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참가 후보자들-“주먹구구식 조사 믿을 수 없다”
경선참가 후보자들-“주먹구구식 조사 믿을 수 없다”
  • 김종민 
  • 입력 2004-03-16 09:00
  • 승인 2004.03.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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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 각 정당이 17대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를 뽑기 위해 정당사상 처음으로 여론조사와 국민경선이란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 시행중이지만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가 여론조사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에 응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공정성’ 시비는 물론 경선에 나섰던 후보자들의 조직적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민주당 광주북을 지구당은 여론조사를 통해 지난 2일 최경주 전 조선대 총학생회장을 공천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공천에서 탈락한 이춘범, 지대섭, 최진 후보 등은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조사에 사용됐던 여론조사 기관의 전화번호가 착신이 되는 등 객관성이 결여됐다”면서 “이를 이용해 여론조사기관이 조사에 활용했던 번호(02-3473-50xx)로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자청하는 불법 행위가 있었다”며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와 관련 역전화를 조사기관에 걸어 인터뷰에 응한 증거자료 6건을 제시하며 “중앙당이 조사기관을 비공개로 한다고 약속해 놓고 1차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되는 등 조사기관과 시기, 방법 등이 사전 유출된 의혹이 있다”고 항의했다.이들은 또 “이번 여론조사는 과학적인 표본추출이 무시된 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조사였다”며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표본추출에서 비롯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 2차 표본에 포함되었던 유권자가 3차 여론조사에도 중복되는 등 표본추출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특히 지대섭 후보는 “이번 여론조사는 조사기관이 유권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면접조사를 벌이는 등 중대한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원천무효”라며 “중앙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은 뒤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후보는 “3차 여론조사가 실시된 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자신의 사무실 직원들이 여론조사기관에 다섯 차례 전화를 걸어 모두 면접조사에 성공했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특정 후보측이 지지자를 동원해 얼마든지 여론조사 결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춘범 후보도 “이번 일에 관련된 중앙당 당직자는 모두 법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광주 북갑 윤창환, 김광영, 조영무 후보 등도 지구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갑에서는 여론조사 대상자인 유권자가 오히려 여론조사 기관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하는 등 엉터리로 실시됐다”고 주장한 뒤 관련 전화 녹취록과 재심청구서를 중앙당 재심청구위원회에 제출했다. 또 “당초 후보들간 설문내용에 대해 합의키로 했으나 이같은 과정 없이 여론조사가 실시된데다 후보들의 나이가 빠졌는가 하면 일부 후보들은 경력도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윤창환 후보는 “여론 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다”며 “신종 ‘정치사기’로 불릴 만한 사건으로 낱낱이 파헤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이에 대해 민주당 후보공천 여론조사작업을 대행했던 한국갤럽 측 담당자는 “면접원의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공천 탈락인사들이 주장하는 부분은 몇 명에 그쳤을 뿐이고, 그런 경우를 감안해 ‘표본오차’ 설정 등 전체적인 조사 결과에 큰 무리가 발생치 않도록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 문제이다 보니 탈락자들이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할 목적으로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이 담당자는 또 “우선 발신번호가 나타나는 부분 등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마련, 시행중”이라며 “똑같은 실수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천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선거인단 구성 조작 주장과 함께 학연·지연을 통한 선거운동이 난무, 탈락 후보들이 ‘공천무효’를 주장하는 등 상향식 공천제의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최근 경선후보를 확정한 영암·장흥 선거구에서는 선거인단에 일가족이 동시에 포함되거나 부부와 부자, 사망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고,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끼워넣기식 선거인단을 구성해 후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밖에 1천여명의 선거인단 구성에도 불구, 실제 투표에서는 500∼600명의 주민이 참가해 평균 300표 내외의 득표율로 후보자가 선출돼 ‘지역 대표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또 민주당 광양·구례에서 탈락한 후보 등은 “중앙당이 토론회 전에 여론조사를 하도록 조사기관에 사전 지시했다”며 “지구당과 조직국의 공모로 원칙을 무시한 후보확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해남·진도에서도 여론조사에 앞서 합동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출마후보자들이 “현역의원측에 유리한 페널리스트가 포진하는 등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불참을 선언, 토론회가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열린우리당 광양·구례 후보로 선출된 우윤근 후보는 “낮시간대를 이용한 선거인단 표집으로 직장인들이 다수 배제되고 3∼4일전 선거인단 공개에 따른 친인척 및 동창회 조직이 활개를 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털어놨다.이민원 광주대교수는 “현재 각 정당이 추진중인 상향식 공천은 구색맞추기식 무늬만 상향식”이라며 “후보검증 차원에서 시민단체나 중앙당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정책 토론회를 유도하는 등 단기적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무작위 표본추출 방식의 선거인단 표준화 작업에서부터 후보의 철저한 검증을 위한 정책·정견토론회 확대,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민과 진성당원의 참여확대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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