 후 계획에 대해 한국으로 돌아가 일반 시민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의 화해를 증진시키는 일에 “(spare no efforts)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반 총장은 자신이 임기동안 지나치게 소심한 행보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말한다. 세계 인권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어떤 서방 지도자들보다 인권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나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사람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반 총장은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국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 권력에 집착한다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반 총장은 오늘날 지구촌의 혼란은 국민들보다는 지도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지도자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는 것을 핵심으로 여긴다. 일단 당선되고 나면 국민들 위에 군림을 한다. 그들은 대부분 부패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 운영 체제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유엔사무총장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며, 유엔 안보리 이사국 등 입김이 센 나라의 지도자들이 결정한 사항을 유엔 사무총장이 처리해야 하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엔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유엔 자체 내에 “얼마간이라도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some reasonable decision-making process)”이 있다면 유엔은 훨씬 효율적인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또한 유엔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반대를 할 경우 나머지 다른 모든 나라들이 찬성하는 결정도 이행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그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이나 되는 21세기에 그런 일이 정당하고 합리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반 총장은 기후변화 대책과 빈곤퇴치 문제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내가 당장 백 여 개의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과를 따기를 원한다면 가서 사과나무를 흔들어야 한다”라면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엔 총장으로서의 회고록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몇 년 후 어느 날” 가능한 일이라면서 “지금은 당장 책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내가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