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관, 이규호, 정기선, 박서원, 이재용 등 혼기는 꽉 찼는데…
정용진·임세령 등 이혼 아픔 겪은 이도, 스캔들에 휘말린 이도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매해 추석이 돌아오면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같은 질문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혼기가 꽉 찬 이들이 1위로 고르는 답은 대부분 “너는 결혼 언제 할래?”로 입을 모으곤 한다. 민족대명절인 만큼 일가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집안 어른들의 관심사가 결혼이나 출산 등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집중돼 부담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재벌가라 해도 그런 면에서는 별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3·40대의 젊은 재벌가 후계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혼사’를 묻는 질문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더욱이 이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스캔들이나 이혼 등의 사례도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눈치 보는 일이 늘어나는 경우가 다수 포착된다. 일요서울은 추석을 맞아 아직도 ‘너는 결혼 언제 할래’ 라는 질문을 받을 재계 2·3세들이 누가 있는지 찾아봤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다 보면, 무심결에 던진 말 한 마디가 상대에게 비수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추석에 직장인과 구직자 1786명을 대상으로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봉은 얼마나 받니? 먹고 살 만해?’(16.5%), ‘돈은 얼마나 모았니?’(9.6%)와 같은 경제 상황과 관련된 말이 상위에 올랐지만, 직장인(1012명 대상) 단연 1위는 ‘사귀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28.3%)가 차지했다.
경제적인 이유 혹은 싱글의 삶을 즐기려는 생각에 결혼을 늦추는 경우가 많지만, 무작정 결혼을 종용하는 주위의 발언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것이 사람인의 해석이다.
또 ‘몸 관리도 좀 해야지’(9.5%), ‘아직도 그 회사 다니니? 이직 안 해?’(4.6%), ‘네가 몇 살이지?’(3.9%),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은 있니?’(3.9%), ‘그러다 애는 언제 가지려고?’(3.9%) 등의 응답도 이어졌다.
이러한 질문들을 재벌가에 대입해보면 사실상 ‘아직도 그 회사 다니니?’, ‘돈은 얼마나 모았니?’, ‘연봉은 얼마? 먹고 살 만하니?’ 등의 질문은 무의미해 보인다. 경쟁사로 이직할 일도, 자신의 연봉이 적어 걱정을 해야 하는 일도, 돈을 모으지 못해 우울해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한 가지, ‘만나는 친구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다. 이들의 연애나 결혼은 세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일이 많다보니 더욱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혼기가 가득차고 넘치는 재벌가의 젊은 경영인들을 살펴보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또 범삼성가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등이 아직 이른바 재계 혼맥지도를 그리지 않았다.
반대로 혼인한 인사를 보면,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은 이생그룹 박용욱 회장의 딸 효원 씨와 결혼했다. 허준홍 GS칼텍스 전무는 유승지 홈텍스타일코리아 회장 딸인 유재상 씨와 결혼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남편 김재열(47)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은 전 동아일보 고(故) 김병만 전 회장의 아들이다. 허서홍 GS에너지 상무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장녀인 정현 씨와 화촉을 밝혔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남편은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이고,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중학교 동창 김현정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은 일찌감치 ‘결혼 종용’의 늪에서 벗어난 꼴이다.
특히 미혼인 이들 가운데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스캔들이 나면서 결혼 여부에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이도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집안 어른들뿐만 아니라, 재계를 넘어 세간에서도 종종 ‘결혼 언제 한대?’라며 화제가 되기도 한다.
먼저 이혼했던 이들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세령 대상 상무와 1998년 결혼했으나 2009년 11년 만에 이혼했다.
아울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고현정 씨는 배우와 재벌가의 사랑으로 화제를 모으며 1995년 결혼했지만 8년 만인 2003년 이혼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도 파경에 이르렀다.
박서원 두산 전무는 지난 2005년 LS가(家) 구원희 씨와 결혼했지만 2010년 이혼했다. 구원희 씨는 LS그룹 구자홍 회장의 동생 구자철 한성그룹 회장의 장녀다. 1999년 애경개발 채승석 부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한성주와 결혼했다 10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스캔들이 터지면서 이목을 끈 주인공도 있다. 배우 이정재와 대상그룹 임세령 상무는 지난 1월 공개적으로 연인임을 밝힌 뒤 줄곧 결혼설에 대한 풍문이 언급되고 있다. 또 다른 재벌가인 A씨는 여자친구에게 벤츠 승용차, 휴대전화 등 선물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결혼설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한편 올해 추석이 돌아오기 전, 부모님들의 ‘결혼 언제 할래?’라는 질문에 확실한 답을 한 이들도 눈에 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는 지난 4월 그룹 코리아나 이용규 씨의 딸과 10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선호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내가 어찌 될 지 모르니 빨리 가정을 꾸리라”고 결혼을 서두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의 외손자가 되는,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씨는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의 차녀 수연씨와 지난 4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화촉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도 재벌가 후계자들이 혼맥 지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지, 어떤 러브스토리를 써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는 가뜩이나 머리 아픈 재계를 조금은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