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반기문 경선이냐, 본선 직행이냐?
[외고]반기문 경선이냐, 본선 직행이냐?
  • 일요서울
  • 입력 2016-09-09 20:51
  • 승인 2016.09.09 20:51
  • 호수 115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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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민주-문재인, 국민의당-안철수, 사실상 대선 후보
- 새누리당, 1차 예선 후 반기문과 결선 경선론 대두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마다 주요 후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이미 지난 5월 대선출마 결심을 밝힌 바 있다. 반기문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당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홍보비 리베이트로 홍역을 치렀지만 지난 8월 광주를 찾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2위권 주자들인 김무성, 남경필, 오세훈, 유승민, 원희룡 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선 행보에 들어섰다. 야권도 김부겸, 손학규, 안희정, 이재명 등 대선 주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주요 정당마다 대선 주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지난 4월 총선의 민심은 3당체제 구축으로 드러났다. 더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6.7%를 얻어 더민주당(25.5%)을 제쳤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예기치 않게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더민주당 승리의 1등 공신은 김종인 전 대표이지만 문재인은 그를 영입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 승리의 발판을 닦았다. 따라서 더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곧 문재인의 승리이다. 이는 곧 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인정한 것이나 진배없다. 이를 입증하듯 국회의장 후보 선거, 시도당위원장 선거, 전당대회에서 잇따라 범주류가 승리했다.

국민의당은 출발부터 사실상 ‘안철수의 당’으로 시작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호남 석권, 서울 2곳으로 나타났지만 정당투표에서는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췄다. 이는 곧 안철수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총선 후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공동대표를 사임했지만 국민의당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의 당’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당내에는 딱히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다. 따라서 안철수는 사실상 국민의당 대선 후보다.  

새누리당 반기문이냐, 아니냐

두 야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아직 대선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반기문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25%를 기록 문재인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에 비해 반기문을 제외한 다른 여권 주자들은 5% 전후에 머물러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로 보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도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반기문의 지지도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한국을 떠난 지 꼭 10년이다. 따라서 국내정치를 경험하지 못했을 뿐더러 사회맥락에 취약하다.

UN사무총장 덕에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누리고 있지만 국민들은 반기문이 산적한 국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반기문은 또한 고향인 충청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로 원심력이 작용할 수도 있다. 젊은층의 선호도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어서 여권의 필승카드인지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반기문이 여권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결국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는 반기문이냐 아니냐로 1차 질문으로 정리될 수 있다. 만약 반기문이 아니라면 누가 대선 후보가 될지가 2차 질문이다. 대선은 당내 경선이든 본선이든 지역구도가 핵심 요인이고 세대효과가 보조 요인이다.

경선이나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특정 지역의 몰표가 가능해야 하고 2,30대 젊은층의 자발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TK 출신으로 2,30대에서 강점이 있는 유승민이 비교적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유승민이 남경필, 원희룡 등과 연대한다면 반기문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반기문, 검증피하기가 경선전략?

이러한 여건에서 반기문의 경선전략은 무엇인가. 당내 안팎에서는 반기문 없는 여권 내 2위권 주자끼리 1차 예선을 치르고, 승자와 반기문의 최종 경선을 치르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혹독한 검증과정을 생략하고 본선 경쟁력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다. 반기문이 1차 예선에 참여하게 되면 김무성, 남경필, 오세훈, 유승민, 원희룡 등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게 되고 경선에서 승리하더라고도 상처투성이인 채로 본선에 오르기 때문이다.

반기문은 내심 본선에 직행하여 야권 주자들과 단 한 번의 전투로 승부를 내고 싶어 할 것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백번 양보해도 모든 주자가 맞붙는 당내 경선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 없는 1차 예선은 김빠진 맥주가 되기 십상이다. 또 검증은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자칫 본선에서 치명적 약점이 노출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새누리당과 반기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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