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동영 의장의 최대현안은 열린우리당 내에서의 주도권 장악. 그러나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정의장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도 많다.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곳곳에 포진한 당내 ‘대권주자’들.당의장 경선에 도전, 접전을 치렀던 언론계 선배이자 정계 선배인 이부영 중앙상임위원이 당내에선 나름대로 자기지분을 갖고 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우리당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순간부터 떨어지는 일없이 같이 행동하고 있는 이부영 의원을 비롯한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 ‘독수리 5형제’의 향후 행보가 정의장으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동영 의장은 2선으로 물러난 김원기 고문과의 관계 역시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정의장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는 김근태 원내대표로 보인다.사실 정의장으로서는 임시국회 소집문제나 여야 정당대표 회동 등에 있어, 원내전략에 대해 전권을 갖고 있는 김대표의 발언권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실제 김대표는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 당론과 상반되는 ‘반대의사’를 일관되게 표명, 정의장과의 ‘분열양상’을 빚어왔다.
물론 김대표는 지난 12일 그간 펼쳐왔던 파병반대 주장을 접고, 정부안을 수용키로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원내 대표로서 의총에서 정책결정을 하고, 의견을 통합시켜야 될 책임이 있는 입장에 서있다”며 “정치인 개인 입장과 원내대표 입장이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대표 책임론’을 강조하며 파병안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말미에 “아시겠지만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는) 개인적 소신은 확고하다”고 소신과 당론의 괴리를 설명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파병안 찬성당론이 결정되자 대표직 사퇴를 고민했다는 후문은 소신과 당론의 괴리로 인한 김 대표의 고민의 일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표는 “우리당이 찬성당론을 정한 마당에 원내대표가 사표를 내고 반대표를 던지면 야당에서 `‘이중플레이’로 보지 않겠느냐”는 측근들의 지적에 결국 소신을 접기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정의장-노대통령과의 ‘차별성’을 유지, 당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았던 ‘김대표의 우리당 탈당설’ 역시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스스로 유포한 것이 아니냐는 후문이다.정의장 체제로 인해 우리당 내부에서 입지가 크게 위축된 김대표로서는 ‘대권의 꿈’을 위해 ‘포스트 노무현’으로 굳어지고 있는 정의장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이와 관련 김대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정의장하고 견해차, 갈등이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과거처럼 1인 보스의 생각이 당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수렴·통합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파병안 조기처리를 주도해 온 정 의장도 “우리당은 원내중심 정당으로 나와 김대표는 역할분담을 하고 있으며 파병안 등 원내문제는 김 대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갈등설을 부인했다.그러나 당내 주도권을 놓고 벌어질 정의장과 김대표간 보이지 않는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니겠느냐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그 핵심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의장이 정치력과 정책능력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향후 빚어질 당내 주도권 경쟁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민생현장 방문으로 야당과 차별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 ‘이벤트 정치에 너무 쏠리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더욱이 야당의 비난공세에 대응하는 모습이 어딘가 불안한 듯 비춰지고 있어 ‘정책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돈다”고 전했다.
결국 우리당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정의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김대표를 비롯한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고, 현재로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대표와 정의장간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당내 핵심 주류인 신기남 상임위원과 천정배 의원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정의장 체제가 당장 위기에 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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