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반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부터 두드러진 연예인들의 특정 대선후보 공개지지는 올 대선을 앞두고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명 ‘폴리테이너(정치하는 연예인)’라 일컬어지기도 하면서 지지 연예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불쾌하다는 감정도 드러내 보인다. 그런데 이런 대부분의 연예인들과는 달리 유세현장에서 물심양면으로 땀을 흘리는 ‘명물’로 꼽히는 연예인이 있다. 바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탤런트 정흥채(임꺽정)가 그 주인공이다. 임꺽정처럼 거침없이 지지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씨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선을 4개월 앞둔 가운데 특정 후보 지지연예인들의 각축전이 점차 열기를 띄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0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그간 이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 연예인으로는 단연 유인촌과 이덕화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탤런트 정흥채(임꺽정), 뽀빠이 이상용 등이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이 후보를 위해 발로 뛴 인물이다. 탤런트 이종원은 좀처럼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 후보가 2000표 차로 이겼다”며 당일 발표된 이 후보의 경선 승리 소식을 기자들에게 전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현장의 명물, 정흥채
이들 중 유세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꼽히는 탤런트 정흥채는 현장에서 ‘명물’로 통한다. 유세현장에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 후보의 지지유세뿐만 아니라 홍준표, 원희룡 후보도 나름대로 띄우기도 했다.
정씨는 “최선을 다해서 응원하며 유세현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싸우기 싫다. 함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정말 나라 살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는 과거 이 후보를 지켜보면서 지지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과거 연극을 할 때부터 이 후보를 알았다.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이 후보는 무모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또 인간적으로 소탈하며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재주가 있다.”
정씨는 ‘연예인’ 정흥채가 아닌 ‘인간’ 정흥채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소망도 비쳤다.
정씨는 “좋아하니까 지지하는 것이고, 지지하니까 최선을 다한다. 순수한 마음과 소신을 갖고 지지했다”며 “흑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공개 지지 선언이 문제가 된다면 그 세상이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연예인들이 후보 공개지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씨는 또 “연예인이니까 형식적으로 인사나 하고 다니기는 싫다”며 “같이 뛰는 것이 지지하는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사실 정씨가 공개지지를 선언한 후 주위에서는 이를 만류하는 손길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공개지지 하지 말라면서 말렸다. 인생 끝날 수도 있다고 겁도 주더라.”
그러나 정씨는 주변의 이러한 만류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후보가 좋으니까 지지하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라는 것이 정씨의 굳건한 생각이다.
정씨의 후보 공개지지는 처음이지만, 과거 정치권에서의 손길도 있었다. 그때마다 정씨는 “본업인 연기도 못하는데 무슨 정치 참여를 하겠느냐”며 고사했다.
정씨는 ‘정말 바라는 것 없이 후보 자체에 대한 믿음으로 지지한다면 연예인이라도 눈치 보지 말고 떳떳하자’는 입장이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현장의 ‘명물’ 정씨는 어떤 액션으로 지지표명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연희 sy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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