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터되면 남자 스카우트 할 거예요”
“스카우터되면 남자 스카우트 할 거예요”
  • 신혜숙 
  • 입력 2007-11-01 16:28
  • 승인 2007.11.0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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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카우트>의 엄지원

‘엄지원은 뽀뽀중독자?’
단아한 이미지의 여배우 엄지원이 뽀뽀를 밝히는 여대생으로 ‘돌변’했다. 괴물투수 선동열의 스카우트 비화를 그린 영화 <스카우트>에서다. 70~80년대가 배경인데다 최강 코믹배우 임창정과 호흡을 맞췄다니 절로 기대감이 ‘업’된다. 우아함 뒤에 감춰뒀던 귀여운 표정을 꺼내든 엄지원을 <스카우트> 제작보고회에서 만났다.


배우와 작품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면 엄지원은 올해 그 인연을 만난 듯하다. 과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탄탄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카우트>가 인연의 주인공. 출연을 고사했으나 꿈에서까지 나타난 작품이라니 이보다 강한 인연이 있을까 싶다.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봤는데 내가 할 만한 역할이 아닌 것 같아 몇 차례 고사했다. 그러다 꿈에 영화가 나와서 제작사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을 번복했다. 지금 생각해도 하길 잘했다.(웃음)”

1980년. 광주일고 3학년 괴물투수 ‘선동열’을 영입하기 위한 스카우터 호창(임창정)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 <스카우트>에서 엄지원은 호창의 대학후배이자 첫사랑 ‘세영’을 연기한다. 호창과 시도 때도 없이 뽀뽀하며 닭살애정을 과시하던 운동권 여대생 세영은 액션 배우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하고 두 사람은 7년 뒤 광주에서 재회한다.


<주홍글씨>의 수현, 실제성격과 닮아

발랄하고 순수하면서도 시민운동을 할 정도로 진취적인 세영은 엄지원이 그동안 <주홍글씨> <극장전> <가을로> 등에서 연기한 수동적이고 얌전한 여성과 상반된 캐릭터. 때문에 엄지원은 출연을 고사할 만큼 고민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이 샘솟았다. 영화 <똥개>에서 당찬 부산아가씨 ‘정애’를 깔끔하게 소화했던 엄지원을 떠올리면 헛된 자신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주홍글씨>의 ‘수현’이 실제 내 성격과 많이 달라서 선택했는데 이후 비슷한 역할 제의만 들어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잘 할 수 있는데 아무도 그런 캐릭터를 안 맡겨주더라.(웃음) 지금까지 한 역할 가운데 가장 밝은 세영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로 촬영에 임했다.”

다부진 각오로 연기한 만큼 만족도 크다. 엄지원은 “대학생 시절 분량이 많진 않지만 내가 봐도 입 꼬리가 올라갈 만큼 귀엽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김현석 감독도 “세영이 엄지원의 기존 이미지와 다른 밝은 캐릭터라 캐스팅했다. 많이 웃길 것이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엄지원이 세영을 보다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는 상대배우 임창정의 도움이 컸다. 촬영장에서 쉴 새 없이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를 내놓는 임창정 덕분에 긴장을 덜고 연기를 즐길 수 있었던 것.


임창정 덕분에 긴장 덜고 연기에 몰입

그 중에서도 일명 ‘덤 앤 더머 뽀뽀신’에서 임창정과 엄지원의 연기호흡은 빛을 발한다. 호창과 세영이 집 앞 계단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진 사람에게 뽀뽀해주는 이 장면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코믹하고 순수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엄지원의 사랑스러운 표정이 압권.

“원래는 대본에 없던 장면인데 임창정씨의 아이디어로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졌다. 가위바위보 합도 맞추지 않고 리허설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는데 한번 만에 OK이 사인이 나더라. 그 장면이 임창정씨와의 첫 촬영이었다.(웃음)”

<스카우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믹하지만 1980년 5월 8일에서 17일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 직전이 배경이다 보니 이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엄지원 역시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영화를 보면 더 좋다”고 전제하면서도 “<스카우트>는 1980년대를 살았던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말로 정치적인 부분보다 멜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인터뷰 말미, 차분한 목소리로 “재미있거나 감동받았다는 분은 있을지 몰라도 재미없거나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을 없을 것 같다”며 <스카우트> 개봉 소감을 남긴 엄지원. 역시 그녀에겐 단아한 모습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영을 닮은 발랄함과 솔직함이 매력을 발산한다.

“만약 스카우터가 된다면 남자를 스카우트하고 싶다. 굳이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면…그래, 브래드 피트가 좋을 것 같다.”

신혜숙  tomboyshs@yy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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