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세 강한 가운데 두 후보 지지층 겹쳐
호남세 강한 가운데 두 후보 지지층 겹쳐
  • 이상봉 
  • 입력 2004-03-16 09:00
  • 승인 2004.03.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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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7대 총선은 영남과 호남에 각각 뿌리를 둔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강 체제에, 열린우리당이 출현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접전 지역구가 많이 생겼다. 그 중의 하나가 서울 도봉을 지역구이다. 이곳에서는 민주당에서 설훈 의원이 출마하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얼마 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고 있었던 유인태 후보가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곧 배경기 씨와 김선동 씨의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도봉을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호남에 뿌리를 둔 정당 후보가 유리한 지역구였다. 과거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 진보성을 담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호남인들의 투표 성향이 승부에 결정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분열되어 열린우리당까지 뛰어들어 기존의 한나라당 후보와 함께 치열한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설훈 의원과 열린우리당 유인태 후보는 개인적으로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학생 운동 선후배 사이이고, 과거 민주화 투쟁 시절에 그들은 알게 모르게 친밀한 정을 쌓아와 지금도 사석에서는 형님-아우 사이로 지내고 있다. 또한 이 지역구에서 둘은 묘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14대 때는 유 후보가 이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런데 1995년 김대중 전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여 정치에 복귀했을 때 유인태 후보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회의에서는 동교동 비서 출신인 설 후보를 15대 때 이 지역에 내세워 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으로 설 의원에게 유 후보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이 지역에서 설훈 후보와 맞붙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유 후보는 “곤혹스럽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무슨 야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다면 바로 옆의 신설구인 노원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 약삭빠르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당이 원하는 이곳에 출마하게 되었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설훈 의원과 정면 승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내심 설훈 의원이 열린우리당에 오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고 말해, 설 후보가 적이기에 앞서 좋은 후배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감정은 설 후보에게서도 확인된다. “유인태 후보는 깨끗하고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맞서 싸워야만 하는 진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강정책이 거의 비슷하고, 또 개혁을 내세우는 보수 정당이라는 점에서, 또 지지 계층과 지역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두 후보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설 후보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후보 개인의 능력이 선거에서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다. 나는 두 번에 걸쳐 국회의원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고, 특히 이 지역을 교육 특구로 지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따라서 내가 계속해서 이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야당이기 때문에 지역 발전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제 국회 권력은 야당이 가지고 있다. 과거의 여당 개념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안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유인태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열린우리당 이념의 주체답게 열린우리당의 정치 개혁 차별성을 주장했다.“민주당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호남에 뿌리를 둔 지역정당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오버랩(중첩)된다고 하지만 동시에 한나라당과도 오버랩된다.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상한 공조를 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지금도 열린우리당이 여론조사 에선 일등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정치개혁 흐름을 유권자들이 인정해줄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그러나 두 후보의 장담과는 달리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도봉을 지역구는 이번 선거의 최대의 승부처로 부상했다.

“개인능력 앞세워 승부할터”
설훈 민주당 후보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대정부 국회전략이 잘못되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그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을 열린우리당으로 옮아가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잘한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고 심지어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감정적 처신을 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 이유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당연히 당지도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우선 조순형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분보다 사무총장과 원내대표의 책임이 더 크다.

-어떻게 해야 수습될 것인가.▲추미애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추미애 의원과 당지도부가 정면으로 싸우는 듯한 모습은 내분으로 비쳐져 지금 상황에서는 모양이 좋지 않다. 타협해야 할 것이다. 실제 당의 전략 수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당 지도부나 중진들의 사즉생 정신이 필요하다. 조 대표가 대구에 출마하는 것처럼 호남 중진들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당의 이미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대로 나가면 민주당은 공멸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정말 중립인가.▲(답답한 듯) 생각해봐라. 자연인 김대중 선생과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김대중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연인으로서의 김대중 선생은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한다. 아들과 비서들이 전부 민주당에 있는데 어떻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나? 그러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김대중은 어쩔 수 없이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 전망을 어떻게 보나.▲솔직히 어렵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지지 계층이 겹치기에 매우 힘들다. 어쩌면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선거전략은.▲재선 국회의원으로서 많은 일을 했다. 특히 이 지역을 교육특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유인태 후보가 여당 프리미엄을 얘기하지만 예전과 달리 국회권력은 야당이 가지고 있다. 지역구민에게 이런 개인 능력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분당해 나간 것이 잘못되었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명분이 정치개혁과 지역감정해소인데 둘 다 실패했다. 정치개혁은 이미 민주당이 주장했던 것이고, 지역감정해소도 말이 안된다.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지역감정을 조장해서 민주당을 소외시키고 외톨이로 만들고 있다.

“열린우리당만이 대안이다”
유인태 열린우리당 후보
-왜 하필 도봉을 지역구를 택했나.▲곤혹스럽다. 민주당 설훈 후보는 개인적으로 형-아우 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도봉구는 나의 정치적 고향이다. 정치를 한다면 이곳밖에 할 곳이 없다. 옆의 노원 신설구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럼 유인태를 약삭빠른 사람으로 볼 것이다.

-출마하는 것이 개인의 자의적 판단이었는가.▲청와대를 그만 둔 것은 임명권자의 판단이었고, 출마하는 것은 꼭 나 혼자 판단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후배들이 당의 중진이 되어 노력하고 있고 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니까 거절할 수 없었다. 솔직히 정치 외에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민주당과 지지 계층이 겹치는데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물론 민주당과 지지계층이 겹친다. 그러나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과도 겹친다. 열린우리당은 어느 한 지역에서만 지지받는 것이 아니다. 그 점에서 민주당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호남, 영남, 충청 등 전지역에서 고르게 지지받고 있다. 그러니까 영남 출신인 김혁규나 정해주가 입당한 것 아닌가. 과거 민주당에 그들은 절대로 입당할 수 없었다. 그냥 민주당 틀을 그래로 유지했다면 절대로 영남에서 상대적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 있을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는가.▲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 한가지는 분명하게 해야겠다. 노 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비판받고 있지만 과연 노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정권초기에 검찰과 국정원으로부터 호된 시련을 당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물론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사소한(?) 물의를 일으킨 것은 국민에게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일이 정권초기에 일어난다는 것은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찰이 권력을 향해서도 아무 거리낌없이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은 오직 노 대통령이었기에 가능하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언행 등 사소한 문제에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런 흐름 자체가 나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그 점에서 노 대통령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상봉  pneumas@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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