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투자 시 피해 불가피…투자 중단 요구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벨레상스서울호텔(옛 르네상스호텔)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벨레상스호텔 폐업추진 즉각 철회와 호텔 폐업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한화투자증권의 투자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호텔 소유주인 삼부토건은 벨레상스호텔을 건설기업인 브이에스엘코리아에 최종 낙찰했다. 이에 호텔 노동자들은 호텔이 포함된 재건축 이후와 현재 고용 승계를 보장해달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자들은 부실 경영으로 인해 호텔 매각이 추진된 이후 구사주인 삼부토건 조남홍 대표과 구사주 일가가 임금체불을 피하기 위해 폐업을 추진 하면서 500여 임직원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벨레상스호텔은 정상적인 운영은 이뤄지고 있지만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조남홍 대표가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호텔을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 조 대표가 언급한 폐업 이유는 계속되고 있는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에 노동조합 측은 “벨레상스호텔은 경영진이 호텔 경영에 의지만 보인다면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영업을 정상화 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조남홍 대표와 구사주는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영업을 축소해 왔다”며 “객실과 부대행사 예약을 받지 못하도록 해서 호텔 영업을 위축시켰고 이로 인해 실적이 나빠지자 호텔 폐업 이후 호텔부지 재건축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노동 조합은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특 1급 호텔의 입지로 지금 당장이라도 흑자 운영이 가능한 호텔인데 재건축을 이유로 폐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직원들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서라는 조남홍 대표의 폐업 이유는 개발업자의 이익을 위해 500여 명의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 가족과 협력업체 3000여 명의 생존을 파탄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용 승계 물거품 위기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매각이 된 이후에도 고용승계를 보장받지 못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조합원은 “브이에스엘코리아가 르네상스호텔을 인수해 복합빌딩으로 재건축한다고 들었다”며 “그 안에 쇼핑몰,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들어오는데 호텔이 다시 들어오는데도 직원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시위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직원들 고용승계, 생존권 존중 그것밖에 없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들은 브이에스엘코리아가 지난 5월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텔 직원들과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말한 내용을 강조했다. 현재 브이에스엘코리아는 논란이 불거지자 노동조합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측은 “매각이 완료된 것도 아닌데 벌써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행사가 아니고 주관사다 보니깐 시행사 압박용으로 회사 앞에서 시위하는 것 같다”며 “(면담요청에 대해)정확하게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고 해명했다.
삼부토건 측 관계자는 “회장 일가는 이미 퇴진한 상태이며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동승계주장 정당한 권리
이에 대해 김경호 노무사는 “벨레상스호텔이 다른 기업에 사업 일체를 양도했다면 이는 포괄적인 영업양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수 기업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고용승계를 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만약 고용승계를 하지 아니한다는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라도 그 특약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다면 부당해고가 되므로 근로자들은 적법하게 고용승계를 요구할 수 있다. 고용승계는 기본적인 생존권의 문제이고 법원이 인정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자 사업주의 의무이므로 회사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브이에스엘코리아가 복합 빌딩 재건축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어떤 사업형태로 진행될지 미지수인 상태인 것 같다”며 “벨레상스호텔의 경우 조건부에 따라 고용승계 문제의 변수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부토건은 지난해 9월 기업파산을 신청한 뒤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삼부토건은 채권단에 1조 원이 넘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벨레상스호텔 매각을 수차례 추진한 바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 5월 9일 브이에스엘코리아와 벨레상스서울호텔 매각 본 계약을 체결하고 브이에스엘코리아로부터 계약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전체 매각금액인 6900억 원의 10%에 해당하는 690억 원이다. 거래는 벨레상스호텔과 삼부오피스빌딩도 포함됐다.
벨레상스호텔의 최초 입찰가는 1조8560억 원에 이르렀지만 이번 6900억 원에 최종 매각되면서 삼부토건이 채권단에 채무를 갚고 나면 실제 확보 현금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삼부토건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벨레상스호텔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브이에스엘코리아가 계약금 납부일로부터 60일 이내인 7월 8일까지 나머지 잔금을 삼부토건에 지급하면 매각이 완료되지만 잔금을 다 모으지 못한 브이에스엘코리아는 잔금 납부 연장 신청을 했고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한화투자증권과 금융주관 계약을 맺어 오는 9월까지 남은 잔금을 처리할 계획이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