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사건·진위 논란 부각시키고 해외 반출 금지로 고미술계 발전 막아
어느 고미술 수집가(컬렉터)는 “우리 고미술에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스며 있고 작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다”며 “그래서 고미술은 현대미술보다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고미술은 감성적인 분야여서 일상의 무미건조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에 드는 고미술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취미생활로 고미술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비집고 투자 목적으로 고미술품을 모으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고미술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특히 최근 고미술품의 도난, 감정 조작, 위작 논란 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연일 터지고 있어 마치 한국 고미술계에 음성적인 문화가 뿌리 깊게 내려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방병선 교수에 따르면 고미술계에 어둡게 드리운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장 기능의 효율화와 거래 관행의 개선,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정보 공유, 관련 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 경매시장의 활성화, 젊고 새로운 전문 인력의 유입, 거래 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과 노력 등이 필요하다.
방 교수는 먼저 “고미술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음성적인 거래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은 경매 시장에서 더 뜨겁게 고조되는 만큼 옥션 같은 곳에서 공개적인 매매가 이뤄지면 시장이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
방 교수는 참고로 “경매장에서 매매가 이뤄진 작품이 도난품이나 위작일 경우에는 책임이 전적으로 경매사에 있기 때문에 설혹 문제가 생겼다 해도 구입자는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도난사건ㆍ진위논란 일어나
고미술품의 도난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즘은 그나마 지방의 조그마한 암자에도 CCTV가 설치돼 도난 당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국은 불교유적지의 문화재 등을 부지기수로 도난당해 유실하는 예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 교수는 “고미술의 도난품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해서 CCTV 등의 시설을 늘리고 사찰 등이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우리의 것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공고해지도록 교육·홍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작 논란으로 요즘 미술계가 한창 시끄러운데 이것 역시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일 뿐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방 교수는 강조했다.
방 교수는 “중국은 오히려 모방품을 많이 만들게 장려해서 감정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며 “위작을 만들려면 진품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하고 똑같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만드는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위작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므로 위작이 발붙일 수 없도록 확실한 감정 능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방 교수에 따르면 위작품과 진품을 구별하는 감정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진품을 많이 보고 진품들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하루이틀에 걸쳐서 배양할 수 있는 소양이 아닌 만큼 고미술품의 진위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은 감정가에게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
방 교수는 “감정 조작하는 사례가 많아 신뢰하고 감정을 의뢰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미술 컬렉터들이 많은데 이 문제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장소에서 공개감정을 하면 해결된다”며 “요즘은 비디오 촬영을 다 하고 있으니 감정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서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하면 감정가들이 가격담합 등도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에는 감정기술이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정도로 첨단화됐다. 과거에는 눈으로 보고 육감적ㆍ본능적으로 감정을 했지만 지금은 감정가가 테크닉과 프로덕션의 명쾌한 이해 그리고 자연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감정을 하고 있다. 또한 과학적인 장소에서 과학적인 프로그램과 실험장비를 통해 분석하고 엑스레이로 세밀하게 찍어서 감정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이에 따라 감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져서 감정가가 감정조작이나 가격담합을 할 수 없게 하면 고미술품 시장이 양성화돼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방 교수의 견해다.
해외 시장 오픈해야
방 교수는 우리나라 고미술계 발전을 저해하는 가정 큰 요인은 국가에서 고미술품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화재보호법 제60조는 국보·보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이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서화, 도자기, 공예품, 고서 등 이른바 ‘일반 동산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다.
방 교수는 “우리나라 고미술계가 발전하려면 먼저 국민들이 고미술품을 매매할 때 확실히 세금을 내는 등 투명한 거래를 하고 외국과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시장을 오픈시켜야 한다”며 “그래야만 고미술품이 암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보급 유물은 박물관 등에서 관리하고 일반 고미술품은 암시장에서 흘러가느니 오픈시켜서 외국에서 멋있게 전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국에 전시된 한국 고미술품을 보고 외국인들도 감동받으면 우리나라 미술계에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방 교수는 일례로 “얼마 전 민화전시가 크게 열렸었는데 외국인들이 보고 많이 사감으로써 민화가격이 엄청나게 올랐고, 덩달아 우리나라 다른 고미술품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방 교수는 또한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문화재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며 “지금처럼 국내에서만 유통돼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우리문화재 가치를 모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문화재 최소 나이 50년’ 기준이 고미술 시장을 고사시킨다는 고미술품 상인들의 불만이 높다. 제도 미비점, 운용 과정의 문제점 등으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동에서 고미술품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문화재 기준이 50년이냐, 100년이냐를 떠나서 기준이 모호한 게 무엇보다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고미술품상 백모씨는 “고려청자 등 도자기류는 아무리 질이 낮아도 외국으로 못 나간다”며 “그러다 보니 고미술 경매장을 돌면 청자접시라도 질이 낮은 건 십만 원은 고사하고 1, 2만 원을 부르는 게 수두룩하다. 술값보다 싸니 이러저리 굴러다니다 결국 나라 안에서 자연파손 되는 게 더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한국 고미술계는 가뜩이나 현대미술과 서양미술에 밀려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해외 반출이 금지돼 시장이 활성화하기 어려운 데다가 사회적으로 도난품, 위작, 감정 조작 등의 논란을 크게 부각시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방 교수는 “한국 고미술계를 우리나라 국민들이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면서 “일본 같은 나라는 고미술품 가게를 몇 대에 걸쳐 100년 넘게 운영하고 젊은 층도 희망사업 영역으로 많이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도 고미술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투명하게 흐를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오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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