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업체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회재)는 병역특례업체의 비리 제보가 계속 접수돼 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제보가 들어온 업체 중에는 상류층 자제와 연예인들이 특혜를 받으며 병역특례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병역특례업체에서 대체복무중인 연예인은 20명 안팎이다. 산업기능요원 연예인들의 경우 관련이 없는 업종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데다 근태 또한 그다지 성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병역특례 비리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가수 K가 지난 2006년 불성실 근무로 인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K는 지난 2005년 8월부터 서울 여의도의 게임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던 중 지난해 근태 불성실을 이유로 병무청으로부터 근무연장징계를 받았다. 결근
지각 조퇴 등이 적발돼 불성실하게 근무한 일수의 2배를 추가로 근무하라는 처벌을 받은 것이다.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병역특례업체들에 대한 근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K의 불성실 근무 사실이 발견됐다. 병역법에 따라 근무연장징계를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 징계로 K의 불성실 근무에 대한 처벌은 완료됐다. 이번에 서울동부지검 조사는 이와 아울러 K의 병역특례업체 입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자격 요건 미달에 관한 문제가 발견될 시엔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K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역특례업체에서 대체복무 중인 연예인들의 불성실한 근무 여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현재 병역특례업체에서 대체복무중인 연예인은 20명 안팎이다.
산업기능요원 연예인들의 경우 관련이 없는 업종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데다 근태 또한 그다지 성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수 K “출근도 잘 안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지난달 26일부터 실시한 병역특례업체에 대한 조사에서 대체복무 연예인의 불성실 근무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2004년 연예계 병역비리 사건 이후 ‘제2의 병역비리’로 비화될 조짐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26일 가수 K와 L 등 연예인들과 스포츠 선수 등 20여 명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일단 비리 의혹이 있는 6개 병역특례업체에 대한 조사였다.
동부지검은 이후 더 많은 병역특례업체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더 많은 연예인 대체복무자들이 소환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병역특례업체가 ‘병역비리’의 온상이 된 것은 업체 자율에 맡긴 병역특례자 선발 및 허술한 관리 감독 체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병역특례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병무 행정의 관할기관인 병무청이 병역특례 지정업체가 선발한 특례자의 선발 과정에 대한 감시 및 감독 권한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서울병무청이 관할하는 병역특례지정업체만 1,600여 곳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4,500여 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돼 있다.
병무청은 이들을 상대로 매년 1회씩 지정업체에 대해 정기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특례자 선발에 대한 감시 권한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한다.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한 과정의 부당성 여부는 1년에 한번 실시하는 정기검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채용 여부는 기업의 고유 인사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단, 병역법에는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채용과 관련해 ‘지정업체 대표이사의 사촌 이내 혈족은 채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둘 뿐이다.
이 결과 특례업체가 일정한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대표이사의 4촌이나 혈족이 아니면 누구나 선발해도 외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병역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단속 어렵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인기 남자 연예인들이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등을 취득한 뒤 지인 등을 통해 업체를 알선 받아 군 입대 대신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 입대를 회피할 목적으로 아예 특정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는 등 사실상 군 기피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재정이 열악한 특례업체가 채용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거나 유력 인사나 지인들의 자제를 채용한 정황을 잡고 내사에 착수,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쉽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연예인들이나 병역 특례자가 입사 후 제대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한 연예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례자가 제대로 근무하는지, 출퇴근은 제대로 하는지 등에 대해 단속반이 실태 조사를 다니고 있지만 이는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한 병무청 관계자는 “1년 간 매일 조사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며 “대상자가 자리에 없더라도 외근 중이라고 속이거나 잠시 외출했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사실 대부분의 조사는 내부 고발로 인한 수시 조사가 많다”고 전했다.
사실 모 가수가 “출퇴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병무청의 조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과정의 불투명성과 지나친 권한 위임,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뒷받침 되지 않는 제도가 병역비리의 온상이 된 것이다.
영리활동 전면 금지
한편 병역특례요원으로 근무중인 연예인들의 음반 발매와 공연 등 영리활동이 앞으로는 전면 금지될 전망이다.
병무청관계자는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중인 연예인들에 대해 분기마다 1회씩 음반발매와 공연 등의 영리활동을 하지 말도록 권고해 왔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구속력을 갖도록 법제화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병무청의 이러한 방침은 통상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병역특례요원 근무실태 조사를 연예인을 고용한 업체에 대해서는 분기마다 1회씩 실시해 해당 연예인에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지 않도록 품행을 조심하고 영리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이들 연예인들이 이를 비웃기나 하듯이
버젓이 음반발매나 호텔·대학축제 공연 등을 해온 데 따른 것이다.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2005년 11월 병역을 마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002년 병역특례법에 의거, 군복무를 대체하기 위해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싸이는 방위산업체에 3년간 복무하면서 대학축제 공연만 100여차례를 가졌다.
2005년 7월에는 방위산업체에 근무중임에도 리메이크 앨범 ‘18번’을 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3년간 복무 기간에 100여 차례의 공연을 하고 음반을 낸 가수 ‘싸이’가 병역대체근무를 제대로 했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힘들지만 증명하기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일부 연예인들이 법망을 피해 영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는 연예인들의 영리활동은 연예병사로 근무중인 연예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절대로 용납 돼서는 안될 것이다”며 “군 복무자는 물론 공무원들도 영리활동을 할 경우 처벌받는데 병역특례 연예인들이 예외를 인정 받아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리 회사 병역비리 업체 아냐”
유명 연예인 K가 운영하는 웨딩컨설팅 업체 I사가 병역특례업체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I사는 지난달 25일 검찰이 60개 병역특례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함께 조사를 받았다. 이 회사는 장기간 결근한 산업기능요원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특혜 의혹을 사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I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검찰 조사와 관련, “장기간 결근한 산업기능요원에 대해 해고 등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병가로 결근 사유를 밝혔기 때문에 해고 역시 불가능했다. 또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하지도 않아 손쓸 방법이 없었다”며 “이 산업기능요원이 장기간 결근해 회사 입장에서의 손해도 발생, 대체 요원까지 선발해 놓은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산업기능요원이 결근한 날짜는 대체복무 일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특혜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이 산업기능요원이 제대로 복무하지 않아 병무청과 해당 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기적으로 병무청에 이 산업기능요원의 근무 태도 등을 통보해야 했는데 통보일이 늦어 병무청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는 절차상 실수 때문에 받은 주의였지 이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특혜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이 산업기능요원이 연예관계자도 아니며, 사측과 사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I사에는 총 10명의 병역특례 근무자가 있고 한 명은 이미 소집해제됐다. 연예인은 한 명도 없다. K는 자신의 회사가 병역비리 때문에 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라 불성실하게 근무하는 직원을 병무청에 신고했기 때문에 조사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I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병역특례 근무자가 불성실하게 근무를 하는데 눈을 감아주거나 월급을 주지 않은 일도 없고 브로커를 통해 직원을 뽑은 일도 없다.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겠는가”라며 “검찰에서 회사에 나와 월급을 지급한 증명서와 근무자의 업무 등에 대해 파악을 하고 갔지만 병역비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된 친구는 면접 때 한 번 봤을 뿐 특혜를 준 사람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정식 공고를 내고 산업기능요원을 뽑고 있다”고 덧붙였다.
I사는 예식 관련 절차를 대행하는 회사로 유명 연예인을 고객으로 확보해 인지도를 쌓았다. 2001년 12월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됐으며 최근 서울병무청이 실시한 병역특례업체 실태 조사에서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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