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제도, 전국으로 확산되나
청년수당 제도, 전국으로 확산되나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9-03 00:41
  • 승인 2016.09.03 00:41
  • 호수 1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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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지적 불구 京畿道도 ‘청년구직지원금’ 도입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성남시의 ‘청년배당’,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유사한 청년지원금정책을 경기도에서도 실시할 계획임에 따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성남시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도 정부가 ‘청년수당’ 제도를 반대하자 대법원 소송전까지 벌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청년 구직자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실상의 청년수당 정책을 도입한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와 지방의 대립구도가 새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청년수당’을 반대하는 이유와 논란의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 동안 한 달에 50만 원씩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강행한 데 이어 경기도가 일명 ‘청년구직지원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명칭은 ‘청년구직지원금’이지만 취지와 내용 면에서 서울시의 사업과 유사성을 띠고 있어 ‘경기도형 청년수당’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기도는 도내의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저소득층 가구에 속하거나 장기 미취업 상태인 구직자 5천 명에게 1인당 연간 300만 원의 자기계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를 취소시킨 바 있기 때문에 경기도의 청년수당 제도 역시 복지부에 의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청년수당 실시를 강행하려는 성남시와 서울시 수장과는 달리 경기도의 경우 집권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내놓은 제도여서 복지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복지부가 최소 결정을 내릴 경우 경기도 역시 성남ㆍ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에 제소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경기도의회는 이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표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유사한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경기도가 실시하려는 청년수당 제도의 취지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고용노동부는 최근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참여자 2만4천 명에게 1인당 최대 60만 원의 구직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 제소가 받아들여진다면야

경기도가 이러한 청년정책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자 청년수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부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수당 혹은 유사 사업의 도입에 대해 “아직은 언급하기 힘들다”,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해당 사업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데다 중앙정부와 법적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 사업 도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수도권 이외의 지자체는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서울시처럼 청년수당 같은 지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사실상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7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는 “서울은 지금 돈이 남아돌아서 공짜로 청년들에게 돈을 나눠준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40%대에 불과한 경남은 ‘공돈’을 나눠주려면 정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타 지자체 역시 서울시가 청년수당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어 도입에 미온적이다. 이들 지자체는 청년수당 제도 도입보다는 ‘청년멘토’ ‘청년인턴’ 등의 이름으로 자체적인 청년지원 정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대법원이 청년수당 지급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나선다면 상황은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지자체도 있다. 따라서 성남시와 서울시가 제기한 소송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청년수당의 전국 확산 여부가 걸려있는 셈이다.

일단 시행 vs 그 돈으로 일자리 창출

청년수당 논란을 지켜보는 청년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이들은 대체로 청년수당 제도 자체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제도 실시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또한 청년수당 제도가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혜화동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일단은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완벽한 정책이라는 게 있을 수 있나.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시도는 해보는 게 좋다”며 청년수당 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취업이 되지 않아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다는 성북동의 윤모(32)씨는 “청년수당을 받으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알바도 해야 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이어 “재정만 허락한다면 청년수당과 같은 지원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는 돈이 많으니 지원해줄 수 있는 만큼 청년들에게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혜화동에 거주하는 전모(27)씨는 “활동을 못하는 청년이라면 몰라도 취업을 못했다는 이유로 다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성북동의 최모(28)씨 역시 “청년수당을 지급할 예산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해외에서 일하며 공부하려는 청년들에게 비행기값이라도 일부 지원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 청년들의 반응 역시 엇갈리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정모(26)씨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은 정부가 정해놓은 스케줄에 맞춰서 해야 하기 때문에 수동적이며 제도 자체를 자세히 알아보면 쓸모없고 도움이 되지 않아 예산만 애매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수당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칫 저소득층 예산 잠식 가능

반면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주모(28)씨는 “청년수당은 예산낭비다. 그 예산으로 차라리 정말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거나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주 씨는 또 “청년 취업 문제의 근본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청년수당 제도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가 자칫 지방자치단체들의 포퓰리즘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지자체의 성장 예산이나 저소득층 예산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 때문에 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지원 대상이 중복되어 정책이 충돌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황성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부 청년만을 선발해서 돈을 주려는 청년수당 제도는 기준과 방식을 아무리 설계해도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년수당 제도가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역시 “청년수당은 그렇지 않아도 긴 취업 소요 기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일자리는 변함이 없는데 소요시간만 늘리는 정책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어떤 객관적 기준도 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불수용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사회보장제도 신설ㆍ변경 협의 운용지침에 의하면 대상자와 급여ㆍ전달체계 등이 적절한지, 재정부담과 재원조달상 문제는 없는지, 사업의 효과나 성과목표 등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종합 판단해 수용ㆍ불수용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박 실장은 “다수 지자체장들이 자신을 정치인으로 착각한다”고 지적하고 “정치적 야욕을 취하려는 지자체장에게 복지사업은 좋은 이슈거리이자 아이템이다. 지자체장은 주민들에게 퍼주려고 하는데 정부는 이를 말리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라며 지자체장들의 인기 영합적 행태를 비판했다.

박 실장은 또한 외국에서도 청년수당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일부 지자체장의 주장에 대해 “한 나라의 지방자치나 분권의 수준, 중앙·지방정부와의 관계에는 정답이 없다. 각 나라마다 제도적 환경과 지형적 구조, 민족 구성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기능이 구분되어 있고 지자체가 중앙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면서도 통제ㆍ관리를 받고 있으며 서로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부분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실장은 “그렇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국가이면서 구성원 간 동질성이 강하고 지자체 간 인접성이 높은 특성을 지닌 우리에 맞는 지방분권의 적정 수준, 중앙·지방정부 간 기능분담 기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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