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개발 규제 완화 후…보험업계 ‘이색’ 열풍
상품개발 규제 완화 후…보험업계 ‘이색’ 열풍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8-12 20:21
  • 승인 2016.08.12 20:21
  • 호수 1163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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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드론·얼굴까지 “기발함으로 승부하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보험업계에 ‘이색’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내놓은 뒤 새로운 보험상품의 개발이 훨씬 쉬워진 탓이다. 그간 보험사는 보장 내용과 보험료 등을 붕어빵처럼 찍어낸 후 마케팅만 달리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로드맵에 따라 보험상품 개발 사전신고제를 사후보고제로 바꿨다. 이는 신시장 개척을 위한 특색 있는 담보상품 개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고 가장 먼저 나온 이색상품은 드론을 담보로 한 ‘드론보험’이다. 지난해 11월 현대해상은 드론이 파손되거나 드론 운행 중 타인이 다치면 보상을 해준다. 물론 타인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도 보상은 이뤄진다.

보상 금액은 납입금(5만~10만 원대)에 따라 최대 10억 원까지 가능하다. 드론을 담보로 각종 특약에 가입할 수도 있다. 다만 단체보험으로 설계돼 현재까지는 개인이 가입할 수 없다.

롯데손해보험은 파혼 등으로 결혼식이 취소됐을 때 보상해주는 ‘웨딩보험’ 상품을 지난 1월 선보였다. 예식장 파손이나 결혼 당사자의 사망, 전염병 등을 이유로 결혼식이 취소되는 경우에도 보상해주며, 결혼 의상의 훼손이나 결혼 예물의 도난, 신혼여행 출국 실패나 여행 중단 시에도 보상이 이뤄진다.

오는 11월 결혼식을 앞둔 자영업자 황모(33)씨는 “인생에 한 번 하는 결혼식을 여러 가지 문제로 망쳤다는 주변의 경험담 때문에 불안하다”면서 “이런 보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로 잘못된 주유를 했을 때 보상해주는 상품도 있다. 동부화재는 휘발유차에 디젤을 주유해 발생하는 혼유(混油)사고 피해를 보상하는 ‘참좋은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혼유사고 뿐만 아니라 자동차사고 시 부상지원금을 지급하고, 50% 이상 상해후유장해 시 기존 납입보험료까지 환급해준다.

규제 완화 이전에도 이색보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홀인원보험, 키퍼슨보험, 손주사랑보험 등은 상당히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키퍼슨보험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본인의 신체에 대해 보험을 가입하는 것으로, 해당 신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계약된 금액을 지급한다. 최근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유라가 최대 보상금 5억 원의 다리보험에 가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홀인원보험은 골프를 하다가 홀인원을 기록할 경우 약속된 축하금을 주는 상품이며 손주사랑보험은 가입한 조부모가 사망할 경우 손자, 손녀에게 계약 기간의 생일마다 축하금을 주는 상품이다.

이색 혜택도 풍부

보험상품 자체가 이색적인 경우도 있지만, 기존 보험에 독특한 보장을 끼워 넣는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8일 메리츠화재가 내놓은 ‘(무)메리츠이목구비보장보험1601’은 얼굴 전반에 대한 보장을 강화했다는 게 기존 질병 보험과 다르다. 손보업계 최초로 병원단위수술비특약을 신설한 점도 주목된다. 병원단위수술비특약은 질병 종류에 관계없이 안과나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수술만 해도 최대 20만 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또 외모에 상해를 입어 장해분류표상 추상장해로 분류될 경우 장해지급률의 2배를 지급한다.

현대해상은 지난 5월 6세 이하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7% 할인해 주는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은 현대해상의 어린이 CI보험과 자동차보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녀가 있는 고객들의 교통사고 발생위험도가 낮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직장인 진모(29·여)씨는 “아이가 있는 가정에 혜택을 주는 보험이 있다고 해서 남편에게 이 상품을 가입하게 했다”면서 “자동차보험은 어차피 가입해야 하는데 할인까지 해주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지난 4월 SK텔레콤과 제휴해 운전습관연계보험(UBI) 활용 보험상품을 내놨다. 가입자가 SK텔레콤의 ‘티맵’을 켜놓고 주행해 운전점수가 일정 수준(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KB손보는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버스와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10% 추가 할인해주는 ‘대중교통 이용 할인 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가입자의 지하철, 버스,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금액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금액별로 보험료를 차등 할인해 준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올초 양한방건강보험을 국내 최초로 내놨다. 이 상품은 첩약, 약침, 물리치료 등 한방 치료비를 보장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상품 자율화로 이색상품이나 담보 등을 담은 상품이 출시됐다”면서 “기존에도 이색적인 상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보험업계가 다양한 상품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색상품은 일반 보험상품보다 큰 사랑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고객이 처한 상황이나 취미 등을 제대로 공략해 탄탄한 수요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업계에서는 탈모보험, 전동휠·전동킥보드 등 1인용 이동수단과 관련된 보험 등을 검토 중이다.

실패 경험도 다수

문제는 손해율 등이 검증되지 않은 이색보험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손해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2000년대 초에도 ‘휴대폰 분실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쏟아졌지만 손해율 예측이나 시장 상황을 잘못 읽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색보험은 보장 범위를 넓혀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신중하지 않게 따지지 않고 가입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새로운 상품인 만큼 가입 조건이나 보상 범위 등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웨딩보험의 경우 단순 변심으로 인한 파혼은 보장하지 않으며, 드론보험 역시 드론에 관한 법률적 정비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보상 분쟁이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이색보험의 경우 업계에서 대부분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고 고객 리스크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1~2년간 데이터를 축적해 보험료 등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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