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왕국 “고구려를 잡아야 뜬다”
숨겨진 왕국 “고구려를 잡아야 뜬다”
  • 김민주 
  • 입력 2006-07-06 09:00
  • 승인 2006.07.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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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3사가 동시에 고구려 영웅에 관한 드라마를 거대한 스케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고구려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방송3사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MBC 월화드라마 ‘주몽’이다. 고구려 건국을 다룬 ‘주몽’은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월드컵 열풍에도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어 SBS에서는 고구려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주말극 ‘연개소문’이 오는 8일부터 그 베일을 벗고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또한 8월초에 방영될 고구려의 패망과 발해의 건국을 그린 KBS의 ‘대조영’ 역시 여기에 합세함으로써, 전국을 고구려 열풍에 휩싸이게 만들 예정이다.






MBC 주몽 “30~50대 인기 폭발적”

MBC 월화드라마 ‘주몽’의 인기가 기세등등하다. 월드컵 때문에 2주간 방송을 쉬었음에도 방송 한달 만에 시청률 35%를 넘기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50% 고지까지도 문제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몽’은 고구려의 시조 주몽과 한민족 최초의 국모이자 여걸인 소서노의 꿈과 사랑을 그린 퓨전 사극이다. 60부작으로 펼쳐질 ‘주몽’은 허셀크로라는 별명이 붙은 해모수(허준호)와 금와왕(전광렬), 유화부인(오연수) 등 1~5회까지는 1세대 주역들의 열연으로 50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일단 시청률을 수직 상승시켰다.

이어 6~10회까지는 2세대 주인공인 주몽(송일국)과 소서노(한혜진), 대소왕자(김승수)의 미묘한 사랑의 파장과 갈등이 등장하면서 20~30대 시청자들의 관심속에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허준’의 최완규 작가와 ‘다모’의 정형수 작가, ‘인어아가씨’의 이주환 PD가 호흡을 맞추는 등 화려한 제작진으로 인해 더욱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몽은 ‘퓨전사극’을 표방한다. 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사료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토리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완규 작가는 이에 대해 “드라마의 토대가 될 역사적 자료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설화 형태로 일부 기록된 정도밖에 없어 극히 미미하다”면서 “60부작을 끌고 갈 대부분의 스토리는 작가적 상상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최완규 작가는 “주몽이 중국의 ‘동북공정(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논란)’에 대항하기 위한 어떤 민족의 자긍심 혹은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쓴 것은 아니다”라며 “작품 내적으로 그런 부분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몽’은 총 3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대규모 전투신과 해모수와 금와의 박진감 넘치는 결투신, 중국 현지 촬영 등으로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해모수와 유화의 만남, 주몽의 등장, 주몽과 소서노의 만남, 해모수와 주몽의 대면, 주몽과 대소왕자의 갈등, 해모수와 유화부인의 재회 등 보는 이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내용들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주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SBS의 ‘연개소문’, KBS의 ‘대조영’ 등은 주몽의 열기를 피하기 위해 방영 시점을 약 2개월 뒤로 미루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주몽을 통해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서의 명성과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BS 연개소문 “주몽 인기 깬다”

SBS 역시 ‘연개소문’을 통해 ‘주몽’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연개소문은 그동안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왔던 고구려 영웅 ‘연개소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일대기를 그린다. 또한 고구려 말기 연개소문과 당태종의 대결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전개해, 고구려 역사와 연개소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할 계획이다.주인공 ‘연개소문’ 역은 유동근이 맡았고, 서인석이 ‘당태종’, 김갑수는 ‘수양제’, 이태곤은 ‘청년 연개소문’, 최종환이 ‘고건무’, 황인영이 ‘연수정’을 맡게 됐다. 총 100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는 4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치며, 무려 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드라마 한 편당 약 4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 이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의 금액으로 꼽힌다. 또한 출연자만 해도 400여명에 달하며, 보조 출연자는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세트장은 문경과 단양을 합쳐 2만8,000평이 넘는다. 극본은 ‘용의 눈물’, ‘태조왕건’, ‘야인시대’ 등 인기 사극을 집필해 온 이환경 작가가 맡았다. 이 작가는 ‘주몽’의 최완규 작가와는 달리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왔던 고구려 명장 연개소문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중국이 벌이고 있는 동북공정에 맞설 예정”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 작가는 “중국이 고구려를 죽이고 있다”면서 “역사상 중국에 그만큼 많은 패배감을 준 나라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이종한 PD와 함께 중국 현지를 직접 취재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개소문은 주몽과 달리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주몽이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퓨전사극’인 반면, 연개소문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통사극’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개소문’은 진지한 정통사극이지만 이외에 ‘무협지’적인 요소와 ‘멜로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차별화를 둘 계획이다.

