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 5일 저녁 방송인 김제동씨가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24번째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 참석해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후 국내 언론과 SNS 심지어 국회의원들까지 김 씨의 발언을 놓고 논쟁이 붙었다. 김 씨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폴리테이너다. 해외에서는 폴리테이너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사회·문화 풍토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요서울에서는 김제동씨의 성주연설을 둘러싼 논쟁과 함께 폴리테이너의 활동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방송인 접고 정당인 전업하라”
해외에선 자유로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김제동씨의 성주연설 이후 다수의 국내 언론사들은 김 씨의 자극적인 발언을 문제삼아 기사를 내보냈다. “종북? 난 경북이다 이XX들아” “뻑하면 종북이라고…대통령도 외부 세력” “성주에 외부세력은 오로지 사드뿐” 등이다.
김 씨의 성주연설은 파장이 컸다. 그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방송인이기 때문이다. 비록 정당 소속인은 아니지만 보수가 아닌 진보 성향이라는 것은 그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주연설 이후 당연히 그에 대한 비판여론과 찬성여론이 온라인을 도배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제가 김 씨의 지독한 편견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공정하고 중립성이 핵심인 방송 진행자를 맡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입니다.”라며 김 씨의 방송활동을 문제 삼고 나섰다. 심지어 한 인터넷 언론은 “방송인 접고 정당인 전업하라”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또 새누리당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일부 연예인 등이 직접 성주에 가서 대통령 비방에 열을 올리며 노골적인 선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씨를 비난했다.
반대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트위터에 “김제동 씨의 성주 방문 유투브 연설 내용을 한번 들어보세요. 그의 탁월한 헌법 실력과 논리에 감탄합니다. 그의 정확한 진단과 화술에 경탄합니다. 김제동 화이팅!”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김 씨의 성주연설은 내용을 살펴보면 격한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자극적이거나 욕설이 난무한 연설은 아니다. 오히려 헌법을 사드와 관련해 유머러스하게 풀어 설명해 호소력이 있었다는 평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영향 큰 연예인
‘종북’ 단어 사용 지나쳐
김제동씨는 그동안 다양한 사회적 이슈의 중간에 서 있었다.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폴리테이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이념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소신발언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김 씨가 일반인이 아닌 방송인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수많은 팬들을 갖고 있고 방송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방송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김 씨의 발언은 사회적 파장이 크다. 오히려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는 국회의원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씨의 욕설과 대통령을 외부세력이라고 지적한 것을 물고 늘어지고 있지만 제일 위험했던 발언은 ‘종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종북’이라는 단어는 블랙홀과 같다. 아무리 이성적인 토론과 논쟁이 있어도 ‘종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비이성적이 되기 때문이다.
성주연설에서도 김 씨는 “뻑하면 종북이랍니다. 여러분들도 종북 소리 듣잖아요. 하도 종북이라고 그래서 ‘나는 경북이다. 이 XX들아’라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결국 일부 언론들이 문제 삼아 기사들을 만들어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김 씨는 소위 진보진영의 사회적 이슈행사에 주로 참여했다. 그랬기에 김 씨를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김 씨 이야기만 나오면 ‘종북’이라고 몰아붙였다. 실제 이런 김 씨의 행보로 인해 방송출연에 제약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발언도 따지고 보면 김 씨로서는 억울한 마음에 ‘종북’이라는 말과 함께 ‘이 XX야’라는 욕설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남과 북이 대립하며 정치·사회적으로 이념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은 지나친 감이 있다. 일부에서는 ‘선동’이라는 단어까지 들고 나올 정도다.
‘선동’이란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폴리테이너들은 ‘선동’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이성적인 판단이 배제된 선동은 사회를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정치판에서 연예인들이나 방송인들을 선호하는 이유가 이들로 하여금 선동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연예인이나 방송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좋은 이미지가 특정인 또는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슈와 합쳐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해외에서는 많은 영화배우와 방송인 등이 방송이나 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도 하고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언론과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연예인 정치 참여 활발
언론, 시민들 반응은…
해외에는 이미 유명한 폴리테이너들이 있다. 얼마 전 국내를 찾은 맷 데이먼, 오프라윈프리 등은 평소 정치적인 소신 발언으로 더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 폴리테이너들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지난 4·13 총선 때도 많은 연예인들이 국회의원들 유세장을 찾았다. 배우 송일국씨는 어머니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 배우 이영애씨는 남편 정호영씨의 지인인 경기 용인정 이상일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데 이어 충남 공주·부여·청양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의 지원 유세에 참여했다.
가수 이은미는 서울 마포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위해 망원시장 등을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가수 태진아와 박상철은 각각 고향에서 출마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박덕흠 새누리당 후보와 강원 동해·삼척 이철규 무소속 후보를 지원했었다. 가수 남진도 동향인 광주 동·남을 박주선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었다.
과거에 비하면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폴리테이너들은 좀 더 적극적이다. 단순히 현장을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발언과 함께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단체를 조직해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사회가 변했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많은 갈등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건강해진다. 하지만 진보, 보수세력 모두 ‘선동’은 자제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더욱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더 효과적인 설득을 할 수 있는 폴리테이너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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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