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차 출고 밀린 완성차 업계, 주문 증가에 함박웃음 중
조선지회 “인력 유출되면 불황 극복기에 도태된다” 반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추석을 맞이한 산업계의 반응이 다채롭다. ‘명절특근’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업계가 있는가 하면 긴 연휴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업계도 있다. 밤새 특근을 하는 업종은 단연 국내 완성차 자동차 업계다.
출고 대기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 과거 추석 때와 달리 일찌감치 노사협상을 마무리한 덕에 이번 추석은 여유롭다. 반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울상이다. 물량이 줄어들어 자체 수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도미노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때문에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조선사들도 늘었다. 일부 종사자들은 임금 체불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추석연휴를 맞이하는 산업계 종사자들의 명암을 들여다본다.
올해 추석은 회사에 따라 최대 9일간의 짜릿한 휴식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추석휴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휴가를 직장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현장이 국내 완성차 업계다.
최근 출시된 신차들이 인기를 끌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분주한 추석연휴를 맞고 있다. 일부 공장에서는 연휴도 반납한 채 특근을 하는 등 생산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다.
추석 특근…즐거운 비명
여기에 노사 간에 벌인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합의점을 원만히 해결하면서 하반기 신차 생산과 판매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한 쌍용차는 지난달 26~27일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1%의 찬성률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쌍용차는 2010년부터 7년 연속 무분규 협상을 실현했다. 노사는 기본급 5만 원 인상, 생산 장려금 400만 원 지급, 고용안정을 위한 미래발전 전망 협약 체결 등에 합의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6일 임단협 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2년 연속 무분규 협상이다. 노사는 기본급 3만1200원 인상, 생산성 격려금 150%, 이익배분 선지급 200만원, 인센티브 750만 원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한국지엠 노사도 잠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사는 6일 열린 30차 교섭에서 기본급 8만원 인상, 격려금 650만 원(타결 즉시 지급), 성과급 450만 원(연말 지급)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4월 26일 첫 상견례 이후 무려 30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한 결과다.
추석 반갑지 않아 ‘울상’
반면, 추석을 앞두고 생계마저 걱정해야 하는 조선업 근로자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지회장 고민철)는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TX조선해양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하루 앞선 26일 임금·단체협상에서 휴가비·명절상여금 삭감과 함께 740명 인력감축안을 제시했다. 지회는 임금삭감과 인력 구조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민철 지회장은 “STX조선해양은 2013년 자율협약 당시 직원 1438명이 사실상 구조 조정된 바 있다”며 “잔업·특근 없이 기본급만 받으면서 직원들의 생활고가 고조되는 상황인 만큼 더 이상의 임금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회는 STX조선해양의 노무비가 매출원가의 1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이 기업회생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회는 “인력 구조조정을 앞세운 회사 회생안이 실행되면 이후 기대되는 조선업종 불황 극복기에 더욱 도태되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회사는 총고용을 보장하고 적극적인 수주물량 확보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와 지회는 경상남도와 창원시에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사측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해운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부랴부랴 임금체불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내놨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일 밝힌 임금체불 현황 및 대책에 따르면 8월 말까지 체불총액이 9471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이중 조선업종 체불임금은 5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29억 원) 대비 60%(197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체불 근로자 수도 지난해 7345명에서 1만1746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해운업 관련 종사자들의 임금체불도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되거나 입항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부산 항만에서는 하역업체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체불임금에 대비 ‘체불임금 청산지원 협의체’를 구성하고, 10명 이상 집단 체불이 발생할 경우 청산 지원을 하는 등의 대책을 밝힌 바 있다. 해운업도 임금체불이 급증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해운업을 포함한 각 업종별 체불임금을 정부가 1인당 300만원 한도에서 먼저 지급한 후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협력업체 등 체불임금 사업주에게 체불액의 3배에 달하는 징벌적 부과금과 지연이자를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처벌도 요구했다.
하 의원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석을 앞두고 해운업 등 체불임금 문제에 대해 고용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