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불법노점' 합법화 추진 논란…“노점상인이 불쌍하다고?”
박원순 '불법노점' 합법화 추진 논란…“노점상인이 불쌍하다고?”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8-19 20:53
  • 승인 2016.08.19 20:53
  • 호수 1164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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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상당수 집 몇 채씩…외제차 몰고 다니기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8000여개에 이르는 시내 불법 노점의 합법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반대 여론이 들끓어 당초 계획에서 한 발 물러나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노점에 대해 구청장이 점용허가를 내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해 언제든지 불법노점상의 합법화가 가능하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요서울]이 저소득층으로 구분돼 있는 노점상들의 실태와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을 추적해보았다. 

 
서울시가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영세한 생계형 노점의 영업을 단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 아래 노점이 세금을 내지 않고도 영업할 수 있도록 해줄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파장이 큰 상황이다. 노점은 더 이상 생계를 잇기 위해 거리로 나온 빈곤층이 아닌, 세금을 피하려는 부유한 탈세상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대학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김성철 씨는 경제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불법을 합법화하고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역행하는 처사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기 위한 대책
 
서울시는 노점이 불법이라고 해서 강제로 철거할 수 없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하며 노점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관리하기 위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방적으로 노점을 규제하고 관리하기보다 노점을 허용하면서도 일정한 규격을 만들어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관리하는 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법시행령 55조에 근거해 관할 구청장이 거리가게(노점)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줄 수 있다면서 다만 노점 난립으로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어 규모 축소, 디자인 개선과 함께 일정한 조건을 갖춘 노점에 대해 구청장이 점용 허가를 내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부분 구청은 거리 미관과 보행권 보장을 이유로 노점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규모를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한 노점에 한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통행 불편을 초래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기업형 노점과 영세 생계형 노점을 구분해 선별적으로 합법화를 해주겠다는 취지다.
 
이에 서울 중구와 종로구 등이 지난 2007년부터 지역에 특화거리 등을 조성하면서 노점에도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명동 거리에 있는 노점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관리하기 위해 노점 실명제를 도입한 결과 통행하는 시민들은 거리의 혼잡도가 개선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점실명제 시행으로 명동 노점들은 연 130만 원의 도로 점용료를 내고 구에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허가증은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노점의 왼쪽 아래편에 붙여야 하고, 1인당 노점 1개만 운영할 수 있다. 기업형 노점을 방지하기 위해 양도임대위탁은 금지됐다. 3부제(2일 영업·1일 후뮤)2부제(1일 영업·1일 휴무)로 바뀌었다.
 
중구 관계자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제 영업 여부와 영업장소, 시간, 매대 크기 등을 고려해 노점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줄 계획이다기존 상권에서 하지 않는 업종을 개발하고, 이들의 영업시간과 겹치지 않는 출퇴근시간대와 영업종료 시간대에 운영하는 등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시내 노점 8038곳 중 40%에 육박하는 3198곳 음식 노점에 대해선 식품위생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음식업은 건축물 안에서 급수시설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노점 단속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있어 관련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더라도 음식 노점 역시 도로 점용 허가만 받으면 영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무엇보다 전국 600만 자영업자는 박 시장의 이러한 방침에 분노하고 있다. 물론 노점을 통해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불법노점 상인 중에는 월수입이 수천만 원에 달하고 억대 벤츠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불법노점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고액의 임대료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박 시장은 1년에 도로점용료 50만 원만 내면 노점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데, 그렇다면 어느 자영업자가 성실하게 납세하고, 좋은 상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억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내면서까지 장사하려 들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미아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상숙(32) 씨는 거리에 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 다니기가 매우 불편하고 미관상 보기에도 안 좋다특히 비가 오면 우산 쓰고 지나다닐 수도 없을 만큼 혼잡하다고 불평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불법 전기와 가스 설치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면서 먹거리 노점에 쥐나 바퀴벌레, 개미들이 많고 주변에 도둑고양이들도 많아서 위생적으로도 불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미아동 사거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만(45)씨는 노점상인들은 대다수 집이 있고 스타렉스 등 차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건물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이 오히려 비싼 임대료와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어 항상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미아동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미아동 대로변의 노점상들은 대다수 고가의 아파트를 몇 채씩 소유한 중산층이다.
 
