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가득한 軍 의료체계 "전문의 없고 특수한 상황이라고 방치해선 안돼"
불신 가득한 軍 의료체계 "전문의 없고 특수한 상황이라고 방치해선 안돼"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08-19 19:56
  • 승인 2016.08.19 19:56
  • 호수 1164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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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군대 의료시스템에 대한 군인들의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군대 내 황당한 의료사고들은 예비 장병들은 물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있다. 젊디젊은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간 군대에서 정작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감마저 주고 있다.

군대에서 다친 병사는 군대에서 치료하는 게 원칙
병영문화 바꾸고 현실적으로 의료시스템 개선해야

우리나라 군대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이다. 최근 발표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전체 군인 수는 약 69만 명이며 군인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군의관 수는 약 2,480명으로 1천명 당 4명의 군의관이 배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픈 장병들을 진찰하고 치료할 전문의가 부족하다. 군대에서는 장병들이 아프면 제일 먼저 의무대를 찾는다. 하지만 장병들의 의무대 군의관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대부분 의대 전공의를 갓 마치고 군의관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실수가 잦다. 더구나 이들을 돕는 의무병들도 간호사 면허증이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전국의사총연합회에서는 지난해 언론을 통해 “국군 수도병원부터 일선 대대 의무실까지 의무병 중 간호사 면허증이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한 의무병은 0.1%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군대에서는 의무병이 1명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무병과가 아닌 일반 병사 1명을 의무병으로 수행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한 공중보건의가 인기를 끌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계약직 의사 부족
연봉·처우 문제

전문계약직 의사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제를 통해 민간 전문의 180명을 모집하려했지만 실제로 채용한 인원은 42명에 불과했다. 정원을 줄이는 고육책까지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적이지 못한 연봉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수도병원에서 일하는 전문계약직 외과 전문의 연봉은 1억 1500만원이다. 하지만 같은 경력의 의사가 수도권 사립대병원으로 옮기면 연봉이 1억 9000만원으로 올라가고 수술 시 인센티브까지 받는다. 국립대병원만 가도 1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총상·지뢰사고 나도
군에서 치료 어려워

문제는 또 있다. 군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한 전문의 42명 가운데 38명이 군 최상위 의료기관인 수도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지역 거점 군병원은 외상 환자를 받을 여력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 데다 수도병원에서 근무하는 외상 전문의 가운데 총상이나 지뢰 사고 등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외과 전문의는 1명, 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의도 1명에 불과하다.

외상 복원성형을 할 수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는 없다. 민간병원도 외과 전문의가 부족해 아우성인데 처우가 낮은 군 의료기관에 인력이 몰릴 가능성은 더욱더 없다.

원칙적으로 군대에서 다친 병사들은 군대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 지난해 8월 북한군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도 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부족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데 군인들에게 애국심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계약직 의사 부족 문제 외에 군 전자차트 E-DEMIS도 문제가 많다. 진료 중 갑자기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도 많다. 진료 중에 E-DEMIS가 다운되면 환자의 진찰, 투약, 검사 기록을 확인할 수 없고 새로운 의료기록을 추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군 의료사고가 계속되고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국방부에서는 군에서 발생한 총상 등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국군중증외상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완공목표는 2018년이다.

국군중증외상센터가
다 해결해 줄까?

문제는 효율성이다. 당초 기재부는 한 해 250명 안팎의 군내 총상이나 폭발사고 환자를 위한 별도의 의료시설 건립이 비효율적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사업 타당성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송파(위례 신도시)에 있던 군 시설을 이전해 얻는 수익의 일부(1028억)를 센터 건립에 투입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위례 신도시 개발 수익의 일부가 국고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국방부가 요청했던 예산의 절반 이상이 삭감된 상태다. 설계 변경 등으로 센터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국군중증외상센터를 군 장병뿐 아니라 국가 재난 시에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늘도 약 69만 명에 이르는 우리 젊은 청년들은 전후방 가릴 것 없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부름에 자발적으로 군인이 된 청년들이다. 이들에게 보답을 하지는 못할망정 아픔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현실적인 의료시스템을 갖춰 다시는 황당한 의료사고로 피해를 보는 젊은 청년들이 없어야 한다.

odh@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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