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관리인 3인방’
검찰이 최근 추가로 발견한 106억원은 5공때 청와대 비서관이나 재무관 등을 지낸 전씨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손삼수, 장해석, 김철기씨 등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발견됐다.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3명의 계좌에 각각 25억∼41억원씩 입금된 뒤 작년 4월까지 관리,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작년 2∼4월 사이 이들 3명이 관리한 자금에서 전씨의 연희동 사저수리비(3,000만원)와 연하장 인쇄비(1,000만원), 법원의 추징금 징수명령과 관련된 변호사 선임비(2,000만원)등으로 6,000만원이 지출된 사실도 파악했다.검찰은 이 돈 중 6,000만원이 전씨와 관련돼 사용된 점과 이들 비자금 관리인이 각각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운용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이 돈이 전씨의 비자금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삼수, 제2의 장세동
검찰이 전씨 비자금의 관리인으로 지목,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3명은 모두 전씨의 재임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인물들로 지난 96년 전씨의 비자금 사건에서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들 중 최근 검찰조사를 받은 손씨는 육사 33기 출신으로 전씨가 79년 보안사령관 재직시 부관을 지냈고 5공시절 청와대 비서관과 제1부속실장을 역임하는 등 ‘전두환의 그림자’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오랜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 손씨는 전씨의 퇴임이후에도 늘 곁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씨는 지난 96년 전씨의 비자금 수사에서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전씨가 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친인척과 아는 사람 등을 총동원해 비자금을 변칙 실명화했는데 손씨도 여기에 연루됐다. 손씨는 전씨의 지시로 산업금융채권 14억원어치를 자신의 장모, 형, 형수, 형의 장모 등을 동원해 실명화하고 현금 21억원으로 상환받아 전씨에게 전달했다.
특히 손씨는 지난 2000년 전씨 소유의 벤츠를 법원이 경매에 붙였을 때 9,500만원에 낙찰 받았다. 당시 그는 “5·18단체 등에서 차를 사들여 이상한 플래카드를 내걸고 다닐 거라는 말이 나돌아 독자적인 판단으로 경매에 참여하게 됐다”며 “1억원이 작은 돈이 아니겠지만, 더 중요한 가치는 의리다”라고 말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손씨는 최근 검찰이 재용씨가 관리한 167억원의 괴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이름이 거론됐다. 손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오알솔루션즈코리아는 전씨의 차남 재용씨가 소유했던 회사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해 10월 27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는 검찰이 재용씨의 괴자금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던 시점이다. 이에 검찰은 손씨가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된 경위와 자금출처를 파악 중에 있다. 그러나 손씨는 최근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관리한 돈은 전씨 비자금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해석씨가 비자금의 핵심?
검찰은 또 전씨의 비자금 관리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청와대 경호실 재무비서관 출신의 장해석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씨 비자금으로 추정하고 있는 106억원중 42억원을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난 장씨는 ROTC 11기로 5공시절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다 퇴임후 전씨의 공식비서관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특히 지난 96년 전씨 비자금 수사에서도 깊숙이 관련됐다. 전씨가 쌍용그룹의 김석원 회장에게 사달라고 부탁한 무기명 채권을 전달한 장본인이다. 장씨는 또 쌍용측이 협력사 대표의 명의를 빌려 채권을 현금화한 뒤 쌍용양회의 경리부 금고에 쌓아둔 돈을 4차례에 걸쳐 승용차로 운반했던 인물이다. 전씨가 구속수감됐을 당시에도 장씨는 전씨의 아들과 함께 교도소를 방문하는 등 늘 곁에서 전씨를 보필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재용씨 괴자금을 수사하던 중 장씨가 관리하던 계좌를 발견해내며 다시 전씨 비자금과 관련, 이름이 거론됐다.
검찰이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 중 일부가 장씨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것. 검찰관계자는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73억5,000만원이 전씨의 측근인 장씨가 관리하던 계좌에서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돈은 전씨의 비자금으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장씨가 관리하던 이 계좌는 96년 전두환씨 비자금 수사 때 이미 전씨와 측근들도 실체를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전씨의 재임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철기씨도 40억원의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씨와 김씨는 재용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경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시장을 통해 수사망이 점점 자신들을 향해 좁혀져오자 출국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두 사람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106억원의 돈 중 사용처가 확인된 6,000만원 외에 나머지 돈의 용처 또는 보관처를 찾기 위해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100억원 중 상당액이 전씨의 친·인척에게 흘러들어간 흔적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전씨는 검찰의 19일 방문조사에서 손씨가 관리한 자금에 대해서는 장인인 “이규동씨가 준 돈”이라고 주장했으며 장씨와 김씨가 관리한 돈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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