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박근혜 정권 아래 검찰의 사정 정국이 요란하다.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레임덕에 대한 우려를 ‘검찰의 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검찰도 정권의 지침을 수행하느라 바쁘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전 정권의 비리를 겨냥해 수사를 하는데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의혹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경환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롯데 50억 수수설’이다.
前 정권 비리 수사 하려다 현 정권 비리 터질까
검찰 내부서도 수사방향 엇갈려 갈팡질팡
롯데그룹,
자산 규모 2배로 증가
지난 6월 10일 검찰은 대표적인 친 MB 기업인 롯데그룹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무실, 자택, 계열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신동빈 회장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지난 2월에 있었던 롯데홈쇼핑 사업권 재승인을 받으면서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당시 40조2080억 원 규모였던 자산이 2012년을 지나며 83조를 넘어서 2배 이상 성장했다. 계열사도 46개였던 것이 79개로 늘어났다. 아무리 ‘경영의 귀재’라 해도 단 몇 년 만에 기업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까지 문제가 됐던 롯데월드타워는 성남비행장과 관련된 안전문제와 시민들의 불안감 등으로 사업 성공 자체가 불투명했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라고 불렸던 만큼 롯데그룹에서도 사활을 걸었던 롯데월드타워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때 건설 허가가 났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롯데월드타워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했고 층수도 112층에서 123층으로 상향시켰다.
이뿐만 아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하이마트, 현대로지스틱스 등과의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 부산롯데타운, 경남김해유통단지, 맥주사업 진출, 면세점 시장 확대도 모두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냈다.
정권 따라
다양한 인맥 활용
롯데그룹의 성장에 이명박 정부가 연관됐을 것이라 추측하는 이유는 바로 인맥이다. 2005년 영입된 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기다. 장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롯데월드타워 사업을 총 지휘하는 호텔롯데 총괄사장으로 승진됐고 사업 승인 뒤 물러났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당내 대선 경선 즈음부터 롯데호텔 31층 스위트룸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바뀌자 롯데그룹은 새로운 인맥라인을 구축했다. 바로 소진세 대외협력단장과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다. 소 단장은 신동빈 회장의 최 측근이다. 소 단장과 노 사장은 박근혜 정권 최대 실세인 최경환 의원과 대구고 동문이다. 이들은 대구고 출신 친목 모임인 대구 아너스 클럽 회원이다. 2013년 검찰은 롯데그룹과 CJ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구속 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추징금 600억 원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롯데그룹 수사 중 터진
금품로비 의혹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인맥이 엮여 있는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 처했다. 롯데그룹을 수사하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전 정권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권의 실세와 연관된 의혹이 터져버린 것이다.
지난 7월 11일 아시아투데이는 “신동빈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최경환 의원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며 ‘검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측 최경환 의원에 ‘50억 전달’ 수사’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는 신 회장이 지난해 7월 이른바 ‘왕자의 난’이 시작된 이후 정치권에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라며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 회장 측으로부터 최 의원에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50억 원의 금품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기사에서는 “이미 검찰은 신 회장이 계열사 중 어느 곳을 통해 해당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자금 출처는 물론 돈이 전달된 정확한 시기까지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은 최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함께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는 기사를 통해 롯데그룹이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은 신 회장이 지난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최근의 검찰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안전장치 마련 차원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사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선택 기로 선 검찰
신구 정권비리 다 잡을까
최경환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 정권 실세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며 자원외교를 총괄하기도 했다. 두 정권에서 요직에 앉았던 만큼 정재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은 아시아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에 대해 ‘허위보도’라고 일축하며 서울중앙지방검창청에 명예훼손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롯데그룹으로부터 한 푼의 불법자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박근혜 정권 아래서 이명박 정권을 향한 사정의 칼날을 들었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아시아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당초 검찰은 최경환 의원의 금품로비 카드로 이명박 정부시절의 롯데그룹 비리를 캐내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내부의 의견이 엇갈린 데다 현 정권 실세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드러나 혼선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최경환 의원의 비리 혐의를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구정권에 상관없이 비리 혐의를 낱낱이 밝혀 검찰의 명예를 세울지, 아니면 정권의 눈치를 보며 편향적인 수사를 진행할지 검찰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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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