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미국대사관이 인근 100m에서 진행되는 집회와 시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공문을 한국 경찰에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규모 집회 등으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외교기관 인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회나 시위를 일괄 금지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한국 법원의 입장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미대사관은 지난 7월5일 키스 번(Keith Byrne) 보안국장 명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인근 집회를 단속해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대사관이 100m 이내에서 벌어지는 집회·시위를 허용하는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전거리 내에서 발생하는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는 요청도 포함돼 있다.
대사관이 100m 이내에서 벌어지는 집회·시위 일체를 금지해달라고 한 것은 한국 법원의 입장과 일정 부분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지난 6월 미국대사관 인근 집회 금지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당시 법원은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외교기관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등을 이유로 경찰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에 기초해서도 국회와 법원 100m 이내에서 벌어지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는 규제하면서도 외교기관 주변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특정 장소를 보호하는 규정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집회와 시위의 의미상 '장소'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외교기관 근처라는 이유로만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