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 ‘개인주차장’ 만들어 버려”
과태료 딱지 받고도 차 안 빼고 버텨
불법 주정차, 대형사고 유발 가능성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앞으로 1000만 서울 시민들은 본인이 몰던 차량이 견인되면 기존 견인비의 최대 2배까지 비용을 물게 된다. 지난 17일 서울시가 주정차 위반 차량 견인료 부과 체계를 변경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4만 원으로 동일했던 ‘2.5톤 미만’ 승용차의 견인료를 배기량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견인료 인상이 견인업체 배불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견인료가 견인업체의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서울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살펴봤다.
서울시가 17일 밝힌 ‘서울시 정차·주차 위반 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2.5톤’ 미만 승용차의 경우 주정차 위반 견인료는 배기량과 관계없이 4만 원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형차(배기량 1000~ 1600cc 미만)는 4만 5천 원, 중형차(1600~2000cc 미만) 5만 원, 대형차(2000cc 이상)은 6만 원으로 인상된다. 경차(1000cc 미만)는 변동사항 없이 기존과 같다.
‘2.5톤~6.5톤 미만’의 승합차의 경우도 소형(승차정원 15인 이하)은 6만 원, 중형(16~35인 이하)·대형(36인 이상)은 8만 원으로 오른다. 대형 화물차의 주정차 위반 견인료도 최대 30% 오른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승용차에 부과되는 견인료는 최대 2만 원, 승합차는 최대 4만 원까지 비싸진다. 견인 대상이 된 주정차 위반차량 소유주의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견인료 인상 이유는?
이 같은 견인료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우선 견인 대행업자들이 비싼 외제차나 대형차는 놔두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경차나 소형차만 끌고 간다는 시민들의 불만 폭주에 대한 조치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의 주정차 위반 차량 견인 절차는 각 자치구의 단속 요원이 견인 스티커를 붙이면 구와 위탁 계약을 맺은 민간 견인업체에서 해당 차량을 견인하는 식이다. 하지만 같은 견인료를 받는 상황에서 견인업체들은 위험 부담이 적은 경차와 소형차만을 견인해갔다. 고급 수입차나 대형차는 견인 중 사고 발생 시 수리비 부담이 크고 견인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이 때문에 견인차 보관소에는 대부분 국산 소형차만 즐비한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견인료 인상이 서민 주머니에 부담을 주고, 민간 견인업체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편적 시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에서 문제 제기하는 그 같은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사자는 물론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통행에 불편을 야기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막아 각종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일 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트레일러의 불법 주정차 문제가 거론됐다.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가 어떻게든 좌회전해 3차로로 들어선다. 하지만 3차로에서 불법 주정차하고 있던 트레일러를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일가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서울시 담당자는 무엇보다 그간 단속 대비 견인 건수가 적어 불법 주정차 문제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속 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자치구에서 견인 차량 차주의 항의 민원에 부담을 느껴 과태료만 부과하고 견인 스티커는 붙이지 않았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차주는 4만 원만 내고 차를 빼지 않은 채 하루종일 ‘개인주차장’으로 이용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에서 취합한 16년도 1~6월 상반기 단속 실적을 보면 불법 주정차로 단속된 차량 100대 중 견인이 된 차량은 4대에 불과했다. 총 1,666,854건의 단속에 비해 견인은 58,225건으로 3.5%에 그쳤다. 15년에도 3.7%(2,949,895건 대비 110,350건)로 극히 적었다.
과태료는 어디에 쓰이나
서울시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금액은 일반 지역의 경우 승용차는 4만 원, 승합차는 5만 원이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머물면 1~2만 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는 일반 지역보다 2배가량 높은데 승용차는 8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이다.
중앙일보가 서울시 25개 구에 개별 청구한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정차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액은 총 1107억이다. 이 금액은 해당 구에서 주로 교통 업무와 관련된 곳에 쓰인다. 강남구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과태료 징수 금액은 ‘주차장 특별회계’ 예산으로 책정돼 공영주차장 확보·주정차 위반 단속 관련 장비 구매·인력 채용 등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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