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고액의 개런티를 받고 있는 스타들은 몇몇 소수. 탤런트들의 70%가 실직상태이며, 그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탤런트들은 일반 기업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가수들은 연기자들보다 훨씬 어렵다. 가수들 중에서는 연봉 100만원도 안되는 가수들이 37%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심해지는 연기자와 가수들의 ‘부익부 빈익빈’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연예인들의 고액의 개런티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스타들의 몸값 ‘1억원’ 시대를 열고 있는 것.
손예진 한편에 8억 받아
최근 한 외주 제작업체는 에릭의 드라마 출연 개런티에 회당 1억원을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에릭의 경우, 드라마 한회에 1억원을 받게 된다면 16부작 미니시리즈의 경우 총 16억원을 받는다. 이는 국내 출연료 가운데서는 최고의 금액이다. 한류스타 배용준 역시 9월 방송예정인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면서 회당 1억원에 가까운 최고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준의 개런티는 비밀에 부쳐진 상태.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 욘사마 배용준의 상대 여배우가 개런티 측면에서 비교가 될까 염려스러운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에릭과 배용준 이전에 고액의 개런티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는 바로 손예진.
지난해 12월 손예진은 SBS 드라마 ‘연애시대’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면서 회당 2,500만원의 개런티와 ‘플러스 알파’를 받기로 한 것. 플러스 알파까지 합치면, 회당 5,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찍으면서 총 8억원에 해당하는 개런티를 받는다. 지난해 1월, 10년만에 ‘봄날’로 연예계에 컴백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고현정은 회당 2,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SBS 역시 고현정을 잡기 위해 회당 2,000만원 이외에 ‘플러스 알파’를 약속했다는 후문.
김희선과 권상우 역시 지난해 MBC ‘슬픈연가’를 촬영하면서 회당 2,000만원의 개런티를 받았고, 2003년에는 이영애가 MBC ‘대장금’을 촬영하면서 회당 1,000만원을 받아 화제를 모았고, 송혜교와 김현주 등도 1,000만원씩 받고 있다. 또한 2002년에는 전도연과 김혜수가 600~7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고, 2001년 SBS ‘여인천하’에서 강수연이 500만원을 받았다. 2000년 이전에는 출연료 등급제에 따라 톱스타들도 200만~30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6년 사이, 스타들의 몸값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주제작사 ‘스타’ 잡기 경쟁
사실 과거에는 스타들이 방송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방송사에서 정해진 등급에 따라 개런티를 받았다. 보통 6~18등급으로 구분되는 등급제는 신인은 6등급, 경력 연기자는 18등급으로 나뉜다. 6등급은 회당 20만원, 18등급은 회당 20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방송국-연예인의 전속제가 폐지되고 난후, 외주제작사가 늘어나고 스타들의 인기가 시청률로 직결되면서 일부 스타들에게만 특혜가 주어지고 있는 것. 특급 대우를 받고 있는 몇몇 스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아직도 이같은 기준에 의해 개런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스타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스타들의 몸값 상승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외주 제작사의 급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외주 제작사는 스타 연기자만 잡아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급급하다는 것. 하지만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한정되어 있다. 그중에 스타들의 몸값에 30~50% 이상을 지출한다.
나머지 돈으로 드라마 세트, 촬영 진행비, 스태프들의 인건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 것. 이럴 경우 드라마의 완성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스타들에게 고액의 개런티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조연과 단역 배우들의 출연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태. 지난 10일 탤런트 정한헌씨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타 중심 드라마 제작 시스템으로 인해 일반 탤런트의 출연 기회가 줄어들어 탤런트 70% 가량이 무직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요즘 드라마에는 대가족이 등장한다기보다, 몇몇 스타와 직계 가족만 등장한다.
최근에는 SBS ‘하늘이시여’의 자경의 남동생 ‘세현’이처럼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고 이름만 등장하는 ‘유령’ 탤런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정씨는 이런 현상은 “스타들의 출연료 거품 때문”이라며 “반짝 인기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30~40년 경력의 탤런트보다 100배 이상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인은 회당 10만원
이런 현상은 가수쪽도 마찬가지. 지난 9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수들의 88.2%가 현재 방송 출연료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것이 연봉 100만원도 못받는 가수들이 37.1%나 되고, 101만~200만원 21.8%, 201만∼500만원은 10%였다. 연봉 501만∼1,000만원이 넘는 가수들이 불과 6.6% 밖에 안된다는 것.가수들의 방송 등급은 원로특급, 원로급, 특급, 가급, 나급, 다급, 라급으로 구분된다.
가수들은 아무리 인기가 높다고 하더라도, 신인일 경우에는 최하 등급의 출연료를 받는다. 최하등급은 10~2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수들은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면, 드라마, 공연, 광고 등을 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때문에 적은 출연료를 받더라도 방송에 출연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마저도 톱가수들과 인기가수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
특정 스타에게만 고액의 개런티를 주거나 방송 출연 기회를 제공하는 이런 ‘악순환’은 좀처럼 멈추지 않을 기세다. 한 연예 관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타시스템’의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며, 또한 스타를 좇는 시청자들의 무조건적인 관심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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