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회사가 무엇을 파는지를 아는 시점은 극의 마지막 부분 퇴근시간, 그들이 60살이 되었을 때이다. 그것도 우연히 땅에 떨어져 뒤집혀진 엽서를 통해 스웨터를 판다는 문구를 처음 발견한다. 그토록 많은 시간 자신들이 타이핑하던 그 엽서 바로 뒷면이었다. 그리고 그리 놀라지 않는다. 시간에 짜여지고 노예가 된 삶, 원하지 않았던 종속된 객체로서의 무기력한 그들의 삶이, 반복된 일상의 허당 속에서 바람처럼 잠식되어간 것이다. 그 뜨겁던 젊은 시절, 그들이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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