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톱스타들이 잇따라 대출광고에 출연하면서 ‘CF와 연예인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광고가 스타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스타가 광고하는 상품이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이런 의문은 ‘대출광고’ 뿐만이 아니다. 홈쇼핑 과장 광고, 불순물이 섞인 화장품 광고, 몸에 해로운 의학 용품 광고 역시 스타들은 제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액의 개런티를 받고, 광고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사고 파는 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나서는 것에 대해 ‘공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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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광고, A급 연예인 잇따라 출연
최근 잇따라 지상파 광고가 증가하고 있는 ‘대출광고’의 대표적인 문구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길거리와 화장실 등에 붙어 있던 대출 광고가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명 톱스타들이 잇따라 대출광고의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출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로는 ‘러시앤캐시’의 탤런트 한채영, 김하늘, ‘리드코프’의 영화배우 최민식, ‘원캐싱’의 탤런트 이영범, ‘위드캐피탈’의 탤런트 최자혜, ‘론크레이트’의 여운계 등이 있다.
또한 한채영과 김하늘이 모델로 활동하는 ‘러시앤캐시’ 광고와 최민식이 모델로 활동하는 ‘리드코프’ 광고는 지상파 방송 3사와 EBS, 케이블 TV에서 방송됐거나 현재 방송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과거에는 일부 대부업체가 케이블 TV 광고를 내보낸 경우는 있었지만, 이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지상파 TV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지난 2002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 외에는 대부업에 관한 광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면서 대부업의 광고가 늘어나면서 생긴 것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대출 업체의 광고를 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대부업체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더욱 연예인들의 모델 활동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대출 업체 입장에서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루어져 오던 ‘대출광고’에 연예인을 기용함으로써 많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외국계 대출업체의 광고 모델을 하는 최민식, 한채영과 김하늘의 대부업 광고에 대해 “평소에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들이었는데, 대출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보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며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보면, 대부업체는 스타들에게 개런티를 많이 주는 것 같다”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대출 광고에 출연하는 A급 배우의 개런티는 1년에 4~5억원 정도다. 이는 이효리나 전지현 같은 톱스타가 휴대폰 광고 전속모델에서 받는 금액하고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유명 연예인들이 거액의 개런티 때문에 ‘대출광고’에 쉽게 출연을 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 얼굴 보고, 지갑 연다”
하지만 소비자가 모델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지갑을 연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델의 도덕적 책임에 대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대부업이 합법적인 기관이지만, A급 탤런트들이 대출광고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 사금융은 최고 66%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고금리 사업이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일부 은행에서는 ‘얼마나 급했으면 대부업체를 기웃 거리느냐’는 이유로 대부업체에서 신용조회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최소 1년간 대출은 안해준다는 것.
즉, 연예인들의 믿음직스러운 이미지와 미소에 넘어가 한번 대부업체에 발을 들이면, 연66%의 높은 이자를 물리는 대부업체 이외에 일반 금융 회사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 이에 대한 피해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태.
최근 20대 한 직장여성은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연예인들이 광고하는 러시앤캐시가 사금융인지 몰랐다. 일반은행에 가서 대출을 할 수도 있었는데, 연예인의 얼굴을 보고 쉽게 믿음이 생겨 러시앤캐시를 찾았다”며 “하지만 사금융을 이용한 이후에 다시 일반은행에 가서 대출을 시도했는데, 받아주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사금융에서 빌린 돈을 빨리 갚지 못해 난감하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방송에 광고하는 대부업체 중 한 곳이 대출 조건으로 알아낸 ‘금융정보’를 다른 곳에 되파는 사업을 했던 것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한 A 대출업체 역시 유명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고정임대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금을 받아 챙긴 범죄도 있었다.
