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추미애 대표 박정희·이승만 묘역 참배하며 광폭행보
더민주 추미애 대표 박정희·이승만 묘역 참배하며 광폭행보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6-09-02 19:35
  • 승인 2016.09.02 19:35
  • 호수 116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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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개혁적 보수층을 껴안으며 外延 확장 시도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 대표 체제로 재편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대야(對野)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더민주 전당대회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추 대표 선출과 관련한 논평(論評)을 내거나 추 대표가 밝힌 당 운영 구상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야당의 전당대회 결과를 놓고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하지 않는 것이 야당에 대한 존중(尊重)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民生 살리고 통합하라는 게 시대과제”
‘선명성’ 강조· 對與 강공 드라이브 예고

일단 청와대는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임기 말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대화의 손짓을 계속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 참모는 “야당 지도부가 구성됐으니 잘 협조해 나가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5월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한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정례회동은 내달 중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정상 박 대통령이 2∼9일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을 다녀오고 이후 추석 연휴가 있다는 점에서 정례회동은 9월 후반부에나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정치권과 공유한다는 명분으로 귀국 직후에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전격 초청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순방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를 다녀오는 일정이어서 회동이 성사될 경우 순방 결과 보고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 등의 안보 문제 협력을 야당에 당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필수 처리법안으로 제시된 노동개혁 4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규제개혁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청년기본법, 페이고법 등과 관련해 거듭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추 대표가 선명성을 내세우며 대여 강경노선을 이끌 경우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추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면 단호히 맞서겠다”며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해선 “당론으로 뚜렷이 하겠다”고 밝혀 여권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게다가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당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어 이 문제가 새로운 뇌관(雷管)이 될 수도 있다.

‘추미애호(號)’가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면 파열음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추 대표는 지난달 29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선명성을 내세우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추 대표는 예상외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현충탑 참배에 이어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김구 선생 묘역은 물론이고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까지 정치·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들을 두루 참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야권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산업화 시대를 부정한다”는 시비를 털어내고 중도층과 개혁적 보수층을 껴안으며 외연(外延)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추 대표가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며 민주 진영으로부터 외면받아온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파격(破格)'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야당의 ‘선명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대여(對與)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묘역 참배에는 신임지도부 전원이 참석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추경과 신임 장관 청문회, 정기국회 일정 등 현안 점검을 위해 현충탑 참배만 하고 자리를 떴다. 더민주 지도부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도부와 함께 올해 1월 이들 묘역을 참배했다. 보수층을 아우르는 김 전 대표의 정치 색채를 감안하면 이들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작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된 직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최고위원 전원이 불참해 ‘반쪽참배’에 그쳤다.

유승희 당시 최고위원은 현충원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공개적으로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등 한동안 후폭풍에 시달렸다.

안철수 전 대표도 당시 문재인 체제에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참배하기로 했으나 지도부만 참배한다는 방침에 따라 측근을 보낸 바 있다. 대신 안 전 대표는 올해 1월 국민의당 대표로서의 첫 행보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추미애 지도부의 묘역 참배는 일사불란(一絲不亂)했다. 대선을 앞두고 통합을 강조한 추 대표의 소신에 지도부도 기꺼이 동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추 대표가 “할 말은 하되, 국민통합을 위해 포용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며 묘역 참배를 제안했고, 최고위원들은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 대표의 광폭 행보는 여권에 대한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비록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긴 했지만, 산업화를 일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공(功)을 부정하지 않겠으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도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와 분열에 치중할 게 아니라 국민통합 행보를 보여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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