신라 김유신의 집에 노예로 팔려간 연개소문이 김유신의 여동생 보희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설정, 당나라에 흘러 들어간 연개소문이 이세민(훗날 당태종이 되는 인물)의 사촌 동생과 혼인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멜로가 등장한다. 연개소문을 신라에서 중원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장면, 중원을 탈출한 연개소문이 백두산에 들어가 천하경략의 비술을 전수받는 과정에서는 무협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 연개소문은 1,2회 방송분에서 파격적으로 100분씩 편성해 시청자들에게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겠다면서 초반 기선제압을 예고하고 있다.

KBS 대조영 “우리도 맞불”

KBS는 대하드라마 ‘대조영’을 통해 MBC와 SBS에 맞선다. 대조영은 고구려의 패망부터 발해의 건국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고구려 유민과 거란 말갈족이 가세했던 발해 건국기를 통해 조상들의 기상을 돌아보자는 취지다.발해는 정치, 군사, 외교적 고난을 극복하고, 세계 최강국 당나라와 당당하게 맞섰고 당나라를 넘어섰다. 이후 발해는 230여 년간 아시아의 중심으로, 세계 활동무대의 중심 국가로서 우리의 대륙역사를 만들어 갔다. 고구려 패망 후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해온 발해는 사대주의와 일제 식민사관 등의 영향으로 우리역사의 ‘변방’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KBS ‘대조영’은 역사 논문 100여 편과 여러 사서(史書)를 바탕으로 최초로 발해의 역사를 드라마로 재현한다. 제작진은 “발해에 대한 기록이 엇갈리고 사료를 둘러싼 논란도 치열하지만, 가려진 역사의 진실을 철저히 우리 민족의 시각으로 발굴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정부분 최소한의 허구는 어쩔 수 없는 일. 가상의 여인 ‘초린’을 등장시켜 북방의 패권을 다투던 대조영과 거란족 용사 ‘이해고’의 대결을 드라마틱한 관계로 승화시킬 예정이다.

‘대조영’의 주인공으로 ‘태조왕건’, ‘해신’으로 유명한 탤런트 최수종이 캐스팅됐다. 북방의 패권을 두고 대조영과 마지막까지 대립하지만 결국 대조영에게 패하고 마는 ‘이해고’ 역은 정보석이 맡았다. 이덕화는 거란족 출신의 당나라 명장 ‘설인귀’ 역에, 대조영의 첫사랑이자 비련의 연인인 ‘초린’ 역에는 박예진이 캐스팅됐다. 또한 대조영의 정실부인으로 희생을 통한 참사랑을 보여주는 숙영 역은 ’홍수현‘이 맡는다.‘대조영’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디지털 캐릭터 기법’을 사용해 디지털로 제작된 가상의 배우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화면의 구석구석에서 움직이고 전투를 벌일 예정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등 거대 전투 장면에 쓰였던 기법이다. 대하드라마 ‘대조영(大祚榮)’은 그동안 ‘왕과 비’, ‘태조 왕건’ 등 인기 대하드라마를 맡았던 김종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2004 인간시장’, ‘정’ 등을 집필한 장영철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장영철 작가는 “사학자가 사료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듯이 진실에 가까운 드라마를 만들 것이다.

그 동안 소외되었던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발해와 대조영이 시청자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 후속으로 올 8월초 방송 예정이다. 이밖에 아직 방영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태왕사신기’도 고구려 열풍에 합세할 예정이다. ‘태왕사신기’는 무협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으며,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프로듀서, 여기에 아시아권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용준이 가세하고 있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태왕사신기’는 560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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