거리 곳곳에 꽂혀 있는 생활정보지를 보면 노점 창업을 컨설팅한다는 광고와 노점 프랜차이즈업체가 체인점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심심찮게 실려 있다. 그런 만큼 이제 노점은 더 이상 끼니를 잇기 위한 서민의 삶의 마지막 보루가 아니다.
 
하루 50만 명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명동 노점의 경우 하루 매출이 200~500만 원에 달한다. 미리 노점을 확보한 뒤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해준 노점의 경우 한 매대당 보증금 5000~15000만 원, 200~500만 원 수준의 임대료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동거리에서 특이한 점은 같은 물건인데 건물상가보다 노점에서 파는 가격이 더 비쌌다. 노점의 물건 가격이 싸다는 기존의 인식을 뒤엎어 아이러니했다.
 
명동의 유료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주차 경비원 안모(53)씨는 노점상인들 중 짝퉁가방을 판매하는 30대 남자는 차를 자주 바꾸는데 모두 외제차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젊은 여자들 중 몇몇은 밤 10시에 영업이 끝나면 무리를 지어 화장한 후 나이트를 다니는 등 향락생활을 즐길 만큼 여유롭다고도 말했다.
 
권리금만 1억 원 웃돌아
 
특히 명동의 중앙로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들은 풍요로운 삶이 보장돼 있는 특권층에 속한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이곳 노점은 권리금만 해도 1억 원을 웃돈다그런데도 대다수의 노점상들이 중앙로에 들어오지 못해 목을 맨다고 말했다.
 
명동 중앙로에 들어선 노점은 대략 60여개 정도인데 오후 5시에 영업을 시작해서 10시에 끝낸다. 명당자리에 들어선 노점의 경우 5시간 동안 벌어들이는 금액은 하루에 보통 200~300만 원이라고 한 상인이 귀띔했다.
 
이와는 반대로 종로에서 닭꼬치 노점을 하는 윤모(38)씨는 몇 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노점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생계형 노점이다면서 고래놀음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다고 속상해했다.
 
물론 노점상인 중에는 정말 가게를 임대할 돈이 없어 동네 골목 어귀에서 소박하게 어묵이나 붕어빵, 떡볶이를 팔아 생활고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포 임대료와 부수적인 비용이 나가지 않는 이점을 이용한 기업형 노점이 생기면서 마지막 생계수단으로 여겨졌던 노점이 불법 이익 추구 대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모(50)씨는 노점을 했던 아버지에게 집을 세 채 물려받았는데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아동에서 과일 노점과 옥수수 노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그의 모친 역시 중계동에서 어묵과 튀김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가의 S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점 운영으로 돈을 벌어 건물을 사서 주변에 노점을 여러 곳 차려 임대하는 사람도 있다.
 
인사동에 노점을 차려 돈을 모은 60대 할머니는 건물을 구입한 후 주변에 노점을 여러 곳 차려 임대를 줘서 월세를 받고 있다.
 
이렇듯 노점상들은 날이 갈수록 부유해지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비싼 임대료와 각종 세금을 낸 후 가까스로 먹고 사는 경우가 허다해 자칫하면 가게를 내놓고 거리로 나서는 상인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최영호(44)씨는 시는 청년 실업자나 저소득층에 노점 일부를 배정해 자활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하고 일부 특구에서 야시장을 운영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세금 안 내고 장사하는 노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상인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륜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일부에선 저소득층인 노점상을 보호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하루에 수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노점상들도 저소득층인지 묻고 싶다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불법노점의 합법화는 절대 실행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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