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들여 샀지만 창고서 먼지만 쌓여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의 활동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실종자 수색, 영상 촬영, 구조 장비 수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안전처 등 공공부처에서도 드론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하지만 장비는 비싼 값에 구매했는데 방치되고 있어 예산 낭비란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드론을 가동할 인력마저 마땅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앙소방본부 119구조과에 따르면 전국 시·도에 13대의 인명 구조 및 재난 영상 촬영용 드론이 있다. 가격대는 사양과 성능에 따라 300만 원대부터 1억 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재난 발생 시 효율적 대응과 신속·정확한 임무 수행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활용된 건 손꼽을 정도다.
국민 세금 365만 원을 들여 서울 119특수구조대에 배치된 화재 정찰용 드론은 2년 동안 10회 남짓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고, 4000여만 원을 들인 부산 119특수구조대의 드론은 지난 10개월 동안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는 데는 ‘인력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소방본부 119구조과 담당자는 “드론을 운용할 전담 인력이 없어 현장에서 외면 받는 게 현실”이라며 “드론 조작 및 운용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등 유관기관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사건 수색·정찰 시 외부 시민단체인 한국드론산업협회의 힘을 빌려 드론을 활용하는 실정이다. 한국드론산업협회는 드론 동호인 1700여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법인으로 경기경찰청과 실종자 수색 협조를 위한 협약(MOU)을 맺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안산 대부도 살인 사건에서 살해된 시신을 찾는 데 2대의 드론산업협회 드론이 투입됐고, 지난 3월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원영이 사건)에서도 3대가 투입됐다. 한국드론산업협회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 등 드론 사용에 대한 경찰의 사전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고 있다”며 “올해 한 달에 1번꼴로 지원을 나갔다”고 말했다.

드론 활용 걸음마 단계
공공기관의 드론 활용 방안은 지난해부터 논의됐다. 이후 지난 6월 정부가 드론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울 정도로 공공기관 내 드론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 5월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인천 전용부두 앞바다에서 해경 최초로 드론을 활용해 인명구조 장비를 해상에 투하시키는 훈련을 실시됐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안전처 재난구호과 담당자는 “현재 수송용 드론이 아직 간단한 구호물자를 옮기는 정도 수준”이라며 “고차원적인 드론 활용을 위해 다음 달 국립재난안전연구원·각종 협회·통신사 등 타 기관들과 모여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경찰활동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지난 3월 발주했다. 오는 11월쯤 연구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의 드론 도입을 촉진하고 드론 산업에 관한 주요 정보를 민·관·학계가 공유하기 위한 ‘드론 활성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공공기관(수요자)과 드론 제작업체(공급자) 간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드론 활용 확산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드론 산업을 뒷받침할 토대가 마련되고는 있지만 범죄 악용 등 각종 부작용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드론이 추락할 경우 지나가던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상공을 비행 중이던 드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를 일으켜 바다 위로 추락했다. 지름 1.2m, 무게 8kg의 드론은 다행히 해수욕장 부이(부표) 바깥에 추락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드론 활용을 위해 ▲ 추락이나 다른 물체와의 충돌로 인한 인명피해 및 재산 침해 ▲ 통신신호 및 전파 충돌로 휴대전화나 위성 TV 등과 같은 민간 통신 네트워크에 장애 가능성 ▲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 소음공해와 거주자 조망권 침해 등 4가지 법적 쟁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론은 교통체증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으며 넓은 시야각의 확보가 가능해 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드론의 제작 상 결함이나 전파 충돌로 인해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과 법 집행기관의 무차별적 드론 이용 시 우려되는 사생활이나 개인정보의 침해 문제가 대표적이다.
중앙소방본부 119구조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그런 다양한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시범 운영 단계이기 때문에 다각도로 드론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