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웃음을 알아?”
“니들이 웃음을 알아?”
  • 김민주 
  • 입력 2006-09-08 00:09
  • 승인 2006.09.08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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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탤런트들의 ‘코믹’이미지 변신

최근 ‘코믹’ 코드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다. 일명 ‘FUN(코믹)’코드라고 불리는 이런 코믹한 요소는 영화와 안방극장 곳곳에 스며들어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신구, 김수미, 노주현, 이덕화, 임채무, 심혜진, 이혜영 등 중견 탤런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광고, 드라마, 영화 등 모든 분야에서도 코믹함을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 일부 광고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가 어려우니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코믹한 광고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지명, 신구에 이어 노주현, 이덕화 등 합세
시트콤 이어 CF, 스크린까지 ‘코믹 코드’ 대세


중견 탤런트들의 변신이 눈부시다. 이들은 처음에는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웃음을 줬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광고에서까지 중후함과 노련함 대신, 코믹함과 망가짐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들어 중견 탤런트들이 이렇게 갑자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후함 버리고 ‘코믹 엽기’ 선택

우선, ‘코믹’이미지 변신에 오지명과 박영규가 선두에 서 있다. 이들은 기존의 드라마에서 회사 CEO, 정치권의 유명 인사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중후하고 세련된 멋을 풍기던 주인공들. 특히 한국의 알파치노라고 불릴 정도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오지명은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1992)’, ‘순풍 산부인과(2001)’ 등에서 주책 고집불통 아저씨로 변신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중후한 연기가 잘 어울렸던 탤런트 박영규 역시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로 소심하고 한심한 옆집아저씨의 모습을 잘 표현하면서 ‘성공적인 변신’ 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던 젠틀맨 노주현 역시 시트콤 ‘웬만해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로 처음 코믹연기에 도전해,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그는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 잇따라 출연해 더욱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노주현은 한 프로그램에 나와 “시트콤에 출연한 이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더욱 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평소 같으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눈도 마주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는 먼저 스스럼없이 말을 건넨다. 이렇게 가깝고, 친근하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시트콤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요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구. 그 역시 시트콤을 통해 ‘코믹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역시 기존 드라마에서 ‘근엄한 할아버지’ 등 무게감 있는 ‘어른’ 역할을 도맡아 왔던 탤런트. 하지만 시트콤 ‘웬만해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에 출연한 이후 코믹한 광고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코믹한 이미지를 굳혔다. 이후 2002년에는 환갑을 넘긴 원로 배우가 롯데리아 CF “니들이 게 맛을 알아?”로 유행어를 만들면서 CF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쿠퍼스 광고에서 “너나 걱정하세요” 등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에도 CF ‘미소라면’, 영화 ‘간큰 가족’ 등 신구는 다양한 코믹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어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견 탤런트 변신 계속 늘어나

중견 탤런트들의 이미지 변신이 좋은 평을 받자, 탤런트들의 변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카리스마와 터프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중견 탤런트 이덕화 역시 최근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 출연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한결같이 점잖고, 세련된 역할만 맡던 중견 탤런트 임채무는 한 편의 CF로 34년 연기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아이스크림 ‘돼지바’ CF에서 ‘모레노’ 심판을 패러디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모레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며, 독특한 표정과 동작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심판. 임채무의 이런 이미지 변신 성공은 주위 동료 연기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카리스마와 선굵은 인상이 매력적인 중견 탤런트 김영철은 “임채무의 코믹 CF를 보는 순간, ‘바로 저거다!’라고 무릎을 탁 쳤다”면서 “그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은 쾌감도 주고 재미도 있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 임채무가 매우 부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철 역시 코믹연기 제의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할 생각이 있다면서 코믹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수미 필두, 여성연기자도 ‘코믹’

중견 연기자들의 코믹이미지 변신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성 연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탤런트 선우용녀가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코믹 역할의 포문을 열었다면, 탤런트 김수미는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전원일기’ 일용엄니로 유명한 김수미는 영화 ‘마파도’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3’의 이사벨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수미는 시트콤에서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지만, 좌중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제 일용엄니가 아닌, 수미언니로 불리는 ‘김수미의 이미지 변신 성공’은 중년 연기자들이 단일 이미지 고착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점과, 주연경쟁 등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의 중견 여성탤런트들이 대거 ‘코믹’ 이미지로 선회하고 있는 추세다.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의 심혜진은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코믹웃음을 선사하면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이덕화와 함께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푼수끼 넘치는 역할을 맡은 연기파 배우 이혜영.

이혜영은 약 20여년간 각인돼오던, 카리스마 넘치는 도도한 이미지가 시트콤 한편에 출연하면서 180도 바뀌고 있다. 이혜영은 시트콤 출연이후 “편안한 이미지 때문인지 각종 CF에서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밖에 유호정과 채시라도 각각 드라마를 통해 코믹한 이미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유호정은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전남편에게 복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극중 “당신… 뽀사버릴거야!” 등 청춘의 덫을 패러디한 듯, 가볍고 발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채시라 역시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를 통해 동네 아줌마의 역할을 통해 일상의 코믹함을 어필하면서, 그동안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벗어던졌다.

이렇게 시청자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망가진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스타들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웃음을 주면서 기쁨을 얻는다.
일부 광고 관계자들은 “드라마, CF,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코믹’ 움직임들이 어려운 서민 경제와 연관이 많다”면서 “아마 힘든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고 그 이유를 들기도 했다.
스타와 시청자들의 ‘웃음 따라잡기’ 트렌드. 당분간 이러한 ‘코믹 코드’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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