대출광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피해사례가 늘어나자 연예인들의 무책임한 허위·과장 광고가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제품 불량? 광고모델 “나몰라”
스타들의 CF 모델에 따른 ‘도덕성과 책임감’ 문제가 비단, ‘대출광고’ 뿐만은 아니다. 화장품, 건강 보조식품, 여성청결 제품, 다이어트식품 등에서 끊임없이 제품 불량이나 이물질 함유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광고한 유명 연예인들은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현행법상, 허위광고나 과장광고 혹은 제품불량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책임은 광고주가 지기 때문이다. 모델이 일일이 성능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스타의 ‘신뢰도’를 믿고, 제품을 구입하는 만큼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광고 모델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스타들의 이미지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조식품과 특수영양식품으로 신고된 제품 광고 60건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광고가 유명 연예인 등을 내세워 마치 이들이 자사 제품을 사용 중인 것처럼 광고하는 등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실제로 발암물질 등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미칠 수 있는 불량 다이어트 식품을 모 인기 여성 연예인을 앞세워 판매하는 사건도 있었다.
톱스타들이 주로 광고를 하고 있는 화장품에서도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정체모를 화장품 ‘쓰리랩’이 국내에서 명품으로 둔갑해 판매된 적도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이 브랜드의 광고모델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톱스타 장진영을 내세워 맑고 투명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화장품 브랜드 SK-Ⅱ 역시 최근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로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해당 제품을 광고하던 연예인들은 그 어떤 사과의 방송도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연예인들이 선전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걸고 하는 광고인만큼 왠지 믿음이 가서 많이 구입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광고 모델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한 제품 ‘20년 이상’ 장수모델도
반면, 탤런트 김혜자, 영화배우 안성기, 탤런트 겸 영화배우 박상원, 차인표 등은 본인이 광고하는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주위에 널리 홍보까지 하고 있는 케이스. 그만큼 본인들이 광고하고 있는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뜻.
탤런트 김혜자는 제일제당의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에 27년 동안 출연해 온 것은 물론, 롯데 자일리톨 껌 광고 역시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주위에 권해 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수십년 동안 스타로서의 품위와 자존심을 지켜온 김혜자의 행동은 광고계에서도 그 신의와 도리가 연예인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동서식품의 광고만 20년 이상 해온 안성기 역시 김혜자와 같이 광고계의 전설로 회자되는 인물. 안성기의 대표적인 광고는 맥심 커피다. 안성기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과 따뜻한 카리스마가 커피 광고와 너무 잘 맞아 떨어졌던 것.
지금은 다른 모델로 교체됐지만, 광고계에서는 한결같이 “맥심의 성공은 안성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냉장고 지펠과 신사복 로가디스 등의 모델로 활동하는 차인표 역시 한번 계약을 맺으면 장수모델로 활동하며, 소비자들과 광고주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 모델로 통한다. 이밖에 남성 신사복 파크랜드의 모델인 박상원, 미원의 광고 모델로 활동해온 고두심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광고주들이 좋아하는 모델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톱스타들의 무책임한 CF 광고.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이 과연 대중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공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 K씨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부
제품의 광고 모델들이 직접 사용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유명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전속 모델을 하고 있는 톱탤런트 K씨가 그 장본인. 평소 드라마를 통해 올곧은 이미지를 가꾸어와 시청자들에게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는 연기자다.
남녀노소 즐겨 입을 수 있는 유명 의류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K씨.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모델을 하고 있는 브랜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의상 입기를 거부해 브랜드 홍보사 직원들에게 때 아닌 원성과 비난을 듣고 있다고 한다.
원래 특정 제품이나 의상 등의 모델을 하고 있을 경우, 그 제품을 자주 애용해 줘야 하는 게 모델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다. 하지만 K씨는 자신의 당연한 의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버리고 있었던 것.
연예인들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한 네티즌은 “광고 모델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광고를 한다’는 내용을 접하면 해당 연예인에게 속은 것 같아 굉장히 불쾌하다. 제품을 광고하는 연예인들이 해당 제품을 모두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일 아니냐”며 “특정 제품을 광고하는 연예인들이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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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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