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정치인들이 먹는 밥, 보는 영화, 찾는 장소는 대부분 숨겨진 메시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국민들도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보다는 그들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 중에서 영화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가장 편리한 도구다.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소재 영화관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일반 관객들,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들, 행정 인턴들도 함께 영화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5일 북한 주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를 관람한 이후 3개월여 만의 영화 관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광복절 축사에서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당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성주의 사드배치 문제를 두고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인천상륙작전 관람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의 정신을 되새기고, 최근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분열되지 않고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첫 상륙 지점인 월미공원을 찾아 해군 첩보부대 충혼탑을 참배한 바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안보 영화’ ‘반공 영화’로 불린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8월초 안보를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단체 관람했다. 사드 논란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안보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행보로 분석된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의 인천상륙작전 결정 및 실행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정전협정 체결일인 지난달 27일 개봉한 뒤로 보수진영에서는 애국심의 아이콘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덕혜옹주’를 관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상호 원내대표를 필두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이재명 시장 등이 관람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당직자 등 100여명이 영화를 함께 관람했다.
8·15 광복절과 한국·일본 정부의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역사의식을 고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덕혜옹주’는 만 13세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뒤 고국을 그리워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에 대한 이야기다.
정치인들이 영화관을 찾는 일이 늘고 있지만 정작 영화감독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영화에 정치색이 입혀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흥행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될지 모르나 보수와 진보 등 한쪽에서 인기를 끌 경우 반대측으로부터 많은 비판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단체 영화관람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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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