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드라마 우리나라도 통할까
시즌제 드라마 우리나라도 통할까
  • 김민주 
  • 입력 2006-09-12 14:09
  • 승인 2006.09.12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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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제작제 도입Vs 소재 울궈먹기

‘시즌제 드라마’가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송됐다. 신입사원의 2탄으로 제작된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바로 그것. ‘취업’이라는 똑같은 주제에 신입사원의 주연을 맡았던 주인공 에릭까지 똑같이 캐스팅해 ‘시즌제’ 드라마의 느낌을 주고 있다. 시즌제란, 미국의 ‘프렌즈’, ‘로스트’, ‘CSI 과학수사대’ 같은 인기드라마를 1년 단위로 속편처럼 만드는 드라마 형식을 말한다. 사실 드라마 ‘궁’이 시즌2에 대해 논의하면서 ‘시즌제 드라마’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으나, 정작 방송은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먼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또한 이밖에 다수의 드라마들이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시즌제 드라마 형식이 우리나라에서도 통할지에 대해서는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리즈 드라마·속편·시즌제 드라마 봇물

한국 드라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마의 속편 제작과 시즌제 드라마 제작에 드라마 제작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기 때문. ‘무적의 낙하산 요원’, ‘에이전트 제로’, ‘궁2’, ‘올인2’ 등이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로 분류된다.

너도나도 ‘시즌제 드라마’ 선택

그렇다면, 시즌제 드라마란 무엇일까. 우선 시즌제 드라마란 미국의 드라마 제작시스템에서 온 것으로 인기드라마를 1년 단위로 속편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보통 시즌제 드라마들은 같은 제작사, 작가, 연출가, 배우 등으로 구성되고, 에피소드나 스토리가 달라지는 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는 ‘프렌즈’, ‘로스트’, ‘CSI 과학수사대’, ‘섹스 앤 더 시티’ 등이 있다.
국내에서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논의하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MBC에서 방송했던 드라마 ‘궁’ 때문이다.
‘궁’의 제작진은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시즌2에 대한 제작을 공식화하면서 ‘속편 드라마’, ‘시즌2’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이와 함께 ‘궁’의 ‘시즌2’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다른 인기 드라마들이 잇따라 속편 제작을 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궁’은 1탄의 주인공이었던 윤은혜를 그대로 캐스팅하면서 궁2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고, 방송은 내년 1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방송됐던 MBC 드라마 ‘신입사원’ 역시 신입사원2 격인 ‘무적의 낙하산 요원’을 제작, 지난 4일 SBS를 통해 첫 방송했다. 애초 SBS와 드라마 제작을 맡은 LK 외주제작사는 ‘시즌제 드라마’라는 말을 극도로 아끼다가 방송을 전후해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시즌제’ 드라마임을 인정했다.
사실 ‘무적의…’는 돈도 실력도 인맥도 없는 주인공이 운 좋게 취직하면서 겪어나가는 해프닝을 그릴 예정이며, 신입사원의 주인공을 맡았던 ‘에릭’이 그대로 주인공을 맡았다. 이번 드라마에 대해 제작사는 “신입사원들의 이야기를 배경만 바꾸어서 이어갈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150억, 시즌제 드라마 탄생

최근에는 ‘연애시대’, ‘썸데이’ 등을 제작한 옐로우필름에서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 ‘에이전트 제로’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에이전트 제로의 남녀 주인공은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연기자로서의 변신이 돋보이는 손예진이 맡았다.
이번 드라마는 한 시즌에 방영될 만큼의 24부작을 구성하고 있으며, 한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시즌제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옐로우필름은 “새로운 드라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 아래 설경구와 손예진 등 국내 최고의 작가와 제작진이 만드는 사전제작 시즌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밖에 ‘올인2’, ‘종합병원2‘ 등이 시즌제 드라마에 대해 논의가 되기도 했다.
비슷한 주제의 시리즈 드라마도 속속 제작중이다. ‘겨울연가-가을동화-여름향기-봄의 왈츠’ 등은 영상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윤석호 PD의 작품들로 모두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과 계절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시리즈 드라마다.
또한 불량주부의 2탄으로 ‘부부’에서 ‘가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불량가족’이 시리즈 드라마였고, 3탄 역시 제작이 거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 등도 비슷한 주제의 시리즈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제작, 선행될 문제점 많아

그렇다면, 미국 스타일의 ‘시즌제 드라마’가 우리나라에도 통할까. 시즌제 드라마는 사전제작과 함께, 든든한 자본, 드라마를 장기간 이끌어 갈 수 있는 작가, 제작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은 사전제작 시스템이 정착은 커녕, 보편화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촬영 당일 ‘쪽대본’을 받아 허겁지겁 촬영을 마치기 바쁘고, 시간에 쫓겨 ‘새우잠’을 자는 등 체력적인 소모가 커 촬영중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올해 MBC에서 야심차게 기획했던 드라마 ‘늑대’. 늑대는 촬영중 일어난 안전사고로 결국 방송이 중단되는 사상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국내 드라마 제작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 1년에 한 시즌씩 비슷한 형식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
위에서 언급된 드라마들 중 시즌제 드라마를 최대한 비슷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은 ‘에이전트 제로’. 에이젠트 제로는 150억원의 거액을 투자한 것은 물론, 5~6명의 작가, 여러명의 유명 감독들이 다양하고 튼튼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이전트 제로를 제외한 다른 드라마들은 아직 인기드라마의 속편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기 보다 드라마의 ‘인기요인’을 재탕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방송가 안팎에서는 “시즌제 드라마가 ‘소재 고갈’로 인해 우려먹기식 드라마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시선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우리나라에 사전제작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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