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보수정권 박근혜 정부와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싸움은 조선이 먼저 걸었다. 지난 7월18일 박 정권에서 ‘칼잡이’로 통하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매매 의혹을 시작으로 안종범 경제수석까지 난타하고 있다. 정치인 중에는 친박 핵심 최경환·윤상현·현기환 3인방의 지난 4.13총선에서 서청원 의원 지역구 공천 개입 녹취록을 TV조선에서 폭로했다. 당 대표 출마하려던 서 의원은 당권 도전을 포기해야 했고 대타로 나선 홍문종 의원까지 유탄을 맞아 중도하차 해야만 했다. 조선발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대학살이 조직적으로 일어나자 보수 진영에서는 ‘왜 조선이 박 정권을 버렸는지’를 두고 백가쟁명식 소문이 돌았다. 그 이유를 심층취재했다.
-우병우 ‘먼지털이식 정보’ 누가 흘렸나보니
정치권에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조선과 MB정권이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박근혜 정권은 롯데家 수사를 벌이면서 MB정권 당시 허가를 내준 제 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의혹 수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는 친MB성향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명박 정권하에서 승승장구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인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출국 금지시켰다. 검찰의 칼끝이 MB 최측근을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검찰은 포스코 비리를 수사하면서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그의 측근 이병석 전 의원을 기소해 재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형님에 친구까지 못 참겠다” 반격
이뿐만이 아니다. 20대 국회의원 처음으로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을 받은 사람이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1심에서 부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인 직계 존비속·배우자 또는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김 의원은 MB정권 때 기무사령관을 역임했던 인사다. 특히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인척인 데다 상주고 선후배로 20대 국회에서 당선된 몇 안 되는 친MB 인사다.
MB정권 당시 이상득 전 의원이 김 의원을 기무사령관 직에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MB 형제와 친분이 깊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경찰의 촘촘한 수사로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고 MB측에서는 그 배후로 우병우 전 수석과 김재원 정무수석의 합작품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대표적인 친박인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재선을 지낸 지역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 수석은 경선에서 김 의원에게 패해 배지를 달지 못했다. 만약 내년 4월 재보궐이 치러지면 김 수석의 출마가 점쳐지는 지역이다. 무엇보다 김 의원 측에서는 김 수석과 우 수석이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인 관련 대대적인 사정에는 우 수석이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여의도와 서초동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정권이 탄생하는 데 최대 공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MB계의 사고다. 박 정권이 MB정권 인사들에 대한 사정에 더욱 분노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MB 집권 4년차 박 대통령은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지켰다. MB는 이에 임기 4년차 9월 박 대통령과 독대, 5년차 2월 독대, 대선후보 선출 후 임기 5년차 9월 독대 등을 통해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을 좌지우지하는 우 수석과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 공천 대학살에 앞장선 친박계 핵심 4인방에 대한 자료를 MB측에서 조선에게 고의로 흘려 반격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선 역시 박 정권보다는 MB정권에게 더 우호적이고 빚도 남아 있다.
MB정권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6월29일 탈세 및 횡령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 원이 확정됐는데 형 확정 2년 후인 2008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수혜를 줬다. 이에 화답하듯 조선은 최근까지도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왜 써먹지 않나”(2016.05.27 최보식 칼럼)라는 주제로 국익을 위해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세 번째로 조선이 박 정권 핵심 인사 특히 ‘청와대 왕수석’으로 불리는 우 수석에 대한 대대적인 ‘먼지털이식 보도’ 배후로 검찰과 국정원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일단 검찰뿐만 아니라 국정원 핵심 요직에 ‘우병우 사단’이 전진배치되면서 검찰과 국정원 내에서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우병우 사단 검찰·국정원 장악에 ‘반격’
대표적인 인사가 최윤수 대검 반부패 선임연구관으로 우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거쳐 국정원 2차장으로 초고속 승진됐다. 최 차장은 우 수석과 함께 서울대 84학번 동기다. 특히 국정원 2차장은 국내 파트 담당으로 국정원 내 요직이다. 국정원 내에서는 국정원 출신이 아닌 검찰 출신이 ‘낙하산’으로 온 것에 대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최 2차장뿐만 아니라 조상준 대검 수사지휘 과장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2부장으로 이동했다. 조 부장은 우 수석이 대구 지검 특수부장 때 부하검사로 있었다. 우 수석이 데리고 있던 권정훈 대통령민정비서관은 지난해 12월 검찰인사에서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이 자리는 차기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자리다.
우 수석의 또 다른 측근인 이영상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검찰의 수사 첩보를 총괄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을 맡고 있다. 이처럼 검찰과 국정원 인사에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이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조선 등 언론에 정보를 흘려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조선의 박 정권에 대한 십자포화는 차기 대권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친박이 전면에 나서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라면서 “친박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야 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부딪치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보수언론인 조선이 앞장서서 보수정권이 권력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리모델링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정권이 권력을 잡지 못하더라도 조선은 박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로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는 활력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다음 정권세력에게 생색을 낼 수도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 종편의 생존이 차기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점에서 다음 대선에서 보수든 진보든 들어설 경우를 대비한 보험성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 수석 관련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과 손을 잡고 우병우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정권의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 의원은 지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옷을 벗고 더민주당에 입당해 배지를 달았다. 조 의원이 야당행을 선택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조응천 발 청와대 공세가 금명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조선 보수정권 리모델링? 진보진영 보험?
특히 조 의원이 2013년부터 2014년 말까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우 수석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된 뒤 2013년 4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고 바로 변호사를 개업했다. 당연히 우 수석에 대한 인사검증을 조 의원이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인 조 의원은 사법연수원 18기로 19기인 우 수석보다 1년 빠르다. 하지만 검사 임용은 우 수석이 1990년으로 조 의원보다 2년 먼저 했다. 특히 조 의원이 작년 4월 공직기강비서관에서 경질된 이후 우 수석이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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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