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①] 공기업, ‘툭’하면 논란·비리…해법은 없나
[특별기획①] 공기업, ‘툭’하면 논란·비리…해법은 없나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9-02 20:08
  • 승인 2016.09.02 20:08
  • 호수 1166
  • 3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공공기관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민영화’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부실 공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칼날을 빼들자 이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도화선이 된 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무리한 사업으로 부채가 대폭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공공기관에 정부가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방만경영 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을 비리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전력판매시장 민간 개방과 발전공기업의 주식 상장, 가스 직수입 확대, 에너지 관련 설계와 유지보수의 개방 등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사회간접자본(SOC)과 농림·수산, 문화·예술분야 기능조정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에너지 등 3개 분야 개편방안을 추가로 확정했다.

이번 조정에 따라 5개 공공기관(기초전력연구원·국립생태원·낙동강생물자원관·호남권생물자원관·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 통폐합되고 2개 기관(석탄공사·광물자원공사)의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29개 기관은 기능이 개편된다.

정부는 또 공공부문이 독과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소매) 분야 규제를 완화,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분야 신사업자들이 전기를 생산한 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현재는 개인이나 민간사업자들이 전력을 생산해도 한전을 통해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가스 도입·도매 분야도 민간직수입제도 활성화를 통해 시장 경쟁구도를 조성한 뒤 오는 2025년부터 민간에 순차적으로 문을 열기로 했다.

‘민영화’ 후폭풍 거세

해당 방안에는 공공기관 재무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 방안 중 하나로 남동발전 등 한전 발전자회사 5곳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 8곳의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역난방공사는 내년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정부는 해당 에너지 공기업의 지분 전체의 20~30% 가량을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고 정부는 51% 수준의 지분율을 보유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민영화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한 것이다. 상장 등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부채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개방을 통해 공기업의 부실을 정상화하는 한편, ‘방만경영’을 방지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 후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국민의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적자원을 민간기업과 판매경쟁하는 것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자 편익은 감소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며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개편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역할이 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가적으로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법적인 조치가 없어 언제든 또다시 민간 기업에 지분 매각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영권이 정부에 있지만, 추가적으로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회사의 경영권이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민간 개방된 공공영역에 대기업이 독과점 체제로 들어간다 할지라도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가 없고 자유롭다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개혁안에도 ‘비리’ 여전

정부가 개혁 칼날을 내세운 건 끊이지 않고 지적되는 공기업 ‘방만 경영’의 해법으로 제시한 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기업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되는 각종 비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의 비리 의혹을 포착하고 가스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지난 4월 28일~6월 13일 실지감사를 벌였으며, 현재 감사보고서 작성 등 내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가스공사 직원 30여 명은 CCTV 구매와 관련, 판매 협력업체로부터 주기적으로 술과 골프 접대, 회식비 등을 제공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스공사는 배관망 등 공급관리 시설을 감시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외부 업체로부터 CCTV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가스공사 직원들과 협력업체 사이에 오랜 유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일부 직원들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검증과 감사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오는 10월 초까지 감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스공사는 일부 간부급 사원들이 지난 8월 광복절 연휴에도 회사에 나와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스공사는 지난달 30일 비상임원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감사원 감사와 관련 조사대상 직원 중 일부 혐의가 확인된 간부 13명에 대해 지난 1일자로 전원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가스공사는 “아직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행된 이번 조치는 이례적인 것”이라며 “이번 비위 행위에 대한 공사의 엄중한 대처를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직위해제하는 동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관련 직원에 대해 징계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스공사는 집단 비리의혹과 관련해 근본적인 쇄신방안 마련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켜 가동하고 있다.

엑스코 “해도 너무하네”

지방 공기업 역시 비리의 손이 닿는 곳이다. 최근 박종만 엑스코 대표이사의 비리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비위의 종류도 다양하다. 수익금 허위정산,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 직책보조금 2배 인상 등 갖은 비리를 저질렀다. 엑스코는 각종 행사와 전시회 등을 유치하기 위해 대구시가 77.24%를 출자해 만든 지방공기업으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가 엑스코 그린에너지엑스포 사업과 식음료 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를 한 결과, 엑스코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출을 축소하고 비용을 부풀려 수익금 6억9000여만 원을 적게 허위로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행정감사규칙과 엑스코 인사관리규정에 의거해 업무추진 관련 직원들은 징계처분 등을 요구하고, 별도의 징계규정이 없는 이사에 대해서는 면직처리와 경고 조치를 하도록 했다. 관련 주무부서장에 대해서도 지도·감독 책임을 부과해 문책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 박 대표의 또 다른 비리도 연이어 밝혀졌다. 3년간 엑스코 업무용 차량을 105차례나 개인용도로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52차례는 100㎞ 이상 떨어진 자신의 고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박 대표는 엑스코 내부에 방음실을 꾸며놓고 드럼연습실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달 100만 원씩 받던 직책보조금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대구시장의 직책보조금이 90만 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라는 지적이다.

“도덕성 회복해야”

이처럼 공기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비리 및 방만 경영 백태가 도마에 오르면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 백약이 무효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까지 나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약발이 통하는 건 잠깐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등을 계속되는 공기업 비리의 원흉으로 꼽는다. 이는 특히 인사비리의 경우 이 같은 문제점이 두드러진다. 자체적인 선발시험으로 채용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중앙부처와 달리 자체 인사규정 등을 통해 저마다 다른 원칙과 방식을 적용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편법 채용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인사 채용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관별로 업무 성격을 분석한 뒤 명확한 채용·승진 자격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이들은 인사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보공개를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기업 임직원들의 ‘도덕성 회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공기업의 비리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들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도나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성원 각자가 도덕적인 마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내부통제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