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 15년 만에 기소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 15년 만에 기소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08-07 22:15
  • 승인 2016.08.07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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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나주시 드들강 전경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이 사건은 2001년 2월 4일 오후 3시 30분 드들강에서 벌거벗겨진 한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 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발견된 여고생은 광주에 살던 고등학교 2학년 박모(당시 17세)양이었다. 박 양의 몸에서는 성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린 흔적과 함께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당시 200여명의 우범자를 조사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수사는 장기화 돼 미제로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2012년 9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무기수로 복역중이던 김모(39)씨의 유전자가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 양의 몸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 씨는 2003년 7월 금품을 노리고 전당포업자 등을 유인,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김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2012년 10월 29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DNA 이외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고 김 씨는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2월 나주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김 씨를 기소의견으로 재송치했다. 광주지검에서도 지난 2월 지청 단위가 아닌 지검 차원의 검·경 합동수사체계를 구축해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이 사이 살인죄의 공소시효도 폐지됐다.

수사팀은 15년 전 박양의 몸에서 채취된 DNA에 대한 재감정을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법의학자에게도 감정을 의뢰했다. 동시에 김씨가 수감돼 있는 교도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동료 재소자 350여명을 상대로 수감생활 중 김씨의 언행 등을 살폈다.

이 과정에 법의학자의 '성폭행범이 살인까지 실행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취지의 통보가 왔다. 성폭행과 사망 시점이 매우 밀접하다는 설명이다. 동료 재소자의 입에서도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가 이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했던 사실 등을 확보한 것이다.

교도소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가 보관하고 있던 여러 장의 사진도 찾아냈다. 범행 당일 나주 인접 지역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다. 수사팀은 김씨가 자신의 알리바이(현장부재 증명)를 입증하기 위해 촬영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사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 박영빈 부장검사 <사진: 뉴시스>

수사팀은 김씨가 범행 뒤 광주로 돌아와 자신의 여자친구를 차량에 태우고 해당 지역을 찾아 사진 촬영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도 드들강 범행 장소 주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다 드라이브를 간 적이 있다고 진술을 바꾼 점, 김씨가 범행 당시 유행하던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여러 여자들을 만나 온 사실, 2003년 7월 저지른 강도살인 범행수법과 이번 사건의 유사성 등도 확인했다.

광주지검 강력부는 지난 5일 김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5년 만의 일이다.

자백이나 CCTV 녹화장면, 범행 목격자를 받거나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앞서와 같은 간접증거를 종합해 볼 때 사실상의 직접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5일은 죽은 박 양의 32번째 생일이다. 피해자 어머니 최모(59)씨는 “딸 생일 날 용의자를 15년 만에 기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가슴에 맺혔던 한을 이제서야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양의 한을 풀기까지 15년, 그 사이 박 양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첫째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최씨의 남편은 지난 2009년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년 동안 끈질긴 수사와 노력으로 범인을 찾아낸 경찰과 검찰,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 국민을 위한 경찰과 검찰의 모습이 아닐까.

odh@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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