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6인이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들끓는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보란 듯이 떠난 출국 때의 ‘당당함’은 없었다. 당초 우려대로 ‘사대외교’만 자랑하고 돌아왔다. 이로써 ‘전략적 모호성’이란 더민주의 공식 입장은 이제 껍데기만 남게 됐다. 민주국가에서 각 정당이 어떤 당론을 채택하느냐는 자유지만 사드는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다. ‘국가 안보’는 철저히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더민주는 ‘방중 사드 쇼’를 강행했고, 국민들에게 ‘안보 불안 정당’ 이미지만 각인시켰다. ‘수권 정당’을 자처하면서도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집권여당의 지적이다.
- 靑 만류에도 방중(訪中) 강행한 이유 살펴보니…
- “사드 김대중·노무현 對北 지원으로 인한 고육지책”
“토론해보니 중국의 반대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다” 중국 여행(?)을 마친 더민주 초선의원 6인 중 한 의원이 한 말이다. 자신들의 방중이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조공외교' 이미 예견됐던 일…
‘의원외교’를 하러 간다던 6인이다. ‘의원외교’란 국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국의 해당기관이나 관련 의원들에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들 6인은 국가의 확정된 정책에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소속 정당의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익을 저해할 수 있는 국외 활동을 ‘의원외교’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외교 안보 문제는 무엇보다 국익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분야다. 어느 나라나 의원 외교는 정부와 충분한 조율을 거치는 것이 관례임에도 문재인 전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는 아무런 대안 없이 정부를 비판하기 급급했다. 나아가 외교 경험이 없는 초선의원들은 정부의 공개적 반대를 묵살하고 방중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라는 이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의원외교’가 아닌 ‘조공외교’의 모양새만 만들었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화가 난 중국을 달래고,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것도 모자라 당초 우려대로 중국 측의 ‘사드 배치 반대 논리’에 두고두고 이용될 여지만 남기고 온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의 ‘조공외교’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단 방중 의원들 중 한 사람도 중국이나 군사외교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영호 의원과 박정 의원만이 중국에서 공부한 이력이 있을 뿐이다. 국회 국방위나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드 배치 반대 및 중국 방문과 관련해 강경론을 피력해온 손혜원 의원은 홍보업계 출신이다. 김병욱 의원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측근으로, 두 의원 모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치과의사로 운동권 출신인 신동근 의원 역시 교문위 소속이며, 도서·출판업계 출신 소병훈 의원은 안정행정위원회 소속이다. 또한 이들이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내뱉은 “방중이 논란이 될지 몰랐다”는 발언은 스스로 외교적 ‘무뇌아’임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민의 만류에도 이들이 무리해서 방중을 감행한 데에는 ‘정치적 전략’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당리당략’에 눈멀어 ‘안보’ ‘외교’ 뒷전인 野
27일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주자들이 이들의 방중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노선과 강성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모습은 의혹의 불씨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당초 이들 6인이 방중 의사를 밝혔을 때 청와대는 ‘남남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자칫 ‘사대외교’로 비춰질 수 있다며 적극 만류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비난을 받더라도 사드 배치를 실행하겠다”며 지역주의나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분열을 종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심지어 같은 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역시 이들의 방중을 만류하고 나서는 상황 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6인이 방중을 강행한 데에는 결국 문심(文心)을 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로 이들은 대통령과 자당 대표가 반대를 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앞선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데는 ‘안보 불안 정당’이미지가 악재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야권은 중국의 의도대로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잘 보이기에 급급한 나머지 ‘안보외교’를 정부 따로, 야당 따로 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민주는 2017년 대선을 준비하기 전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들에게 당의 정체성부터 검증받아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중심을 잡아놓은 ‘안보 정당’으로 유지하느냐, 실질적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 노선에 맞춰 친북으로 돌아가느냐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종인 대표가 6인의 방중 의원들을 향해 “여행하고 돌아오는 분들인데 뭐 특별히 사과할 일을 하고 왔나”며 자당 의원들을 평가절하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김 대표도 더 이상 이 당을 어찌할 수 없게 됐다는 포기 선언으로 내다봤다. 결국 지금까지 새는 물을 틀어막아 가면서 아닌 척했지만 이제 김 대표도 지쳤을 것이란 관망이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드 관련 중국 관영 매체들의 한국 비판에 대해 청와대가 반박한 내용을 두고 “중국 정부와 한판 하자는 선전포고로밖에 볼 수 없다”고 평했다. 더욱이 박 원내대표의 “북한의 미사일이 성산 포대를 향할 것”이란 발언은 대안은 하나도 내놓지 못하면서 “안보는 보수”라던 국민의당이 오히려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오늘날 사드 문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북한 정권과 북핵을 키워 주었기 때문에 발생한 고육지책”이라면서“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일들에 대해 엉뚱하게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여권 인사는“사드 배치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안보가 전제됐을 때의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미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상 이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국익 낭비일 뿐이다. 야당 지도부는 ‘수권 정당’으로서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철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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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