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후폭풍’, 어디까지 퍼지나
한진해운 ‘후폭풍’, 어디까지 퍼지나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9-09 20:44
  • 승인 2016.09.09 20:44
  • 호수 1167
  • 5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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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물류업 이어 건설·식품회사 ‘휘청’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법정관리 결정으로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당초 예상됐던 해운·물류업 등 관련업계는 물론 건설사와 식품회사까지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관련업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관계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 발(發) 물류대란’의 불똥이 해외에서 플랜트 공사 중인 국내 건설사에도 튈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사는 “현재 한진해운을 이용해 기자재를 운반하는 현장 몇 군데가 있는데 이번 사태로 기자재 도착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다른 곳에서 기자재를 구매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건설사의 경우 주로 해외 플랜트 공사에 들어가는 기자재를 조달하기 위해 해운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마다 세부 규정과 계약 내용이 달라 건설사들도 진출국에 따라 이용하는 해운회사가 다르다.

예컨대 모로코에서는 반드시 유럽산 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카타르에서는 한국산 자재를 이용해야 하는 식이다.

특히 한진해운은 국내 기업이라 국내 건설사들이 외국 해운사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카타르 등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들은 한진해운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한진해운 매출의 92%가 컨테이너 부문인데다, 이 회사를 이용하는 국내 건설사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랜트 공사 부품은 특수 장비가 많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컨테이너선보다 벌크선을 주로 이용한다.

앞서 부산지역 해운·물류업과 선용품 공급업 등 관련 업계를 포함해 제조업계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운·물류 이어
제조업까지 타격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1일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상황을 긴급 모니터링한 결과 부산항 환적화물 이탈과 국적 선사 부족에 따른 외국 선사의 영향력 확대와 운임 상승, 입항 선박 감소에 따른 선용품, 한진해운에 기 납품된 각종 선용품에 대한 미수금 회수 불가, 제조업계 납기 지연 등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조업체의 경우 물량의 절반을 한진해운을 통해 유럽 등으로 운반하고 있어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당장 시급한 물량을 외국 선사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운임을 30%가량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기업들의 경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 긴급 지원대책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해운 대리점, 선용품 공급 등 협력업체의 경제손실과 자동차·부품, 철강 등 산업계의 수출입 물류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지원 창구를 일원화해 신속한 금융·세제, 화물운송 지원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예선업체들에게도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일감을 따내지 못한 트레일러 기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울상 짓는 예선업체
컨테이너 기사들

한국예선업협동조합과 화물연대 컨테이너지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 예선업체들의 미수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탓에 부산지역 예선업체들이 받지 못한 미수금은 약 12억 원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예선이란 자체 항행력이 없는 부선이나 항행력이 있어도 일시 사용하지 않는 선박을 지정된 장소까지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이동시키는 선박을 말한다.

중소 예선 업체들의 재정상태를 감안할 때 미수금 12억 원은 상당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회사 운영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이 예선 서비스를 요청하면 화물을 받아야 하는 중소 업체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트레일러 기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지 못하거나, 배가 항구에 들어오는 것조차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운반해야 할 화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규모가 작은 트레일러 운반업체들은 인력감축에 들어갔고, 일자리를 잃은 기사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진해운과 컨테이너 운반 계약을 맺은 트레일러 중 일부는 며칠째 일감이 없어 터미널 근처에서 기약 없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환적 화물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트레일러 기사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컨테이너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입 차량 기사들은 할부금을 보통 적게 내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 매달 200만 원가량, 많이 내는 차는 400만 원까지 내고 있어 기사들이 죽을 지경”이라면서 “문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0월 이후로 내년까지 많은 기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분야도 발만 동동
물류비용 추가로 물어야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분야 수출·입 업체들의 경우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닥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따르면 식품업체인 D사는 이번 한진해운 사태의 파장으로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김치와 전분 등이 해외 현지 터미널에 억류되거나 선박이 억류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따라 약 600만 달러어치의 납기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약 25만 달러의 추가비용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선적된 신선제품 등은 유통기한 임박으로 제품을 폐기해야 할 지경에 처했으며 이에 따라 바이어에게 해당 제품을 재생산 및 재선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컨테이너 보관료, 이적료 등 물류비용도 추가로 물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 관련 물류동향을 보더라도 화주들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업체들은 식품분야라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김 등 식품분야 6개 기업의 제품이 현재 한진해운 선박에 선적돼 있으며 일반제품에 비해 유효기간이 짧은 만큼 조속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피해로 번질 전망이다.

식품은 통상 3개월의 유효기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우 현지 통관 및 검사에 3주 정도가 걸리는 만큼 정상 운송되더라도 실제 유통기간이 2개월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260TEU 분량의 폭죽에 대한 관리문제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미주노선, 중국-유럽노선의 한진해운 선박 중 중국에서 선적된 폭죽 260TEU가 나뉘어 적재된 채 운항 중이거나 압류·억류 및 목적지 외항에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죽 등 위험물은 한진해운 등 얼마 안 되는 선사만 운송할 수 있는데 외항대기나 압류·억류기간이 길어지면 고열 등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대부분 중소기업인 물류(포워더)업체들의 경우 화물을 부두나 선박에서 빼내기 위해 보증금이 필요한데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포워더들은 운임수입이 없어진 데다 중국의 경우 화물 반출을 위해 컨테이너당 2만 위안 전후의 보증금을 내야 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지난 8일 기준)는 총 219개사로 220건을 차지해 전날보다 26.8% 증가했다. 신고 화물금액도 약 1억 달러로 집계됐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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