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악귀 씌어 죽였다?···모자(母子)의 ‘초엽기’ 살인극 미스터리
애완견 악귀 씌어 죽였다?···모자(母子)의 ‘초엽기’ 살인극 미스터리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8-27 03:06
  • 승인 2016.08.27 03:06
  • 호수 1165
  • 2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 집 주변 복도.

진술↔행동 간 배치 많아 ‘비상식적’
정신질환 이상무…특정종교 연관 의문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19일 경기도 시흥에서 충격적인 미스터리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와 친오빠가 20대 딸이자 여동생을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했는데 그 이유가 “애완견 악귀가 씌어서”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거나 특정종교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요서울]은 사건 전말과 살해 동기에 대한 의문점을 짚어봤다.
 
경찰 조사와 피해자의 아버지 진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동이 틀 무렵인 오전 6시경 아버지는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던 참이었다. 집이 시끄러워 살펴보니 부인 A(54)씨, 아들 B(26)씨, 딸 C(25)씨가 키우던 애완견(푸들)이 악마가 씌었다며 죽이려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그치며 제지하려 했지만 딸이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대드는 바람에 그냥 나왔다.
 
이후 세 사람은 집 화장실에서 애완견을 살해했다. 그러다 딸이 갑자기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을 조르더니 이내 어머니 A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놀란 A씨는 애완견 악귀가 딸에게 옮겨갔다고 생각해 아들 B씨와 함께 딸을 강제로 화장실에 눕혔다.
 
모자(母子)는 딸을 못 움직이게끔 한 뒤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딸을 처참히 살해했다. 딸은 목과 몸이 분리된 채 경찰에 발견됐다. 범행 직후 아들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여동생을 죽였다”고 털어놨다.
 
아버지는 지인에게 부탁해 상황을 알아보게끔 했고, 집에 찾아가 딸의 분리된 시신을 보고 기겁한 지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뒤 도주했던 이들은 남편의 자수 권유로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은 꺼져 있던 아들의 휴대전화가 이날 오후 6시30분쯤 켜지자 연락했고, 이들이 시흥경찰서 인근 도로에 있는 것을 확인, 곧바로 검거했다.
 
곳곳이 의문투성이
 
이들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는 상식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 “애완견 악귀가 씌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먼저 이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들이 특정종교와 관련돼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조모가 무속인이었고, 자신이 신병(神病)을 앓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신내림을 받았는데 그 이후에는 신병이 점차 없어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고 했다. 이들은 범행 전 수일 동안 금식한 사실도 밝혀졌다. 피의자들은 1차 경찰 조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범행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숨진 딸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대목에서 의문을 가졌다. 비엔아이 법률사무소 백성문 변호사는 한 언론에서 “딸의 악귀를 쫓기 위해서 했다는데 통상적으로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종교적으로 그릇된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범행하는 경우가 많아 범행 이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지금 이 엄마는 본인이 그때 잠깐 제 정신이 아니어서 그랬다고 잘못을 시인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 애완견 책과 기독교 관련 물품들이 놓여있다.
또 이들의 아파트에서 기독교 관련 물품이 다수 발견돼 의문을 더했다. 이 종교는 기독교의 한 종파로 종종 ‘이단’으로 취급받기도 하는 종교단체다. 집 앞 복도에는 종교 관련 다수의 책과 물품 등이 치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파트 내에서 만난 주민 이모(65)씨는 “이들 가족이 이단 종교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일부 주민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송모(50대)씨는 “A씨 집에 가끔씩 종교인들이 단체로 방문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잘못된 종교관 때문에 온전치 않은 정신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월 ‘부천 여중생 미라사건’의 가해자인 목사 부부는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고서도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밝혀 사회에 충격을 줬다.
 
또 딸의 시신이 참혹하게 훼손됐다는 점은 이들의 진술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통상적으로 시신 훼손이 많이 된 경우 ‘원한 범죄’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악귀가 씌어 살해했다’는 그들의 말과 ‘시신 절단’ 행동 간의 관계가 부자연스럽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백성문 변호사는 아버지가 아들의 전화를 받은 후 취한 행동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동생을 죽였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도 자신이 직접 가지 않고 지인을 집에 보낸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정상적인 가정이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신병원 수용돼
 
현재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행이 특정종교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의식·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에 난항을 겪던 경찰은 지난 23일 이들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했고, 법원이 지난 24일 감정유치허가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 여부 등을 감정받게 된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이 의문투성이”라며 “입원기간 동안 조사를 중단했다가 감정이 끝난 뒤 다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