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1] 금융사 CEO 마타도어 [심층취재]
[특별기획1] 금융사 CEO 마타도어 [심층취재]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8-19 19:59
  • 승인 2016.08.19 19:59
  • 호수 1164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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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낙점설·B씨 실세 면담설 등 흠집내기 혼탁 과열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하반기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둘러싼 격전이 시작됐다. 자본시장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CEO 인선이 다가온 가운데 우리은행장과 기업은행장의 임기도 곧 끝난다.

오랜 기간 공석이던 일부 금융사의 후임도 곧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금융사별로 입단속이 한창이다. 인선 과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밀어내기식 인선’과 특정 인사 ‘낙점설’ 등 소문이 파다하다. 일각에선 ‘청와대 실세 면담설’도 등장한다. 경쟁 후보 간 마타도어(흑색선전)가 시작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대외협력부서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금융권 CEO 빈자리 속출…인사 전쟁 시작
‘찍어서 내려온다’ 임기 말 낙하산 논란 확산

“윗선에서 내정했다고 하더라. 다른 금융사로 눈을 돌려보자”, “현 정부 실세와 저녁을 같이 했다더라.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00친목 모임 회원이 아니라면 이번 인사는 쉽지 않다. 한 타임 쉬면서 이 단체 가입부터 먼저하고 다음에 도전해라”

금융권 수장 인선 시기가 다가오면서 등장하는 말들이다.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말들이지만 일반적인 대화로 여기는 금융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현직들이 연임을 위해 직접 뛰는 정황이 알려지고 있고, 정권 말기를 앞두고 마지막에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관료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치금융’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경쟁자들을 비방하거나 TK(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 인사가 유리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분간 혼탁 양상 계속될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임직원은 외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부행장급 임원은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에 회장 인선 상황을 알아보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지주 회장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은행장이 정해질 것이고 은행장에 따라 은행 임원 자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최대 5년이라는 얘기가 많다. 정권 초에 회장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권이 끝날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반기 인선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오는 26일 임기가 만료되며 내달에는 신용보증기금·한국거래소,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12월 기업은행·우리은행, 내년 1월 기술보증기금, 3월에는 수출입은행과 신한지주의 인사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우선 오는 9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대해서는 임기 연장 얘기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최 이사장이 1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최 이사장이 66세로 적지 않은 나이여서 거래소 지주사 등 현안이 해결되면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9월 말 임기가 끝나는 신보 이사장 자리는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하마평에는 외부인사로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거명되고 있고 내부에서는 황병홍 전무 등 몇몇이 거론되고 있다.

신보 40년 역사상 내부 출신이 이사장에 오른 사례는 없다. 다만 산업은행 발 ‘낙하산 논란’ 탓에 내부 출신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긴 하다.
홍영만 캠코 사장과 유재훈 예탁원 사장도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의 기관장들이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다.

후임도 현재 사장들처럼 경제 관료 출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 사장과 유 사장 모두 금융위원회 출신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3월에 물러난다.

신한지주 내부 규정에 따라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직을 맡을 수 없어 만 68세인 한동우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한 회장의 후임은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하반기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이 모이는 곳은 우리은행장과 기업은행장 자리다. 민영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민영화가 성공한다면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내부에서 행장을 배출한 기업은행의 경우 셈법이 복잡하다. 퇴직 관료들에게는 우리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자리이기 때문에 노리는 인사들이 많다. 다만 권선주 행장이 유일한 여성 행장인 데다 현 정권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거 없다며 발뺌 ‘일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사나 하마평이 논란이 된 당사자들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며 무슨 의도로 이 같은 말들이 떠도는지 모르겠다”고 발끈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은 물론이고 민간사인 KB까지 회장을 뽑을 때 정치권과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니 외부에 줄을 대려는 이들이 자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 줄을 댄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금융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말들이 거론되는 금융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전임수장이 “(더는) 낙하산 인사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또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특성을 지닌 곳들이다. 이 때문에 내부출신이 오르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내부 승진자가 발생한다해도 결국은 외부세력과 결탁 없이는 힘들다는 후문도 들리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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