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체제, 인물보다 운영이 중요하다
- 봉숭아 학당 이미지 탈피해야
그러나 국민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국민은 정당의 지도부가 바뀌어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눈치이다. 얼굴만 바뀌었지, 운영시스템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봉숭아학당’에 출연진만 바뀔 뿐이라는 반응이다.
총재체제→집단체제→단일지도체제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2002년 야당이 된 뒤 비주류의 요구를 수용하여 총재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여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되었다. 총재의 전횡을 방지하고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것이다. 같은 해 5월 10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7명을 뽑고 지명직·추천직 대의원 각 1명씩을 합하여 9명의 최고위원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대표최고위원은 호선으로 하고 의사결정은 합의제로 하였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는 의도된 개혁의 효과보다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내에 엄존하는 계파에 휘둘려 지도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논의는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하지 않는다. 공개회의에서 각자 준비된 원고만 낭독하고, 비공개회의로 전환하면 잡담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고위원이 각자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만 내다 보니 결과적으로 최고위원회의가 ‘봉숭아학당’이라고 비아냥을 받기도 하였다.
야당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막말파문이 일어나고, 그 자리에서 ‘봄날은 간다’를 불러 주위를 아연 실색케했다. 중요한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정당들은 이러한 문제가 집단지도체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였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기존의 지도부 선출시 다수의 최고위원 후보가 선거를 치러 최다표를 얻은 후보가 대표를 맡는 방식이 아니라 대표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하여 실시하게 된다. 당 대표에게 권한을 실어주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지난 18대 국회에서 손학규, 한명숙 대표는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당대표를 하였으나 이후에 부작용이 노출되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민생현장에서 치열한 토론 당론 도출해야

여야의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내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통합과 혁신을 이루어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최고위원회의를 이끌어 시대적 소명을 다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당내외 현안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묻어나는 지도부 회의를 보여 주어야 한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당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정당들은, 특히 여당은 당론을 결정하는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각급 당 기구들도 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위원회의가 국내외 현안이 발생하면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정책담당자들을 출석시켜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려 정부와 조율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한다.
사드문제, 대우조선, 보육대란, 사회안전망 등 다양한 민생의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여과없이 수렴될 때 지도부 회의가 살아 움직이게 된다. 각 당의 최고위원 회의가 중앙당의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을 누비고, 중앙당 회의실도 기존의 틀에 박힌 배경화면이 아니라 화상회의 등이 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바뀔 때 봉숭아학당이라는 비아냥을 막을 수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당을 이끌어 나갈 지도부 구성이 계파중심의 줄세우기로 표를 모으려는 구태를 벗어나 국민이 가려워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정책현안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현출 정치평론가 (정치학 박사)>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