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의 갑질 계속되는 이유는?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건물 관리소장을 찾아가 가슴을 수차례 밀치는 등 이른바 ‘갑질’폭행을 행사한 그랜드백화점 김모(72)회장과 공동으로 폭행한 직원 3명에 대해 경찰이 폭행 혐의로 이들을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 회장과 함께 관리소장을 폭행한 운전기사 황모(63)씨 등 백화점 직원 3명을 같은 혐의로 벌금 70~1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을 찾았으나 주차장에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주민 차량은 자유롭게 주차장 출입이 허용됐지만 상가 이용객 차량은 기존 주차 차량이 나와야 주차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김 회장은 관리소장 안모(61)씨를 찾아가 항의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안씨는 “주민들이 상가 이용객들로 인해 주차를 못 한다는 불편을 제기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자 김 회장은 안씨에게 욕설을 하고 가슴 부위를 수차례 밀쳤다.
김 회장의 직원 3명도 당시 안씨를 함께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올해 초 김 회장 등 4명을 폭행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처럼 회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불합리한 처우를 요구하는 일은 한 두 차례가 아니다. 지난해 회장님들을 모시는 운전기사를 괴롭히는 매뉴얼을 만들어두고 입맛에 따라 기사들을 갈아치웠던 사건에 여론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자신이 안에 있는데 상가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건물 경비원 황모(58)씨를 때린 혐의로 미스터피자 회장인 정우현 회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2010년에는 당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43)대표가 2010년 10월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던 유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이후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엽기적인 사건도 있었다.
또 2013년에는 이번 사건과 같이 주차에 불만을 가진 중소기업 회장이 호텔 지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회장님들의 부도덕적인 행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자 전반에 대한 구조적 고용 안정대책을 세우고 사회적 편견을 깨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김포공항 미화원들의 처우개선에 나선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특히 나이가 많은 노동자들에겐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약점으로 삼아서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노동자 주제에’, ‘못 배웠으니 이런 일이나 하지’라는 등의 막말을 일삼고 성추행까지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주된 이유는 간접고용으로 인한 고용불안 때문이다. 특히 생계수단으로 일하는 50~60대 노동자들은 재취업이 어려운 탓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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