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빠진 학교전담경찰관
존폐 위기에 빠진 학교전담경찰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08-05 15:42
  • 승인 2016.08.05 15:42
  • 호수 116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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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교육청 두 손 놓은 사이 학생만 피해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존폐위기에 처했다.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이 터진 이후 그동안 가려져 있던 문제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 자질론 문제부터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여론 그리고 경찰청과 교육부 갈등 문제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경찰 ‘학교폭력 감소’ 주장, 하지만 ‘성폭력 증가’
전문성 부족한 경찰관들, 업무지침은 애매모호

지난 6월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을 보호해야할 학교전담경찰관의 부적절한 행위는 경찰에 대한 권위, 명예, 신뢰를 땅에 떨어트렸다. 하지만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시행 초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학교전담경찰관 2012년 시작
청소년범죄 예방, 홍보, 상담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 및 청소년범죄 예방 수사를 위해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2012년에 만들어졌다. 이들은 범죄예방교육과 함께 학교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학교 밖 청소년을 계도하는 활동 등을 펼친다. 간단히 말해 예방, 홍보, 상담이 주 업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학교전담경찰관으로 배치된 인력은 1075명이었다.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 운영을 통해 학교폭력이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 발표한 상반기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이 2013년 2.2%에서 2014년 1.4%, 2015년 1.0%, 2016년 0.9%로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제추행, 성폭행 등 학생끼리의 성폭력은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를 보면 2013년 878건이었던 학생 간 성폭력이 2014년에는 1429건, 2015년에는 1842건으로 늘었다. 2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 학교 내 범죄성향이 폭력에서 성폭행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사이에선 ‘기피 보직’
상담 전문성 떨어져

일반인들은 일반 경찰 생활에 비해 학교전담경찰관 활동이 쉬울거라 생각해 ‘꽃보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경찰들 사이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은 ‘기피 보직’이다. 승진코스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특히 베테랑들일수록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젊은 경찰관과 특채로 채워진다. 교육, 심리, 아동학 전공자 또는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근무해야 적합한 자리지만 일반 경찰 중에 이러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특채자는 해당 전공자를 선발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배치가 되면 경찰교육원에서 1주일간 총 35시간의 청소년범죄 관련 교육을 받은 후 현장에 투입된다. 심리학이나 아동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단 1주일간의 교육 후 현장에 투입되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업무지침도 애매한 것이 많다. 실례로 학생과 상담할 경우 어디서 어떻게 만나 진행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경우 학교 내에서 상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카페나 경찰관의 자동차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인천교육청 가정형Wee센터에서 청소년들을 상담했던 우현주 전문상담사도 “상담이라는 것 자체가 전문적인 영역이다. 상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다면 위기 아이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가 없다.”며 “차라리 경찰은 학교 폭력 등의 사건과 사고에 대한 기초조사를 담당하고 실질적인 상담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경찰청-교육부
정보공유, 관리감독 잘 안 돼

학교전담경찰관 문제는 전문성 외에도 교육부와 경찰의 불협화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소속은 해당 경찰청이지만 활동은 학교에서 한다. 그러다보니 경찰들이 어떤 학생을 만나 무슨 활동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학교나 교육청 입장에서는 활동은 학교에서 하지만 대부분의 권한을 경찰에 넘겨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관리, 감독,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다. 과거 서울 소재 한 학교에서는 학교와 경찰 사이에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 학생에 대한 대처가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비록 학교 외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이긴 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경찰이 학교에 관련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피해 학생에 대한 대처가 한 달 뒤에나 진행됐다.

최근 경찰청에서는 학교전담경찰관 제도 개선을 위한 대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여학교에는 여자경찰관을 남학교에는 남자경찰관을 배치한다는 내용부터 경찰관의 역할을 피해사실 확인으로 축소하고 일반상담은 학교·전문가 등에게 맡기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 홍보가 아닌 학교전담경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전문 상담인력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현재 학교전담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학교는 평균 11곳, 학생 수는 5688명에 달한다. 제대로 된 상담과 예방활동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를 상담교사와 교육인들이 아닌 경찰이 해결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odh@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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