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소녀’ 장나라가 ‘성숙한 여인’이 되어 돌아왔다. 3년 만에 5집을 발매하고 인기몰이에 한창인 그는 소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앨범 이름을 ‘Girl’이 아닌 ‘She’로 정하고 숙녀의 면모를 강조했다. 재킷 사진 속의 그는 실제로 소녀가 아닌 여자로 보인다. 간혹 호탕한 목소리로 예전 모습을 보여줬지만 꽤나 진지해져 있었다. 헤아려보니 그의 나이 ‘벌써’ 스물여섯살이다.
장나라의 닉네임이 ‘명랑 소녀’가 된 것은 2002년 주연으로 출연한 SBS TV 드라마 ‘명랑 소녀 성공기’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부터다. 문제는 ‘장나라=소녀’라는 인식이 너무 오랫동안 대중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장나라에게 오는 대본이나 시나리오는 하나같이 그를 명랑 소녀 캐릭터의 굴레에 가두고 있다.
“저의 유일한 스트레스였어요. 저에게 여성스러운 면이 많은데 그걸 보여드릴 기회조차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5집 활동을 통해 고정 관념을 대폭 걷어냈으면 좋겠어요. ‘She’는 그런 저의 바람을 담은 음반 이상의 존재예요.”
앨범 재킷에서부터 ‘숙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흑백 톤의 사진을 배경으로 앞머리를 늘어뜨리고 조용히 미소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느덧 20대 중반을 넘어선 ‘여인(女人)’ 장나라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저도 성숙한 여성 느낌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저도 분명히 여성스럽다고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런 걸 설득해야 하다니, 참 걱정이네요.”
특히 타이틀곡 ‘사랑 부르기’는 그가 곡의 선율을 곱게 소화하려 한 티가 역력하다. 국내 정규 음반으로는 2년2개월 만에 발표한 5집은 그 동안 중국 활동 등을 통해 한 뼘 성장한 장나라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표 한류 스타로 부상
“5집이라고 해서 이전 앨범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히 예전보다 ‘올드’한 느낌을 주는 것은 맞아요.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들이죠.”
장나라는 종전에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나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이 많았다. 어린티가 묻어나는 목소리 때문에 감성적인 노래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번에는 여유를 찾았다.
“그런 목소리가 제 한계라고 생각해 답답했어요. 힘 줘서는 안되는 부분에 힘을 주기도 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았어요. 그냥 편하게 그런 목소리를 이용하자고 마음먹었죠. 여자의 감성으로 힘 빼고 편안하게 불렀어요.”
그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을 주무대로 삼아 활동을 했다. 사극 ‘띠아오만 공주’ ‘은색연화’ ‘굿모닝 상하이’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현지에서 음반도 발표했다. 덕분에 아시아태평양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수많은 인파를 몰고 다니는 등 대표 한류 스타로 자리 매김했다.
“중국의 신인처럼 지방을 돌며 활동을 했죠. 조금씩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려나가면서 성취감을 얻었어요. 중국 분들도 제가 현지에서 그렇게 활동하는 점을 높이 사주신 것 같아요.”
최근 한류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류 스타로서 이에 대해 느끼는 점은 무엇일까.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또 그런 시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열심히 하면 될 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심
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어요.”
“서른은 넘기기 싫어요”
장나라는 여자가 되어 가는 통과 의례인지 중국 스타 하륜동과 열애설에 휩싸였다.
“그냥 두루뭉수리하게 말했더니 그게 화근이었나 봐요. 제가 중국어를 못해서 대화도 안 되고요. 둘 다 너무 바빠요. 3년 사이 다섯번 만났을까요. 중국 팬들이 사귀라고 자꾸 그러면서, 시집을 보내려 하네요.”
‘숙녀’가 되겠다고 선언한 장나라의 결혼 계획은 없을까.
“원래 계획대로라면 제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거든요. 스물세살에 아기 하나 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스물 다섯살 이후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고 있어요.”
장나라는 당분간 국내에서 봉사 활동과 가수 활동뿐 아니라 영화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장나라는 호러물로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다. “예전과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해요. 섬뜩한 장나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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