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땅장사, 집장사로 폭리를 취하며 주거복지사업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2008년부터 국정감사 때마다 신랄한 비판으로 곤욕을 겪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비슷한 지적이 일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수익 10조 원대…주거복지사업비 25% 덜 집행
2008년부터 지적 계속 돼…“특단의 조치 필요하다”
2009년 공기업 선진화정책의 1호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진 통합공사가 출범했다. 민간 기업 CEO출신의 이지송 초대 사장은 땅장사, 집장사를 한다는 과거 오명을 씻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이 되겠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현실은 어떠할까. LH는 올 상반기 9조7984억 원의 토지 개발 수익을 냈다. 당초 계획보다 3조 원 이상 더 번 것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 사업에서도 목표치 대비 5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임대료 수입도 6142억 원으로 600억원 이상의 초과 수익을 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을 벌고도 주거 복지를 위한 지출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지출 항목 중 유일하게 주거복지사업비만 계획대비 1735억 원, 25%나 덜 집행했다.
LH측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다가구주택 매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가구매입 임대 주택은 6개월 이상 방치된 물량이 4000가구에 이를 정도로 선호도가 떨어진다. 결국 비싼 임대료를 받으면서 정작 서민들이 원하는 임대주택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경실련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서 LH가 집 장사와 땅 장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이에 반해 임대료는 계획보다 훨씬 높게 회수가 됐기 때문에 여전히 고가 임대료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매년 진행되는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국토교통위원회, 광명을)은 지난해 5월 18일 진주에서 열린 LH 감사에서 “LH가 지난 7월까지 전국 상업용지 115필지의 토지를 8조395억 원에 매각, 감정가(6조1660억원)보다 1조8735억 원이나 더 비싸게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LH공사가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공동주택용지를 감정가에 매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성원가에 비해 감정가는 1.2배, 최고가는 2.5배나 비싼 것이다. 상업용지를 경쟁 입찰을 통해 최고가로 판매하면 감정가로 판매할 때보다 평균 30%이상, 최고 70%이상 비싼 가격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광주용산, 대구테크노폴리스 1단계 사업지구는 예정가의 2배나 비싸게 판매했고 예정가(감정가)보다 100억 원 이상 비싸게 판 사업지구도 18곳에 달한다.
이언주 의원은 “비싼 값에 땅을 매입한 사업 시행자는 최소 비용으로 상가건물을 지은 후 비싸게 분양하고 손을 뗀다. 고가의 분양가격은 높은 임대료로 이어지고 상가는 다 지어진 뒤에도 한참 동안 공실로 남아 있게 된다”며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가까운 상가를 두고도 상권이 형성되지 않으니 차를 몰고 원거리 쇼핑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LH공사가 비싸게 상업용지를 공급함으로써 주민 불편은 물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LH공사는 최고가 낙찰제로 인한 부작용을 방관하며 고수익 땅장사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떨어뜨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업종이 입주되고 주민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8년 전인 2008년 국정감사에서도 금액만 다를 뿐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 시절이라는 점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박상은 의원은 “주공은 대지분양사업으로 지난해에만 약 6672억 원의 급격한 매출이익을 올리는 등 지난 5년간 총 1조7100억 원의 매출이익을 냈다”며 “주공의 대지분양사업에서의 폭리가 아파트 고분양가의 원인이 돼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주공이 중소형보다는 중대형 아파트 물량 비중을 늘려 집장사에 치중하고 있어 소형주택 가격상승에 큰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물량 해소 차원에서 추진하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 후 재임대 사업도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은 “주공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 실질적으로는 전용면적 84㎡가 되는 중대형아파트가 74%를 차지하고 있어 서민 임대정책이 아니라 공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집장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중대형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아파트로 전환할 경우 서민들이 임대 혜택을 보기에는 실질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저소득층 영세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가운데 41.2%가 비영세민으로 비자격자가 입주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은 “영구임대주택을 비영세민이 차지하고 있어 약 5만8000가구의 영세민들이 입주를 위해 대기 중으로 정작 혜택을 봐야 할 영세민들이 입주 못하고 있다”며 “이는 주공이 입주 자격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LH는 2005년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부문의 정비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기능을 담당 중이다.
정부는 같은 해 5월 27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공기관 3대 분야 기능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6월 초까지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말미암아 LH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제외한 주택정비사업 분야에 참여하지 않는다. 재건축사업의 경우 민간에 이양·폐지하고, 재개발사업의 경우 제한적으로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에 따른 기관 통폐합, 인력 및 예산 절감 등으로 효율성이 제고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 본연의 핵심기능 강화와 생산성 제고를 통해 국민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하며 발전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이라는 반응이다. 따라서 LH에 고강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계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다. 초대 사장 때부터 지적된 문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말뿐인 개혁”이라며 “지금이라도 LH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 환부를 도려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