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로 ‘전남 순천’출신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호남 출신 비주류로 영남당에서 한직을 연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주군으로 삼으면서 집권 여당 대표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표직 자리에 오른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노출된 계파갈등 봉합과 정권 재창출은 넘어야 할 양대 산맥이다. 또한 당청관계 재정립과 임기말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뒷받침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거위의 꿈’을 강조한 이 대표 앞길에 놓인 과제와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 한 손에 ‘호남’ 한 손에 ‘박심’ 쾌속 질주
- ‘호가호위’ 친박, ‘가짜친박’, ‘무늬만 친박’ 긴장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로 ‘전남 순천’출신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호남 출신 비주류로 영남당에서 한직을 연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주군으로 삼으면서 집권 여당 대표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표직 자리에 오른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노출된 계파갈등 봉합과 정권 재창출은 넘어야 할 양대 산맥이다. 또한 당청관계 재정립과 임기말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뒷받침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거위의 꿈’을 강조한 이 대표 앞길에 놓인 과제와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인순이, 거위의 꿈 가사中에서)
이정현 대표의 주제곡으로 평소 강조해온 ‘거위의 꿈’이 현실화됐다. 이 대표는 비박계 단일화에 친박 분열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직에 올랐다. 친박 주류인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등 3인방의 연이은 불출마 행보에 ‘나홀로 배낭’을 메고 당대표 선거에 나서 호남 출신 첫 영남당 대표가 됐다.
그는 지역적 조건도 열세였고 ‘원조 친박’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친박 내에서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존재였다. 친박·비박을 넘어 여야 모두 이번 결과를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정견발표장에서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 대통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말단 사무처 당직자 시절부터 16계단을 밟아 여기까지(당 대표 출마) 온 저에게 놀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이 대표 앞에 놓인 숙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이 대표가 당선되자 반대 진영에서는 ‘도로 친박당’, ‘계파 청산은 물건너 갔다’, ‘당의 청와대 부속실화’ 등 우려감을 쏟아냈고 무엇보다 내년 대선에서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심지어 비박계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재보선전에 비대위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냉소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先 계파 청산 後 정권 재창출” 강조
이에 이 대표는 계파 갈등을 의식한 듯 당 대표 당선 전부터 이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계파 청산을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당 대표 수락연설문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과 비박, 그 어떠한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며 “이제 지난 일들은 툭툭 털어버리고 함께 하고 함께 가자”고 호소했다.
특히 이 대표는 말뿐이 아니라 향후 당직인선에서 친박·비박을 가리지 않고 ‘탕평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당의 사무총장은 중앙당의 자금을 관리하고 공천관리위원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계파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또한 당 대표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인사도 마찬가지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계파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사무총장은 중립적인 인사로,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내 인사보다는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갈등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계파 청산과 함께 내년으로 다가온 정권 재창출 역시 이 대표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임기 후 안전판 확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 대표는 당선된 직후 비박계 대표적인 인사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과 국정운영의 협력을 요청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계파 청산을 위해 상호 협조하자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등은 비박계 잠룡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사들이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를 결정할 경선을 관리할 중책을 맡은 이상 계파 청산을 위해서라도 비박계 잠룡군과의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이 대표는 비박계 인사들과 통화 말미에 “수시로 전화하고, 만나서 여러 현안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청 관계, “동반자적 운명공동체…”
이 대표가 비박계 잠룡군과의 관계개선은 또한 정권 재창출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자칫 비박계가 당을 박차고 나가 새로운 당을 만들 경우 정권 재창출은 물론 박 대통령의 임기 후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先계파청산 後정권 재창출’을 강조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친박계가 지지할 당내 유력한 대선 후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박계 잠룡군을 ‘친박화’하는 과제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르기 전부터 비박계에서는 “친박 딱지로는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는 힘들다”는 기류가 주를 이뤘다.
한편 당·청과의 관계는 이 대표가 평소 밝혀왔듯이 박 대통령의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당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전망이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 남았다. 100년의 1년6개월은 짧지만 5년의 1년 6개월은 굉장히 길다”며 “앞으로 1년6개월간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생과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더 시급하다”고 못 박았다.
정권 재창출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더 방점을 찍은 발언이다. 당청 관계 역시 수평적·수직적 관계를 넘어 동반자적 운명공동체로서 여당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가로막는 당내외 장애물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임을 천명해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 내 박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이 대표는 지난 8월9일 박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하러 온 김재원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야당과 똑같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려 하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과 지위, 신분을 포기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과거 유승민 국회법 파동과 같은 사태나 박근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사드배치’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경우 ‘출당’을 시킬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한 셈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과제에 대해 당이 전면에 나서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청와대 역시 이 대표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전폭지원에 발맞춰 당 대표로서 위상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일단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새 지도부가 탄생된 지 이틀 만에 청와대 오찬회동을 가지면서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탕평인사’, ‘소수자 배려 인사’를 제안했고 박 대통령은 “참고를 잘 하겠다”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 오찬 후 독대 무슨 말이…
110분간 신임 지도부와 오찬 회동 이후에는 박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독대가 이뤄졌다. 김무성 전 대표 때와는 확실하게 다른 대우였다. 이 자리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병우 수석 거취’, ‘사드 배치’, ‘개각 명단’ 등 여야간 첨예한 현안과 인사관련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간 순풍에 돛달 듯 국정 운영이 이뤄질 것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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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