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리나라 분양시장이 재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판을 키우는 모습이다.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으로 하반기 분양될 물량만 따져 봐도, 8월부터 올해 말까지 1만7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아진 물량이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물량만큼이나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각종 비리들이 새어나오는 것을 전부 막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일요서울이 재개발·재건축의 두 얼굴을 들여다봤다.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연내 1만7000여 가구 전년대비 2.1배
서울시 11개 구역조합 현장실태 점검, 부적정 사례 130건 적발
대림산업·삼성물산·대우건설 등 재건축 비리 혐의 거론된 과거
중소형 건설사 입찰은 하늘의 별따기?…분양시장 총체적 난국
신규 분양의 중심축인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살펴보면 해당 사업의 활황기가 다시 오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은 연내 1만7000여 가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지난달 28일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8월부터 연내 분양예정인 서울 재개발 재건축 일반분양물량은 37개 단지 1만7475가구로 조사됐다. 재개발 분양물량은 19개 단지, 9960가구이며, 재건축 물량이 18개 단지 7515가구다. 전년 동기(8163가구) 대비 2.1배가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분양예정 물량이 기 분양 물량보다 많기 때문에 서울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수요자들이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대규모 신규 택지가 들어설 만한 공간이 드물고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인기만큼 각종 부정과 비리 등의 우려가 맞물려 넘쳐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치열한 경쟁은 금품ㆍ향응 수수와 재건축·재개발조합·시공사간 결탁 비리를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실태점검을 요청한 11개 구역조합에 대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현장실태점검을 실시했는데 총 130건의 부적정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구청 직원 및 외부전문가(변호사, 회계사)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이 민원신청 내용과 자금관리, 예산·회계, 계약, 행정, 정보공개 등에 대해 조합별로 집중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적발 사례별로 보면 ▲ 자금차입 5건 ▲ 자금관리 1건 ▲예산편성 및 집행 등 회계분야 72건 ▲ 계약 24건 ▲조합행정 14건 정보공개 14건 등 총 130건이다. 이 중 2건은 수사의뢰, 7건(4890만 원)은 환수조치, 17건은 시정명령, 99건은 행정지도, 5건은 기관통보했다.
부적정 사례 대부분이 지난해 점검한 결과와 대동소이하나, 새로운 내용으로는 공로금 지급과 관련해 부조리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시는 관행적 부조리에 대해 개선토록 교육 및 홍보를 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최근까지 자금차입과 관련해 도정법 위반사항이 적발된 조합에 대해서는 수사의뢰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진희선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장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서면결의서를 징구하고 징구된 서면결의서에 의해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수사의뢰 등 엄중히 조치했다”며 “부조리 등이 사라지고 투명한 조합운영이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점검 및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8일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낙찰 과정에서 대림산업 등 건설사가 짬짜미한 혐의를 잡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림산업이 다른 업체를 내세워 유리하게 가격을 써내게 한 뒤 낙찰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담합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림산업 이외 건설사 2~3곳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해당 혐의 외에도 가까운 예는 몇 달 전, 멀리는 재건축·재개발 활황기로 평가받던 2000년대 중반부터 부정과 비리 혐의가 항상 있었다. 경기 광명시 광명11R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는 현대사업단에 속한 건설사들, 길음 뉴타운 재건축 사업 비리 수사에선 삼성물산,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뉴타운 재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서는 대우건설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편에서는 수도권에 있는 재개발 예정지에서 몇몇 대형 건설사들이 일부 조합원들에게 현금이 가득 든 돈봉투를 건네는 장면이 CCTV에 그대로 포착되기도 했다. 사업의 조합원들에 대한 금품 살포는 불법행위가 분명하고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 대목이었다.
또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대형 건설사들이 독식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공사 선정 때 내역입찰 방식이 아닌 평당 임의 공사비에 따른 가계약 후 본 계약 단계로 진행할 때는 본 계약 시 공사비가 오르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부동산서베이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2년부터 5년간 부산에 공급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예정 물량 포함) 분석 자료에 따르면 GS건설과 롯데건설 등을 포함한 대형건설사들의 시공 비중이 89%를 차지해 압도적이었다.
결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분양시장에서 범위를 넓혀가는 동시에 부정과 비리, 편향된 수익 사업체 등의 문제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다만 조합·건설사가 사업을 함께 진행할 때 시공사 선정에서 생기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마련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조합 중 조합과 건설사가 사업을 공동 시행할 경우, 이들의 시공사 선정을 ‘사업시행인가’ 이전으로 앞당기게 해 공사비 뻥튀기 등의 문제를 예방할 예정이다.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과 ‘공동사업시행표준협약서’ 고시안을 지난 11일 입법 예고했는데, 이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중 시공사 선정 전후에 공사비가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재개발·재건출 사업은 다양한 주체들이 포함되고, 복잡한 성격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자정작업들이 현재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씩이라도 지워나갈 수 있는지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