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직장에서 은퇴한 김모(60대)씨는 퇴직금 5억 원가량을 대우조선해양 주식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2014년 8월께 주당 3만 원대에 주식을 매입했다가 최근 4000원대까지 떨어져 막심한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당초 김 씨는 2억 원가량의 이 회사 주식을 차례로 사들였다. 당시 대우조선 주가는 하락세였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투자 기회라고 여기고 3억 원가량을 더 투입했다. 대우조선이 우량기업인 데다 주가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지인의 추천에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말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바닥없는 추락이었다. 최근에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닥치면서 김 씨는 편한 노후 대신 재취업의 길을 택해야 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와 전직 임원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소액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 소액투자자는 “대우조선해양 주식 주가가 (매입할 당시와 비교해) 이미 반토막이 났다”면서 “다시 오를 거라는 희망을 갖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면서 “STX조선해양의 경우처럼 상장폐지된 사례가 있어서 더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투자자 정모씨는 투자회사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대형주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고 충분한 근거까지 제시하며 설명해줬다”면서 “멀리 내다보면 결국 오를 것이라고 해 사게 됐다”며 당시 투자상담사를 원망했다.
‘시총 1.2조’ 상폐 위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 2012~2014년 해양플랜트 사업이나 선박 사업에서 원가를 임의로 축소하는 방법으로 매출 2조3000억 원을 과대 계상한 혐의로 이 회사가 기소되면서다.
기소 이후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고 곧바로 거래가 정지됐다. 주식을 팔고 싶어도 매매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전직 임원들에 대한 배임, 횡령 혐의 등이 추가로 발생했고 결국 상장폐지 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오는 29일까지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이의 신청 기간 등을 거쳐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소액주주는 10만8817명으로 37.8%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약 4630억 원 규모다.
반면 상장 유지 적격성이 인정되면 거래 정지가 해제된다. 또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선기간을 부여해 거래정지 상태를 연장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에 대한 파장 등을 감안해 상장폐지보다는 개선기간 부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이 1조2000억 원 규모의 대형주인데다 1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상장폐지될 경우 대우조선 매각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며 10조 원이 넘는 선수금환급보증(RG)를 발행해 준 채권단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이 의견을 뒷받침한다. 상장폐지를 면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개선기간을 부여받게 되면 장기간 거래 정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환금성에 제한이 생기는 등 피해가 예상된다.
소액주주 잇단 소송 제기
일부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투자자 256명이 추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소송참여자는 약 700명으로 늘어났다. 소송가액도 300억 원을 넘어섰다.
대우조선은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와 당국의 감리가 시작되자 2013년 영업손익을 4409억 원 흑자에서 7784억 원 적자로, 2014년 영업손익은 4711억 원 흑자에서 7429억 원 적자로 고쳤다.
지난해 손실분이 2013~2014년도로 넘어가면서 5조 원을 웃돈 것으로 발표했던 지난해 영업손실은 2조9372억 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은 2013~2014년 매출과 당기순손익도 함께 수정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소액주주 피해자 총 437명은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지난 해 9월부터 총 5차례에 걸쳐 같은 피고들을 상대로 총 2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추락된 회계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계 업계가) 신뢰를 얻으려면 가장 먼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회계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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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