湖南 정치지형 변화의 ‘회오리 바람’ 포착…이정현 “모든 가능성 열어둘 것” ‘DJP식 연대’ 강력 시사
湖南 정치지형 변화의 ‘회오리 바람’ 포착…이정현 “모든 가능성 열어둘 것” ‘DJP식 연대’ 강력 시사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6-08-27 15:50
  • 승인 2016.08.27 15:50
  • 호수 116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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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호남 포기전략 포기”…西進정책 강화 VS 野 ‘플랫폼론’·‘제3지대론’…文측 ‘통합론’ 맞대응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가을정국의 초입(初入)에서 ‘정계개편론’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그 기점(起點)이다. 내년 대선(大選)을 겨냥해 여야(與野) 정치권에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새판짜기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흐름이다. 당장 영남권에 기반을 둔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가 선출된 이후 맹렬히 ‘서진’(西進) 중이다. 대선국면에서 호남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전략적 밑그림이 그려지는 분위기이다.
 
야권 쪽은 변화 기류의 스펙트럼(spectrum)이 훨씬 더 넓다. 제1야당인 더민주의 차기 지도부가 친문(親文·친문재인) 성향으로 굳어지는 흐름이 촉발점(觸發點)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하려는 야권의 잠룡(潛龍)들이 조심스럽게 공동전선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할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노골적으로 ‘플랫폼론’을 띄우고 있다. 이미 정치권 저류에서는 여야를 떠나 중간지대에 있는 정치세력이 합쳐지는 ‘제3지대론’ 또는 ‘빅 텐트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떠오르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3일 “호남에서 정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전북도청에서 열린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호남에서 정치 평균화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30여 년 동안 호남에서 독점해온 정당(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비슷하게 됐다”면서 호남에서 더민주가 총 3석, 새누리당이 2석인 것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호남 국회의원들은 (야당 사이에) 어쩌다 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한 축(軸)으로서 분명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 “호남에서 정치 변화 일고 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은) 호남 사람이 마음의 문(門)을 여는 것을, 정치의 변화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을 가리지 않는 탕평인사와 호남 정서를 대변해 호남의 사랑을 받아내겠으며 새누리당도 변신과 변화를 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는 “호남의 쟁점(爭點) 상당수는 지역의 문제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소홀하거나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 대표로서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호남의 사업들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협의회에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상훈 정책위수석부위원장, 주광덕 예결위 간사, 정운천·권석창·성일종 예결위원, 각 시·도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지역 현안을 설명한 뒤 상대적으로 낙후한 기반시설 확충 등을 건의했다.
 
서진전략…기존 지역구도 흔드나
 
이 대표는 23일 제2의 ‘DJP 연대’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새정치국민회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손잡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느냐”면서 “호남의 기존 정치 세력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호남 포기전략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자 이듬해 대선에서 연대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뤘던 일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호남에도 대한민국 가치를 이해하는 합리적 보수세력이 존재한다”고 언급했고, 이는 더민주와 분당한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취임 후 꾸준히 추진해온 서진 전략과도 유사한 맥락으로, 영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과 호남을 안방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이 세력을 규합한다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이 대표 취임 전부터 이미 여권에서는 친박계 주류를 중심으로 충청권 인사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도 공공연히 나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충청권 주자를 영입함으로써 여권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을 규합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결국 새누리당은 영남을 기반으로 호남·충청으로 지지세를 확대, 기존 지역구도와는 전혀 다른 구도로 대선을 치러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도 새판짜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더민주 전대 이후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활동 공간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野 정계개편론 무성
文은 ‘통합론’ 응수
 
우선 국민의당은 최근 새누리당 내 친박(親 朴)과 더민주 내 친문(親文)진영을 제외한 정치세력과 대선주자들을 한데 모으는 ‘중간지대 플랫폼’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비박(非朴)·비문(非文) 후보군을 끌어들여 새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전 상임대표도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나아가 충청(忠淸)의 맹주(猛主)인 김종필(JP) 전 총리와 추석 전 ‘냉면 회동’도 예고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19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청구동 JP 자택 예방으로 연대를 타진하는 ‘물밑 작업’은 벌써 현재진행형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야권의 잠룡들을 잇달아 만났고, 여권인사인 남경필 경기지사와도 회동했다. 최근에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독대를 했다. 이같은 야권의 새판짜기 움직임의 배경에는 현재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표주자인 문 전 대표가 이대로 야권의 대선주자가 돼서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통합론’으로 응수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목표는 정권교체”라며 “가장 필요한 것은 야권이 힘을 모으는 일이며 단일후보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얘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지지자 중에는 무조건 문 전 대표를 후보로 고집하기보다는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힘을 모으자는 단결론자들이 많다”고 했다. 
 
손학규-원희룡 회동 주목거세지는 ‘제3지대론’ 
 
친박이나 친문이 아닌 중간지대 인사들이 더민주·국민의당 등 기존 야당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규합될 수 있다는 ‘제3지대론’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손 전 상임고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손 전 상임고문의 경우 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더민주에 돌아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다시 탈당해 국민의당을 향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두 야당이 아닌 외곽에서 활동하며 제3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최근 더민주 김 대표를 만나고서 고(故)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지키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을 만나는 등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손 전 고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추석이 지나면 칩거를 마치고 몸을 던지실 것 같은 느낌”이라고 글을 남겼다. 손 전 상임고문 측 관계자는 “두 분이 따로 만나신 것으로 안다”며 “복귀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원 지사도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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