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성추행, 성폭행, 공연음란 행위 등 범법자들이 저지르는 각종 성범죄가 경찰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며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의 일탈행위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증오가 커가고 있지만 경찰의 성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찰들의 성범죄 5년 사이 5배 증가했다
허위보고·보고누락 심각, 더 강한 징계 필요
국민의당 신용현 국회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경찰공무원 검거 현황 및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이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사건은 2011년 7건이었으나 2015년 33건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성범죄’는 강간·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촬영, 성적 목적의 공공장소 침입 등이 포함된다. 이중 죄질이 무거운 성추행, 성폭행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14년에는 성추행만 12건이 발생했다. 이중 2명이 파면되고, 10명이 해임됐다. 2015년에는 성추행 14건, 성폭행 4건이 발생했다. 13명은 파면, 4명은 해임, 1명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성추행만 12건이 발생해 2명이 파면되고, 10명이 해임됐다. 이러한 결과는 징계조치까지 완료된 경찰공무원의 성범죄를 조사한 것으로 실제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부하 순경 신체 만지고
샤워실 몰래 훔쳐 보고
경찰의 성범죄 사례를 살펴보면 낯부끄러울 정도다. 지난 5월 충남 보령의 한 파출소 회식에서는 한 간부급 경찰이 부하 순경을 성추행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48살 A 모 경위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가, 바람을 쐬고 있는 37살 B 모 순경을 만났다. B 순경이 A 경위에게 “식사 잘하셨냐?”고 인사를 건넸는데, A 경위가 B 순경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이다. 보령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따르면 A 경위는 B 순경과의 대화 중 피해자인 B 순경의 상의 젖꼭지를 만지고 성기를 한번 툭 쳤다고 한다. 2년차였던 B 순경은 수치스러웠지만 팀장급 간부의 성추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다 한 달 뒤 동료 경찰의 신고로 감사가 시작됐다.
같은 5월 대구에서도 황당한 사건이 터졌다. 대구경찰청 기동대 소속 30대 C 순경이 기동대 내 여자 샤워실을 엿보려다 발각되자 스스로 사표를 냈다. 당시 샤워실에는 여경이 혼자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샤워실 창문 너머 인기척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 C 순경은 샤워실 창문 앞에 있다가 그대로 달아났다.
사건발생 후 감찰부서에서 폐쇄회로TV를 통해 C 순경이 샤워실 창문 쪽에 서 있다가 달아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알몸을 본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기동대 간부 등 3명이 관리 책임을 물어 경고 처분됐다. 하지만 C 순경은 범행 미수로 판단돼 성폭력 등의 혐의를 적용받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
성폭행 하기도
지난해 10월 순천에서는 47살 경찰관 D 모 경위가 자신이 맡은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E 모씨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D 경위는 긴급체포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8개월 만에 결국 구속됐다.
E 씨는 지난해 10월 1일 오후 “소주 한잔 하자"는 D 경위의 연락을 받고 나간 뒤 순천의 한 소주방에서 D 경위와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이들은 다음날인 2일 오전 1시께 함께 모텔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D 경위는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며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었으나 E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E 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E 씨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지휘를 내렸으나 범행 이전 일련의 과정을 밝혀냈고, 혐의를 추가해 구속했다.
경찰, 징계 받아도
50% 이상 감경
범죄를 척결해야하는 경찰의 범죄행위는 일반 범죄자들에 비해 파급효과가 크다. 그만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의 일탈행동이 큰 지탄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경찰 내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허위 보고와 보고 누락이다. 부산에서 일어난 학교전담경찰관들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 당시에도 해당 경찰서는 허위보고와 보고 누락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대구에서 일어났던 기동대원의 샤워실 훔쳐보기 사건에서도 보고 누락이 있었다.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오히려 경찰의 범죄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소청심사위원회 조차 성범죄 경찰들에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소청심사위원회는 경찰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기타 그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을 받았다고 소청이 있는 경우에 그 사항을 심사·결정하는 합의제기관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경찰관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뒤 소청을 통해 감경을 받은 비율은 2012년 50%, 2013년 60%, 2014년 58.3%에 이른다.
한편 공무원은 파면될 경우 연금 50% 삭감되며 5년간 공직 재임용이 제한된다. 퇴직금은 기간에 따라 25%(5년 미만), 50%(5년 이상) 깎인다. 해임되면 3년간 공직에 재임용될 수 없으며 연금은 25%가 삭감되지만 퇴직급여는 모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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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