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15년 만에 국내서 발생한 콜레라에 감염병 비상이 걸렸다. 보건당국에서 조언한 바와 달리 해산물을 구워먹은 거제지역에서만 현재 콜레라 의심 환자가 100여 명을 넘어서자 콜레라 전국 확산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제에 사는 김모(64) 씨가 복통을 동반한 설사 증세를 보여 검사한 결과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김씨는 지난 8월 19일 거제의 한 수산물 가게에서 산 정어리와 오징어를 집에서 요리해 이틀간 부인(61)과 함께 먹었다. 익힌 음식은 괜찮다는 보건당국의 말을 믿고 정어리는 굽고 오징어는 끓는 물에 데쳐 먹었지만 콜레라에 감염됐다.
보건당국은 김씨가 오징어를 살짝 데쳐 먹었기 때문에 콜레라균이 살아있었을 가능성과 도마 식칼 등 조리기구 등에 콜레라균이 묻었을 가능성 등에 대한 정밀 분석과 바닷물 오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에 나서는 등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 21일부터 설사 증세가 나타났고, 24일 거제의 내과의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았다. 그는 증세가 악화되자 거제 대우병원에 입원했지만 오히려 심한 탈수증세와 함께 급성신부전도 진행돼 부산의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며, 이날 새벽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씨가 감염된 콜레라균은 지난달 22일 처음 콜레라에 감염된 광주의 50대 남성과 추후 감염된 거제의 70대 여성과 동일하다.

첫 콜레라 감염 환자가 발생한 이후 세 번째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 열흘이나 흘렀지만 감염 원인과 경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홍민희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거제에서 발생한 3명의 환자가 수산물을 먹었다는 것만 공통점이 있을 뿐 발생 지역이 상당히 떨어져 접촉 등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면서 “콜레라 집단 발병 우려는 낮지만 9월 중 간헐적으로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레라 환자가 집중된 거제도는 콜레라 집단 환자 발생 가능성을 막기 위해 거제와 통영지역에 대해 하루 두 차례 하던 방역을 추석 전까지 경남 18개 전 시·군으로 확대하는 한편 횟집 수족관의 바닷물과 어류, 거제·통영지역 6곳의 해수를 매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한편 거제시는 설사 등 콜레라 의심환자가 발생했는데도 확진 판정이 아니라며 4일 가량 늑장 신고한 대우병원에 대해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한 상태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